어제 청년정치학교에 세미나 중 한 청년이 코드정치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아직까지 마음에 남아있다. 아마 본인도 이 문제가 정치발전 뿐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서도 자장 중요한 리더십 원리로 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 같다. 코드로 정치를 하는 것과 목적에 가치를 두고 정치를 하는 것을 구별하는 것은 정치의 민주화나 건강한 시민 사회를 위해서 필수적이다.
리더가 자신의 추종자에게 <자신의 손가락을 보지말고 자신의 손이 가르키는 방향을 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한다고 생각해보자.
문제는 지속적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 리더들은 문제가 있는 리더일 개연성이 높다. 자신이 가르치는 손가락을 방향이 일관되지 않고 그떄 그때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손이 가르치는 방향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리더들은 자신이 가르키는 손의 방향의 끝에 있는 목적을 자신도 잘 모르고 평소 행동으로도 보여주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추종자들은 명목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 손가락이 가르치는 방향을 보기보다는 리더의 속마음을 읽기 위해서 손가락만을 살피게 된다. 리더가 내 손가락이 가르키는 방향을 보라고 주장한다면 사실은 내 손가락의 방향을 보지말고 내 속마음을 제대로 읽으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이런 성향들이 고쳐지지 않으면 박근혜정부에서 기승을 부렸던 리더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감별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리더와 오랫동안 같이 생활을 같이 한 사람들 아니고는 리더의 속마음을 제대 읽을 수 있는 감별사가 되기 힘들다. 손가락을 보라고 주장하는 리더를 중심으로 제대로 된 감별사임을 주장하는 그룹사이의 경쟁시작된다. 정치적 파벌이 생긴 원천이다. 리더는 이 파벌들간 자신의 마음을 읽기 위해 경쟁하는 것을 즐긴다. 이 파벌 싸움의 종착역은 리더에 대한 우상화이다. 리더가 가르치는 목적이 없기 때문에 사람을 두고 그냥 우상화시키는 것이다. 리더가 우상화되면 더 이상의 정치적 진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정치가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다. 카리스마 리더십이 위험한 이유는 바로 언제던지 특정한 리더 중심으로 우상화 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목적지향적 정치는 이런 우상화에서 벗어난 정치를 말한다. 리더가 가르치는 방향에 있는 목적에 대해서 모두가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목적이 뜻하는 의미가 분명해서 이견이 창출될 수 없다. 동원되는 모든 인적 물전 자원들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정렬되어 있다. 리더는 추종자보다 더 이 목적을 구현하기 위해 더 희생적 서번트 역할을 수행한다. 목적에 대해 제대로 된 서번트 역할을 하는 리더가 우상화 된다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정치발전을 저해해온 코드인사도 마찬가지이다. 현정권에서는 이전 정권에 비해 코드인사가 많이 줄었을까? 코드인사에 대한 정확한 정의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코드인사는 목적을 중심으로 사람을 쓰는 것이 아니라 리더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 사람의 마음과 같은 생각을 가진 감별사들에게만 자리를 주는 것이다. 따라서 리더의 마음을 제대로 감별할 수 있을 정도로 리더와 인간적 연줄이 닿아 있지 않다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코드인사에서는 등용되지 못한다. 리더와 인간적으로 친한 사람만 동지인 것이다.
목적지향적 정치는 이런 코드인사의 관행에서 자유롭다. 목적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어서 이 목적에 믿음을 가지고 있고 이 목적을 구현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리더와 인연이나 친분이 없어도 광범위하게 등용된다. 이 인사가 핍박받는 소수집단의 배경을 가지고 있을수록 발탁될 개연성은 오히려 높다. 가족으로 취급되는 기준이 리더와의 혈연 지연 학연 친분이 아니라 목적에 대한 믿음의 정도와 여기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의 정도에 의해서 분류되기 때문에 정실인사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능력과 믿음만 공유한다면 누구나 목적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들이 부여된다. 목적에 대한 신념이 분명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코드인사의 병폐가 벌어지는 이유는 목적에 대한 신념이 불분명하거나 개인적 탐역이 이 목적을 이기기 때문이다. 코드인사는 미래의 목적을 구현하는 것에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동지들의 노고에 보상해주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직원들을 아무리 가족처럼 일하자고 독려했어도 조양호씨 가족은 혈연으로 묶인 가족들만 가족이고 종업원들은 하인이나 머슴이나 도구였다. 하지만 혈연으로 승계받은 기업들 중에서는 종업원도 진짜 가족의 구성원으로 대우하는 회사들도 있다. 이런 회사들의 공통점은 혈연적 가족을 넘어서게 하는 신성한 목적에 대한 믿음이 있고 이 목적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가족으로 묶기 때문이다. 자신들끼리만 천년만년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이 목적을 구현하는 것을 회사의 진정한 존재이유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친족회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총수조차도 자신의 가족을 넘어서는 대한항공이 존재해야 하는 목적이 거세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인 대통령을 따르는 민주당 선거후보들 중에서도 자신을 문제인의 복심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코드인사 정실인사 파벌정치의 구태를 반복하는 아주 위험한 정치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영역에서 목적에 대한 믿음을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는 리더가 수행해야 할 절대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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