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한 몸에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가진 자신과 세속적 자신이 서로 충돌하며 같이 살고 있지만 자신은 이 두 자아가 싸우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모른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하나님에 대한 교리적 믿음은 있는데 그분에 대한 인격적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보호해줄 것이라는 자신의 믿음을 믿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하나님을 자신에 대한 믿음을 합리화 하는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은 하나님을 삶의 부적으로 생각하는 기복신앙으로 발전한다. 자신은 하나님의 보살핌을 받아 억수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행운은 다른 사람을 제치고 자신에게 제일 먼저 찾아오고 불행은 다른 사람 거친 후 맨 마지막에 찾아 올 것이라고 믿는다. 우연히 행운이 먼저 찾아오면 이 기복신앙은 더 강화되지만 불행이 닥쳐 고통을 몸소 체험하게 되면 자신에 대한 믿음과 이를 감싸고 있는 교리적 믿음이 뿌리채 뽑혀 나가는 좌절을 경험한다.

하나님이 착한 욥에게 내린 고통은 어떤 의미로 교리적 믿음에 경도되어 선데이 크리스천으로 전락한 사람들을 골라내려는 하나님의 시험이다. 성경의 교리를 자신의 삶에 뿌리를 내리게 해서 자신의 주체적 스토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하나님은 내 몸 속에 인격적으로 영생하지 못한 것이다. 하나님이 내 몸에 인격적으로 영생하하지 못한다면 나는 그냥 교리에 순종하지만 고난에는 반드시 무너지는 착한 선데이 크리스천일 뿐이다. 이런 선데이 크리스쳔들은 자신의 삶을 교리적으로 방호하기 위해서 교리에 대한 탐구에 몰입하게 되고 이 교리를 이용해 자신을 공격해들어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십자군 전쟁에 몰입하기도 한다. 이들은 욥의 친구들처럼 하나님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실상은 자신의 선데이 크리스쳔의 삶을 방어하고 있는 것이다. 십자군 전쟁에 모든 총력을 집중하는 신천지와 다를 바가 없다.

성경 말씀은 진실한 크리스쳔으로서 내 삶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플롯이다. 플롯이 내 마음에 씨앗으로 뿌려져 단단한 인격적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면 나는 그냥 기독교 교리를 충실히 연기하는 착한 연기자에 불과할 뿐이다. 이런 상태에서 욥과 같은 고난을 당하게 되면 무너지기 시작하고 궁극적으로 견디기 어려워지면 하나님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한국 교회는 교리적 믿음과 자신만을 위한 기복적 신앙만을 양산하는 과정에서 선데이 크리스쳔만을 양산해가며 심각하게 표류하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성도들의 마음에 뿌리를 내리게 하여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내재화하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양산된 선데이 크리스쳔들은 일반 사람들에게 믿는 사람이 더 한다는 이중성을 드러내서 신실하게 믿음을 시작하는 기독교인들도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마음 놓고 자랑스럽게 드러내지 못하게 한다. 진실한 크리스쳔들은 선데이 크리스쳔으로 오해받을까봐 두려워 조선시대처럼 숨어서 신앙을 해야 하는 것 아닌지를 의심하는 상황이 됐다.

진정성 있는 크리스천이란 하나님의 말씀을 믿음으로 받들어 자신만의 주체적 스토리를 만든 사람들이다. 이들은 크리스천으로 자신이 세상에 다녀감에 의해 세상이 어떻게 더 행복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는 지에 대한 사명의 스토리를 품성으로 내재화한 사람들이다. 또한 이 품성을 나에 대한 하나님의 임재의 톱니바퀴로 삼아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다. 자신의 영혼을 넘어서 다른 사람의 영혼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친 사람들이다.

평생 교회를 다녀도 주변에 자그마한 변화라도 일으키지 못했다면 평생 기복신앙으로 선데이 크리스쳔으로 기독교를 믿은 것일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단지 자복하고 학습하는 죄인의 길을 묵묵히 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