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사회가 작동되는 원리를 파악해서 사회계약론을 완성한 루소는 인간의 조상들이 동물의 왕국이 아니라 지금의 인류가 가능하게 한 문화의 원형을 발전시켰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류가 동물과 구별되기 시작한 문화를 만들어낸 기원은 모여서 협동을 해가며 적자생존을 위해 동물과 경쟁을 해가며 사냥을 하던 낮이 아니라 밤에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인류의 조상들은 어느 날부터 밤에 모닥불을 피우고 빙둘러 앉아서 서로를 지켜주는 울타리를 만드는 법을 터득했다. 인류가 동물과 구별되는 문화를 만들어낸 비밀은 울타리였다.

이들은 모닥불을 중심으로 둘러 앉아 울타리를 만들었다. 이 울타리로 서로의 등을 적과 동물의 공격으로부터 지켜 주었다. 울타리로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낮에 얻은 상처를 서로 치유해주고 오늘 하루 치열하게 살았던 서로의 노고를 치하했다.

울타리를 중심으로 혼자가 아니라는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자 모여 앉았던 사람들은 공동의 운명을 상징하는 모닥불을 어떻게 지키고 키워 더 나은 내일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등을 지켜주던 울타리가 심리적 안정감을 체험하게 했고 심리적 안정감을 통해 각자도생을 넘어서는 집단의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이들은 울타리와 모닥불을 전수시켜 지금의 인류를 만들어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이 서로를 위해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하는 조직은 동물의 왕국으로 전락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자신의 강점을 세워 적의 약점을 공격하도록 이기는 전략을 가르쳐 주면 낮에는 나가서 싸우는 것처럼 행동해도 밤이 더 문제다. 구성원은 자신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아니기 때문에 밤에 방심하고 있으면 이들은 낮에 적에 대항해 연마했던 전략과 무기를 자신의 동료에게 들이댄다.

제대로된 울타리가 없는 조직은 한번도 홈그라운드 경기의 이점을 누리지 못한다. 동료들이 서로가 이기는 것을 마음 속으로 응원하지 않는다. 이들이 열열한 홈 관객이 되어 우리 팀을 응원하지 않는다. 결국 모든 경기가 적진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관객이 없는 고립무원의 원정경기다. 똑 같은 기량의 팀이라면 누가 이기고 누가 질 것인지는 정해진 문제다.

제대로된 울타리가 없는 회사는 각자도생하는 동물의 왕국이다. 회사의 기술적 수준과 차별적 역량이 뛰어나도 지속가능한 회사는 아니다.

우리 회사에는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주는 울타리가 있을까? 동료는 서로의 성공을 응원하며 서로의 등을 지켜주는 한 울타리의 가족일까? 이 울타리 안에서 구성원은 심리적 자유와 안정을 누리며 내일을 위해 전문성을 연마하고 실험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면 우리 회사는 지속가능한 회사가 아니다. 회사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각자도생의 원리를 숭배하는 동물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