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 사이에 많이 회자되는 용어가 순종이다. 진실한 순종이란 자신이 존재 목적으로 삼는 궁극적 대상에 대해 중계자 없이 직접 순종할 때이다. 누군가가 순종을 이야기하면서 존재 목적과 순종을 강요 당한 사람 사이에 자신을 은근슬쩍 끼워 넣는다든지 아니면 교회를 끼워 넣는다면 이 사람은 사이비 교주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궁극적 목적을 자신과 교회를 우상화 시키는데 도구로 사용한 것이다.
아브라함이 자식을 희생의 재물로 바치라는 명을 받은 이유도 하나님이라는 궁극적 존재목적에 아브라함이 진정으로 순종하는 사람인지를 시험하기 위함이었다. 모세의 후계자였던 여호수가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모세의 후계자로 모세에게 순종한 것이 아니라 모세가 모셨던 하나님이라는 궁극적 존재에 똑 같이 순종했기 때문이다. 변방에서 듣보잡에 불과했던 다윗이 골리앗을 뛰어넘고 사울을 뛰어 넘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하나님에 대한 직접적 순종 때문이다. 바울이 기독교를 정초할 수 있었던 것은 유대인에게 순종하는 것을 뛰어넘어 하나님과 직접적으로 대화해가며 순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실한 순종이란 누군가에 의해 중계되지 않는 하나님과의 직접적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키에르케골은 이런 하나님과에게의 절대적 순종을 <신 앞에선 단독자>라고 표현했다. 하나님과의 단독자 관계를 중계하는 중계자가 들어서기 시작하면 이 중계자는 언제든지 거래비용을 요구해가며 자신을 은근히 우상화 시킨다.
성경에 등장하는 모든 선지자는 루이스가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에서도 설파하고 있듯이 하나님과의 단독자 관계를 통해서 하나님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해 삶에서 변화를 만든 사람들이다. 루이스에게 절대적 순종이란 단순히 말씀을 따르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의 삶에 말씀을 씨앗으로 뿌리고 여기서 생명을 얻어내서 진실의 증거로 삼을 수 있는 열매를 맺게 한 경우다. 자신의 삶을 통해 말씀을 생명의 아비투스로 만들어 만들어내지 못한 사람은 순종을 따른 사람일 수는 있어도 순종을 실천해서 완성한 사람은 아니다. 순종은 삶의 씨줄을 만드는 작업이고 이 씨줄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날줄로 엮어서 약조한 변화를 만들어낼 떄 완성된다.
기독교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의 존재 목적을 세우고 이 존재목적에 순종을 실천하는 상태를 진정성(Authenticity)이라고 표현한다. 진정성이란 True to oneself로 자신의 존재목적으로 자신을 감동시키고 이 존재목적으로 주변사람들을 똑 같이 감동시킬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상황이 어려워져도 자신의 존재목적을 포기하지 않고 존재목적에서 약속한대로 극복하려는 힘은 존재목적에 진정으로 순종하기 때문이다.
존재목적에 대한 치열하고 감동적 순종이 자신 뿐 아니라 존재목적을 실현해줄 수 있는 주변사람들 마음 속에 스며들었을 때 이들은 이 존재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협업한다. 이 협업을 통해 존재목적에 대한 원초적 약속이 결실을 맺은 것이 진실이다. 진실이란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이 현실로 실현된 상태를 의미한다. 목적에 대한 순종을 넘어 자신과 주변의 삶을 변화시킨 사람들만이 진실을 체험한 사람들이다.
존재목적에 대한 순종과 헌신이 사라지고 잃어버린 진실을 마치 있는 것처럼 연기해가며 사는 사람들에게 진실은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연기하는 리더나 연기하는 사람들에게 왜곡된 진실은 자신을 파괴하고 괴멸 시키는 힘이 되어 반드시 보복한다.
우리는 사람에 순종하지 않는다는 말을 목적에 순종한다는 뜻으로 순진하게 잘못 해석해서 유사리더를 리더로 세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리더가 순종하는 대상은 모두가 공유한 존재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몸 담았던 조직이었다. 사람에 순종하지 않는다는 말에 속아 더 무서운 우상화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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