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좌파 우파가 나뉘어서 정치공학을 앞세워 서로를 제압하고 제거하기 위해 싸운다. 자파의 입장에서 우파가 사라지면 더 좋은 세상이 생길까? 마찬가지로 우파의 입장에서 좌파가 사라지면 자기 세상이 올까?

이들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결론과 실제 벌어지는 현실은 정 반대다.

자석의 원리와 같다. 자석은 남극과 북극으로 나눠져 있다. 남극에서 자기장이 만들어져서 북극으로 흐른다. 이런 자기장의 울타리가 만든 자기장 선의 안 공간을 장(Field)라고 부른다.

남극이 북극을 마음에 안 들어서 쿠테타를 일으켜 북극을 제거하거나 반대로 제거하면 남은 남극이나 북극은 남극이나 북극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남은 반토막은 남극과 북극을 품은 자석으로 다시 전환된다. 문제는 자기력이다. 반토막이 난 자석이 만들어낸 자기장의 힘은 반절로 잘려져 나가고 여기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운동장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약한 자기장 흐름이 만들어낸 울타리는 쉽게 허물어진다.

지구의 남반부가 맘에 안들어 지구를 반토막으로 잘라내도 비슷한 현상이 된다. 결국 반토막이 난 지구장이 만들어내는 자기장은 태양계에서 들어오는 각종 해저드에 보호막이 되지 못해 결국 지구는 소멸한다.

레빈(Lewin)은 조직변화와 조직개발이라는 학문을 세운 독일 학자다. 나치의 만행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해서 평생 나치와 같은 전체주의 국가가 어떻게 세워지고 패망하는 지를 연구했다. 이런 본인의 이론을 장(Field)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서 사회와 조직의 건강한 변화를 만드는 조직개발이라는 학문의 원리를 세웠다.

본인은 저서 <백년기업의 변화경영> <황금수도꼭지> <초뷰카시대 지속가능성의 실험실>에서 레빈의 장이론의 원리를 이용해서 조직에서 어떻게 전문가의 운동장과 울타리를 설계해내서 지속가능한 번성을 누리는 기업을 만들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본인이 레빈의 이론을 현대적 상황에 맞게 수정해서 새롭게 만들어낸 조직개발과 변화의 원리를 <신 레빈이론>이라고 부른다.

신 레빈이론에서는 모든 국가, 사회, 기업, 개인에게서 북극의 역할과 남극의 역할이 건강하게 극성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자기장의 울타리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이 울타리가 만들어지면 구성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전문성을 신장할 수 있는 운동장이 만들어진다. 신레빈이론에서 제안하는 <전문가의 놀이터>라는 개념이다.

전문가의 놀이터를 구축한 기업이나 사회 국가를 보면 남극과 북극을 정초하는 강력한 극성이 있다. 이 극성이 제대로 건강하게 작동하면 남쪽 북쪽으로 나누거나 좌파 우파로 나눠 싸우는 사람들을 품을 수 있는 다양성의 울타리가 만들어진다. 극성이 있는 자석의 플러스 극과 마이너스 극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가 된다.

본인이 국가, 사회, 기업, 리더에게 북극의 원리로 설정한 것이 존재목적(Purpose)이고 남극의 원리로 제안한 것은 구성원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내재화 해서 이를 같이 풀어가려는 행동 성향인 긍휼(Compassion)이다. 어떤 국가, 사회, 조직이든 리더가 북극에 해당하는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고 구성원 중 가장 아픈 사람들의 공유된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여 혁신적으로 해결하려는 긍휼을 가지고 있을 경우 이들을 감싸는 울타리가 생기고 이 울타리 안에는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전문성으로 혁신할 수 있는 운동장이 생긴다.

어떤 국가, 사회, 기업이든 문제가 심각한 곳은 항상 리더가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을 상실해서 북극이 극성을 잃었거나 구성원 중 가장 아파하는 사람들에 대한 긍휼감을 잃어 남극의 극성을 상실한 경우다. 이 둘 중 하나가 무너지면 울타리는 부서지기 시작하고 국가, 사회, 기업은 각자도생을 위해 치고 박고 싸우는 생존을 위한 동물의 왕국으로 전락한다.

가장 건강한 국가, 사회, 기업의 리더는 극성의 원리를 논리적 이원론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설사 현재 이론적으로 좌파가 우파보다 더 낮다는 개념적 결론에 이르러도 좌파를 위해 우파를 잘라버리는 갈라치기 정치에 몰입하지 않는다. 대신 존재목적의 북극성과 가장 아픈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제라는 남극성을 살려 국가, 사회, 조직에 강력한 혁신의 발전소를 만든다.

<초뷰카 시대 지소가능성의 실험실>에서는 이런 디자인의 원리를 씨줄과 날줄의 직조복제 원리라고 설명한다. 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이원론을 현실이라고 착각하는 우를 벗어난다. 대신 미래를 향한 씨줄과 현재의 날줄로 직조해서 씨줄과 날줄이 다 높은 지점을 좌표로 찍어내고 여기에 새 운동장을 만들어낸다.

이런 미래를 위한 직조복제의 적은 누구일까? 누가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과 가장 아픈 구성원의 고통을 혁신적으로 해결하려는 초심을 잃었는가? 누가 조직과 사회의 운동장을 파괴하는 주범일까? 답은 자명하다.

국가, 사회, 기업을 망라하고 이원론적으로 나누고 정치공학을 앞세워 남성 여성, 신세대 구세대, 좌파 우파, 호남 영남으로 갈라치기하는 사람과 이들에게 싸우라고 부추기는 이들이 우리 선조들이 희생해서 만들어낸 공동의 운동장을 파괴하는 주범이다.

이들에게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이 있는지를 조사해보라. 이들이 자신의 가족과 패거리를 넘어 정말 아픈 구성원들에 대해 긍휼의 마음이 있는지를 살펴보라. 이 둘이 충분히 극성을 형성해가며 건강한 자기장을 만들고 이 안에서 진실되게 정치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정치공학을 앞세워 자석의 한 쪽을 잘라 폐기하는 갈리치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종종 사람들은 나보고 도대체 누구 편인지를 묻는다. 정치적 편향성을 묻는 잘못된 질문이다. 굳이 내 편이 있다면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이 있고 아픈 사람들에 대한 긍휼이 있는 사람들 편이다.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과 아픈 사람들에 대한 긍휼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요구하면 나는 더 아픈 사람들 편이라고 주장한다.

아픈 사람들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존재 목적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존재목적이란 자신이 나서서 자신과 구성원의 아픔을 해결해야 하는 이유이고 결국은 미래의 답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