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교육사령부 리더십센터가 주관한 해군 리더십 발전 세미나에 발제자로 초청받아 다녀왔다. 세미나에서 임무형지 휘, 임파위링, 협업 등 많은 주제가 논의 되었지만 군이라는 수직적 환경에서 서번트리더십이 현실성이 있는가라는 논의가 마음을 븥잡았다. 군에서는 후임들에게 잘 대해주면 대부분의 후임들은 이 호의를 호의로 갚기보다는 오히려 선임을 얕보거나 이용해 먹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서번트 리더십의 핵심을 오해한 논쟁이다.
서번트 리더는 단순히 자신의 직책을 내려놓고 부하들을 위해 희생하는 리더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임원들이 하는 세족식을 떠올린다. 서번트리더를 이렇게 단순한 마음씨만 좋은 옆집 아저씨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서번트리더를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에 비유하는 것은 서번트리더를 모독하는 것이다.
서번트리더는 리더들 중 가장 고차원의 전략적 교환가이다. 서번트리더는 자기가 직책을 내려놓고 부하를 위해 희생하는 댓가로 리더가 가진 철학과 사명을 부하의 마음에 끼어넣는 사람이다. 말이 아닌 희생의 댓가로 부하에게 자신의 사명을 파는 사람이다. 부하가 리더의 사명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부하를 통제하는데 사용했던 직책이라는 도구는 의미가 없어진다. 부하가 리더가 지향하는 사명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부하를 붙들어 놓는데 직책보다 몇 배나 효과적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서번트리더다. 서번트리더는 직책을 포기하는 대신 부하를 마음으로 븥들어 놓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부하의 영혼이 리더의 영혼에 섞기게 된 것이다.
결국 서번트리더는 어떤 리더나 다 해볼 수 있는 리더십이 아니다. 부하에게 팔 수 있는 투철한 사명과 장기적 통찰력이 있는 최고 수준의 리더만이 진정으로 서번트리더십가 될 수 있다. 사명이 없는 상사가 서번트리더십을 쓴다는 것은 세족식처럼 쇼하는 행동이거나 순진하게 부하들에게 이용당하는 계기가 되거나 둘 중 하나다. 서번트리더는 동네사람 모두에게 이용만 당하는 착한 아저씨가 아니다. 리더가 착한 아저씨를 넘어 키다리 아저씨가 되려면 리더가 사명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도와줄 사람과 도외주지 말 사람을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후임병사가 상관의 호의를 이용해 먹는 것도 결국은 사명이 없는 상관이 잘못된 서번트리더십을 연기하다가 순진하게 당한 것이다.
예수님이 12제자에게 발을 닦아준 것도 직책을 내려놓은대신 제자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제자로 거듭나도록 한 메시지였다. 제자들에게 발을 닦아주는 행위는 선한 행위이지만 이 선한 행위의 목적은 의로운 행위인 사랑을실천하는 사도로 태어나라는 것이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행한 선한 행동은 의로운 행동을 전파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예수님은 의로운 행동으로 연결되지 못한 선한 행동은 세상을 절대로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다. 사명을 향한 의로움이 없는 선한 행동는 착한 사람들도 도와주지만 역설적으로 사기꾼들도 먹여살려 선함의 의도를 무력화시킨다. 기독교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종교로의 지위를 상실한 이유도 결국은 선한 행동을 통해 의로운 행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선함과 의로움이 독립적으로 겉돌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선함은 의로움의 과일 나무를 가꾸어 내기 위한 토양일 뿐이다. 선함을 행사하고 사명에 대한 의로움을 못 이끌어 내는 이유는 토양만 있고 의의 나무를 심지 않기 때문이다. 의로움의 나무를 심기 위해 선한 토양은 필수적 이나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은 착하게 살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의의 나무를 심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 속에 이미 사명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서번트리더십이 제대로 작동된다면 군대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상명하복이란 엄청난 비싼 비용이 드는 위계적 직급체계에 목멜 필요가 없다. 군대에서 계급이 목적이 아니라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제대로된 도구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서번트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된다면 계급이 리더에게 존경을 표하기 위한 제대로 된 도구로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임파워먼트 리더십과 차원이 다르다. 임파워먼트는 자신의 일중 일부분을 부하에게 이양해주고 부하가 자율적으로 실행해서 이 일에 스스로 설명할 수 있게 만들고(accountability) 리더는 결과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것(responisibility)을 말한다. 서번트 리더십은 리더가 해야 할 과제의 일부분이 아니라 조직이 구현해야 하는 사명을 부하에게 믿고 맏기는 행동이다. 리더도 이 사명의 달성을 위해 직책조차도 내려놓았음을 보여주는 행동이다. 평상시에는 강압적 리더가 군대에서 더 잘 먹혀가는 듯이 보여도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면 강압적 리더는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부하들에 의해서 가장 먼저 살해되는 대상이라는 미국전사의 기록도 있다. 진짜 서번트 리더십을 보여준 지휘관들은 평상시나 전시에 가장 혁혁한 성과를 내고 부하들은 이들의 계급에 대해서도 무한한 존경을 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제대로된 서번트 리더십은 일반직장에서도 필수적일 것이지만 특히 사명의 명확한 군에서 임무형 지휘가 정착되려면 서번트 리더십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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