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동물과 달리 자유로운 시간여행자임을 깨닫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인간은 현재에 고착된 삶에서 벗어나서 과거도 돌아보고 미래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먹고 사는 일에 바빠서 당연한 일상에 몰입하게 되면 현재에만 갇혀서 살게 된다. 무료하고 상식적 일상은 현재에 고착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쒸워진 덫이다. 시간여행자의 지위를 복원해 과거도 돌아보고 미래도 여행하다보면 변화가 보이게 되고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들이 새로운 것들이다. 변화의 관점에서는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둘째는 살아 있음에 대한 깨달음이다. 세상은 기본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현재 살아 있다는 것은 이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는 것이다. 생장하지 못하는 것들은 결국 도태되고 죽은 것이다.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경외감의 대상이다. 내가 성공적으로 살아 있다는 것은 내 삶이 세상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세상으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뿌리를 내리게 해주고 영양을 공급해준 세상에 없이는 생장을 구가할 수 없었다. 내가 뿌리를 내라고 살게 해준 세상에 대해 감사할 수 밖에 없다. 살아 있는 것을 깨달는 것 자체가 감사의 원천이다.

사람 인 人자가 내포하고 있듯이 인간은 누군가에 기대어 존재를 구현하게 되어 있다. 이런 기댐의 관점에서 과거를 보면 내가 만든 성장은 나 혼자 열심히 해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닐 것이므로 여기에 기여한 많은 사람들이 감사의 대상이 된다. 미래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내가 미래에도 살아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나의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미래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사람이나 대상이 감사의 대상이 될 것이다.

감사는 일방적이 될 때 급속하게 제도화되어 죽어간다. 감사함을 살리는 방법은 주고받음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감사를 남들이 나에게 잘 해준 것에 대해서 기억해내고 이에 감사함으로 빚을 갚는 식으로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감사는 급속하게 제도화 될 것이다. 내가 먼저 상대에게 도움을 주어 감사할 일을 만들어주고 이에 대해 상대가 감사함을 표현하여 감사의 상호성이 유지되어야 감사는 사회적 규범으로 성장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는 일이 없다면 감사할 일도 없을 것이다.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감사의 원천이다. 남보다 내가 먼저 도움을 주는 것은 더 깊은 원천이다.

감사를 주고받는 일이 없음을 탓하기 전에 구성원들이 감사할 수 있는 일을 평소에 만들고 이에 대해서 감사함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생적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감사함은 어느 순간 고사당할 것이다.

한때 감사나눔운동이 열광적으로 번졌던 분위기가 어느 순간 제도화되어 사라져버리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감사함의 뿌리는 목적을 복원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도움을 주고 받는 일들일 것이고, 줄기는 이런 모든 것은 상호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의 문제이고, 열매는 감사로 담아서 어떻게 표현하는지의 문제이다. 감사함의 뿌리, 줄기, 열매 중 주로 열매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지 않았는가 하는 진단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