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경영전략은 게임에서 이기는 것을 강조한다. 이기기 위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도출해야하고 이것을 실행할 수 있도록 역량과 기량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경영전략의 문제점은 이기는 것 이외에 다른 의도가 없다는 것이다. 지기 위한 전략은 존재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경영전략이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은 손자병법이나 전쟁의 기술 등에서 방법론을 차용해왔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지기 위한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영전략이 전쟁에서 방법론을 차용하지 않고 똑 같이 경쟁을 강조하는 올림픽에서 자신의 모형을 배웠다면 어땠을까? 무엇을 배울 것인가? 현재의 경영전략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올림픽의 역사는 기원전 8세기 그리스 로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림픽의 목적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평화이다. 더 나은 평화를 위해 선의의 경쟁에 몰입하고 이 경쟁을 통해 서로의 역량을 신장시키는 것이다. 경쟁의 의도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평화이기 때문에 전쟁 중이라 하더라도 잠시 전쟁을 중단하고 올림픽에 참여했다. 올림픽이 오랫동안 시간의 검증을 거쳐 계승되어 온 이유이다.

올림픽의 존재하는 이유가 화합과 평화이기 때문에 여기에 참여하는 선수들도 따지고 보면 다 서로에게 스파링 파트너이다. 이상화와 고다이라가 서로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기록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로가 스파링 파트너이고 이 스파링 파트너로 역량을 길러 더 큰 평화와 화합에 기여할 의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는 서로에 대해서 감사와 긍휼감을 가지고 있다. 우승한 고이다라가 이상화에게 가서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고 존경을 표하는 긍휼감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이유도 경쟁이 더 큰 목적에 기여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다시 만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이들이 세운 기록은 새로운 경쟁을 위한 초기값으로 설정되고 우승자와 우승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 갭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시작할 것이다. 올림픽은 전쟁과 달리 모든 사람들에게 학습과 실험의 공간을 제공한다. 올림픽이 경쟁을 통해 모두가 승리하는 블루오션이라면 전쟁터는 진 사람이 흘린 시뻘건 피가 난무하는 레드오션이다. 이기는 전쟁을 상정한 경영전략에서는 1등이 아니면 모두 패배자이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배운 전통적 전략의 정의에는 실수와 학습이 거세된다.

경영전략이 전쟁이 아니라 올림픽에서 영감을 얻었다면 다음과 같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경쟁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라기 보다 상생과 공진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경쟁은 더 큰 신성한 목적을 염두에 둘 때 진정한 경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의 목적이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 설명된다면 세상은 이긴 사람들만이 살아남아 모든 것을 지배하는 양극화로 이어지고 것이 정당화된다. 양극화는 필연적으로 이들이 뿌리내린 토양을 산성화시켜 세상을 공멸로 이끈다. 경영전략은 경쟁에 이기기 위해 존재한다는 전략의 의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둘째, 경쟁에 참여하는 모든 경기자들은 스파링 파트너들이다. 스파링 파트너들의 존재이유는 학습과 실험이다. 경영전략의 문제는 실패를 학습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이기고 지는 게임의 연속일 뿐이라고 규정하는데 있다. 학습과 성장과 실험이 고사되어진다.

셋째, 우승자도 패한 사람도 올림픽의 목적인 화합, 평화, 공진화에 기여한 것이다. 이들은 서로가 자신의 역할을 기반으로 공헌한 행위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서로에 대해서 모두 같이 고생한 동료로서의 측은함 뿐을 느낀다. 이들이 동료를 측은함과, 존경심과 긍휼감을 가지고 대하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배울점은 공정성이다. 올림픽은 능력만 일정수준에 이른다면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 또한 참여자로 선정되면 투명한 과정을 통해 순위가 결정된다. 이 결정된 순위는 개인의 영예를 넘어 올림픽의 목적과 사명을 고양하기 위해서 정의롭게 사용된다. 공정성의 삼 박자, 기회, 과정, 결과가 모두 공정하게 운영되는 것이다. 전통적 경영전략은 이길 수만 있다면 공정성이 불분명한 부분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일을 담대하게 처리하도록 가르쳤다. 경영전략이 휩쓸고 간 자리는 공정성의 룰이 조용히 폐기처분 되고 패자들이 공정성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면 패자들이 원래 말이 많다고 폄하해왔다.

우리의 기업들도 상생과 협력과 공진화로 진화하는 시대적 사명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고 장기적 경쟁력을 획득하려면 전쟁에서 배운 경영전략을 패기처분하고 올림픽에서 배우는 경영전략의 모형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 내부에 이런 올림픽 경기장을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구성원 모두를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싸움에 몰입시켜 조직의 살점을 떼어먹는 일을 시키고 이 댓가로 구성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있을 것이다.

기업들은 밀실에서 경영전략을 짜는데 시간을 쏟기 보다는 먼저 이상화와 고다이라에게 한 수 배우는 것이 급선무처럼 보인다.

#경영전략의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