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코치라면 이 두 사건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김보름 선수에게 어떤 코칭을 했었을까? 어느 종교인은 김보름 선수에게 남들 평가에 신경쓰지 말라고 실제로 코칭했다는 이야기가 기사화되기도 했다.

남들 평가에 신경쓰지 않도록 충고하는 것이 맞는 이야기일까?

코칭 피드백에 대한 연구들을 검토해보면 일관되게 나오는 연구결과가 하나 있다. 내가 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자기평가(self-appraisal)와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에 대한 내 자신의 평가인 성찰평가(reflected appraisal)를 비교 한 결과이다. 이 둘을 비교해보면 경기 우승을 비롯한 어떤 효과성 점수에 있어서도 자기평가보다는 성찰평가가 월등하게 높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이 둘을 독립적으로 놓고 비교하는 연구결과가 없어서 단순히 자기평가보다는 성찰평가에 더 유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단지 성찰평가는 자기평가를 실제로 검증한 점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자기평가보다는 이 점수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결국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에 대한 자신의 평가인 성찰평가의 점수를 김보름 선수가 성공적으로 무시해서 결국 다시 일어선 것일까? 답이 단순하지는 않다.

객관적 연구를 위해 이 두 평가를 독립적 X축과 Y축으로 설정하고 가설을 도출해볼 수 있을 것같다. 둘 다 높은 수준에 있을 때도 있고 둘다 낮은 수준일 수도 있다. 둘 다 높은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의 긍정적 스토리와 자신이 평가하기에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이 스토리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살아가면서 오랫동안 이것이 깨진적이 없다면 이 사람들은 진정성 있는 삶의 정의에 해당하는 삶을 산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직무성과나 승진 경력 모든 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는 핵심인재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자기도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남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실제로 살면서 검증한 사람들이다. 최악의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세간에 알려진 강점코칭이 유일하게 먹혀들어가는 둘 다 낮은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 반면 자기평가는 높은데 성찰평가가 낮은 사람들인 자기과시형도 있고 자기평가가 낮은데 성찰평가가 높은 지나치게 겸손한 사람도 있다.

이들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는 높은데 남들이 보는 평가는 낮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성찰평가 점수가 낮은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에 대한 평가가 높은 사람들은 남들이 자신을 평가하는 것도 높게 볼 개연성이 높다. 이들은 360도 피드백에서 가장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남들이 자신을 평가한 점수가 낮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이들에게 외부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실제 평가점수를 전달해주면 초기에는 극구 부인하다가 결국은 받아들이게 되고 이 낮은 외부점수는 자신이 자신을 평가한 자기평가 점수도 오염시켜 결국 낮추게 된다. 결국 이 사람들을 방치하면 이전보다 훨씬 못한 성과를 산출한다. 코치들이 전략적으로 도와주어야 할 부류의 사람들이다.

김보름이 충격을 받은 것도 이 사례에 해당될 것이다. 자신이 자신에 대한 높은 평가를 다른 사람들도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자신있게 자기 이야기를 했는데 사람들의 평가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이런 경우에 김보름 선수에게 남들의 평가에 신경쓰지말라고 충고하는 것은 단기적 처방을 될지언정 좋은 처방은 아니다. 성과의 기반이 되는 자신감이란 자신에 대한 좋은 평가가 남들에게도 검증까지 될 수 있을 때 비로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만 자신의 진솔하고 자신감 있는 삶의 모습이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소통이 되어 결국은 이들의 심정적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심정적 지지는 다시 자신감을 고양시킨다. 많은 선수들이 국민들의 응원때문에 좋은 성과를 냈다고 주장하는 것이 빈말은 아니다. 따라서 코치로서는 이점을 솔찍하게 이해시키고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김보름 선수가 결국 다시 은메달을 딴 것을 보면 김보름 선수는 남들의 평가에 충격을 받아서 자신에 대한 자신에 대한 자신의 평가점수를 낮춘 것같지는 않다.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깨달고 자기가 평가한 자신과 남들이 평가한 자신간의 차이를 신속하게 인정하고 이 갭을 줄이는 학습하는 죄인의 모습을 제대로 실천한 것으로 보인다.

한창 배우는 나이에 있는 김보름 선수를 너무 나무라지 않는 것이 좋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