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노무현 대통령이 안희정에게 너는 (정치가로 자질이 없으니 지금부터) 나와 내려가서 농사나 짓자는 의미로 이런 제안을 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농사는 씨앗을 뿌려 성장시키고 결실을 맺게하는 과정을 제대로 배우는 삶의 숙성에 대한 기본적 원리를 가르쳐준다. 제대로 된 농부라면 절대로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지 않는다. 씨앗을 뿌리지 않고 성급하게 큰 결실만을 기다리는 사람은 절대로 좋은 농부가 될 수 없다. 제대로 된 농부라면 씨앗을 뿌리고 이 씨앗이 제대로 썩게 거름을 주고 이 썩은 씨앗이 뿌리를 내리게 하고 잎을 내게하고 꽃을 피우게 하는 모든 지난한 과정을 정성껏 끝낸 후 수확의 결실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안다. 모든 과정을 하나도 건너 뛰지 않고 씨앗을 뿌리는 일에서 시작해서 최선을 다하고 순리로 결실을 기다리는 것이 농부의 마음이다. 이와 같은 세상의 원리를 농사를 지어가면서 배워가기 때문에 '농자천하지대본' (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도 생겼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안희정에게 했다는 <농사>는 은유적 표현이었을 것이다. 숙성의 기간을 거치지 않고 정치가로 성공해보고 싶은 안희정의 야심을 읽었을 것이다. 정치에 나서기 전에 뿌리를 내리고 숙성하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제안이었을 것이다. 숙성의 시간을 거치지 않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결실을 보기전에 시들 운명이라는 것을 예언한 것이다. 안희정을 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통찰이 돋보인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도 상황에 따라 좌충우돌 흔들리는 안희정은 뿌리가 없는 나무처럼 보였다. 큰 정치가로 나서기에는 숙성이 더 많이 필요해 보였다. 화려하게 꽃이 핀 것처럼 보인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후광이었을 뿐 자신이 씨앗을 뿌려 길러낸 꽃이 아니었다. 안희정은 이 꽃을 자기가 피워낸 꽃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유시민에게는 정치하지 말고 글을 쓰라고 했고, 문재인에게만 정치를 권유한 것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문제인에게 최고의 헌사를 한 것이다. 정치는 국민의 마음의 밭에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주고 물을 뿌려 결실을 맺게 할 수 있는 농부의 마음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