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이 정리하신 본인을 포함한 K고 출신들의 특징은 흥미롭다. 다 알다시피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부모로부터 인지 두뇌를 물려 받았다는 점이다. 자신 노력만 가지고는 절대로 K고에 입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노력을 보태기는 하지만 대부분 부모가 유전적으로 잘 차려준 밥상에 자신이 숟가락을 놓은 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공부 잘해서 거두어들인 성과는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이기적이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주위로부터 공부 잘 한다고 칭찬만 받고 살아서인지 자신들은 다른 사람들의 우수성을 잘 인정하지 못하는 속성이 있다고도 고백했다. 다른 사람들의 우수성을 인정하지 못하니 공동의 목적을 놓고 다른 사람들과 절대로 협업을 못한다고도 고백했다. 서로가 잘 나갈 때는 선후배관계로 도움을 주고 받지만 이것도 잘 나갈 때 이야기라는 것이다. 동기들에 비해 처진다는 생각이 들면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속성이라고 했다. 자존심이 상처받기 때문이란 것이다. 권력을 쥘만한 담대한 용기는 없기 때문에 리더가 되지는 못한다고 했다. 이들은 리더밑에서 주로 참모 생활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문득 우리나라의 모든 교육이 아직까지도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창의성을 분출해내는 리더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암기력 중심의 인지적 학습능력만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개인들을 만들어내는 K고 모형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그렇게 흘렀어도 단지 대상이 외고나 과학고로 이름만 바뀌었지 인지적 암기능력만을 중시하는 교육 시스템은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

사회 시스템의 골간도 이런 교육시스템을 그대로 재생산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첨단 디지털 세상인 21 세기를 지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조선시대 과거시험보듯 인지적으로 달달 외우는 두뇌의 초보적 지능이 뛰어나 결국 시험만 잘 보면 판사 검사 의사 교수 등 뮈든지 다 될 수 있는 나라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법전원과 의전원은 인지적 능력 플러스 부모의 사회경제력까지 요구해 기득권을 그대로 재생산하는 성골 진골시스템으로 전락했다.

대한민국의 문제는 알파고의 기계학습이 심화되면 가장 먼저 기계화될 능력인 초보적 암기력 중심의 인지능력에 한국교육이 아직도 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업을 기반으로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낼 개념능력이나 창의적 능력은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창의성이나 인성이 없어도 지금까지 했던 방식대로 남의 것을 외워서 베끼는 fast followership으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의 감옥에 한국엘리트들이 갇혀있다.

한국의 교육이 근원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성장동력은 조만간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