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3-12 12:01
[N.Learning] 초뷰카 시대 정체성 상실이 초래한 대환란 새로운 고독한 군중이 탄생했다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846  
초뷰카 시대 정체성 상실이 초래한 대환란
새로운 고독한 군중이 탄생했다
온전한 정체성이란 시간 여행자들이 가지고 다니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시간여행이란 자신이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어디에 서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의미한다. 자신의 나침반을 제대로 운용해가며 만든 정체성은 과거와 미래가 현재와 연결되는 Connecting Dots 체험을 만든다. 자신의 나침반을 상실한 사람들은 과거 혹은 미래 현재에 갇혀서 길을 찾지 못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체험한다. 비슷한 이유를 정체성을 잃은 사람이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비슷한 부류의 군중을 만들어 문제 해결을 시도하지만 이런 군중이 해결책을 만들 개연성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확률보다 적다.
Greenpeak and Cornell Study는 Fortune 기업의 C Level 임원들 중 실제로 CEO로 등극한 사람들과 탈락한 사람들의 차이를 찾아냈다. 차이는 아무리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성찰하는(Self Reflection) 시간을 가져왔던 사람들과 바쁘다는 핑계로 이런 시간을 만들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였다. 이 둘 사이에 경험과 전문성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지만 자신이 누구인 지를 아는 자기이해(Self Awareness) 능력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경험과 전문성을 넘어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CEO로 발탁되는 현상은 사회적 불확실성이 극심해지는 지금과 같은 초뷰카시대에 당연한 결론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 사람이 아무리 능력과 경험이 출중해도 많은 사람들을 책임지는 기업의 수장을 맞길 회사는 없다. 이 연구는 C Level의 대부분의 교육을 자기이해(Self Awareness) 교육을 중심으로 재편하게 만들었다. 자기이해(Self Awareness)의 본질은 자기가 직접 삶의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삶의 주인공이 되어 만든 자기 정체성이다.
진성리더란 길을 잃었을 경우를 대비하는 살아 있는 나침반을 운용해가며 시간여행을 통해 자기정체성을 완성하는 시간여행자다. 진성리더는 자신이 리더로 일어선 과거의 시점과 삶의 종결되는 죽음의 순간에 도달해야 하는 마지막 목적지에 대한 개념이 분명하고 여행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과거와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 지도를 그려낸다.
진성리더십에서는 정체성을 아래 그림처럼 창조된 정체성, 프로그램된 정체성, 기억된 정체성, 반영된 정체성으로 분류한다 (진성리더십 책 P. 122).
진성리더의 창조된 정체성은 자신이 리더로 일어선 과거와 목적에 대한 약속을 정산하는 마지막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 Connecting Dots에 대한 체험을 지속하는 정체성이다. 이들은 자신의 시간을 여행하는 여행자로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될 때는 언제든지 길 잃었음을 용기 있게 인정하고 자신의 나침반을 꺼내 길 잃은 지점을 찾아내고 다시 지도를 그려내고 시간여행을 지속한다.
반영된 정체성은 치매환자의 경우처럼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상실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들 주변 사람들의 자신의 기억 속의 들어 있는 모습을 상기시켜 줌을 통해 최소한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최고로 불행한 경우다.
기억된 정체성이란 과거에 고착된 정체성이다. 과거에 성공한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때의 이야기를 자신 이야기의 중심으로 삼아 끝없이 반복한다. 정체성을 구성하는 현재와 미래의 고리가 끊어진 과거에 대한 샌티맨럴리즘과 과거 낭만주의자다.
프로그램된 정체성은 현재에 고착되어 과거와 미래의 고리가 끊어진 정체성이다. 이들은 과거 상실에서 오는 반복되는 실수의 불안과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라는 시점에서 가장 모범생의 전형을 구가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반영된 정체성자들은 기억을 상실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장 불안한 상황에 처하게 됨에도 자신에게 닥치는 불확실성에 대해서 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는 불운한 상태다.
정상적 인간으로 정체성에서 가장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프로그램된 정체성을 따르는 사람과 기억된 정체성을 사는 사람들이다. 사회학자인 데이비드 리즈먼(David Riesman)은 이들이 정체성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진성리더처럼 내재적 자율적 스토리로 정체성을 엮어가는 훈련을 받지 못해서 이들은 자신과 같은 부류의 군중에 합류하는 방식으로 정체성을 찾는다. 리즈먼이 활동하던 시기인 1950년대가 전통적 규범이 급속하게 무너지고 새로운 의미 있는 규범이 제시되지 못하던 혼란기였다.
불확실성에 대한 내용은 다르지만 고독한 군중은 불확실성이 극대화될 때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지배적 방식으로 반복해서 출연한다. 지금은 L자 불경기와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가속화되는 초뷰카시대다. 리드먼이 살았던 시대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고독한 군중이 출연한다. 초뷰카의 불확실성이 만들어낸 고독한 군중은 두 부류이다.
하나는 과거의 성공 경험을 힘에 대한 우상으로 투영시켜 놓고 이 우상을 맹목적으로 추종해가며 우상의 우산 속에서 인위적으로 정체성 불안을 해소하는 집단이다. 대한민국에서 이들은 태극기 혹은 타국기 부대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미국, 일본, 이스라엘 등 힘 있는 나라의 타국기 흔들어가며 전광훈, 전현보, 윤석열, 트럼프, 머스크, 나찌 등 힘 있는 극우 상징을 우상으로 모시고 이들을 추종하는 군중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군중에 합류하면 할 수록 정체성에 대한 갈증은 더 심해지고 이런 갈증은 군중의 시위에 그대로 반영되어 이들 시위는 점점 과격해지고 폭력적이 된다.
고독한 군중의 또 다른 부류는 프로그램된 정체성을 따르는 부류다. 이 부류는 이미 SNS 알고리즘에 의해 자신이 모두 분석되어 알고리즘의 노예로 전락한 사람들이다. 알고리즘은 정체성을 잃은 사람들을 찾아내서 이들을 사회적 범주(연령, 세대, 성별, 학력, 출신지, 부모의 배경 등등)로 세밀하게 교차해 분류하고 이들이 분류된 범주의 공통된 패턴을 찾아낸다.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공통 범주의 공유된 패턴 뿐 아니라 이들 각 범주에 속한 개인들의 반복적 생활습관을 시계열로 분석해 내재적 패턴까지 모두 파악해 개인에 대한 초개별화된 이해에 도달한다. 알고리즘은 마치 초개인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가장하지만 개인의 정체가 파악되면 자신의 범주를 탈주하지 못하도록 탈개성화시켜 개인들을 모래알로 만든다. 이들을 누가 더 알고리즘의 모범생인지를 놓고 경쟁하게 만들어 절대로 뭉치지 못하게 만든다. 알고리즘에 포획되어 갇힌 사람들이 겉으로는 개인의 특성을 잘 반영해 행동하고 세련되게 소비하는 느낌이 들어도 왠지 똑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벗어나지 못한다. 알고리즘의 계획 하에 탈개성화되어 모두 대체가능한 모래알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알고리즘이 설정한 모범생 범주에 따라 알고리즘이 조정하는 대로 소비하고 행동하고 노는 모범생 모습을 자신의 SNS에 경쟁하듯 보고한다. 이들이 SNS에 즐겁게 놀고 마시고 파티하는 모습을 보고하지만 이런 보고가 늘어날수록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갈증을 더 심화된다. 갈증이 심화될수록 더 모범적으로 사는 모습을 위해 경쟁한다. 타국기 부대나 유사종교의 광신자로 동원된 사람이 그냥 고독한 군중이라면 SNS의 노예로 전락해 모범생 모드를 위해 경쟁하는 비교적 젊은 군중은 지독하게 고독한 군중이다.
알고리즘이 설정한 답안을 벗어날 수 없는 프로그램된 정체성을 따르는 군중이나 태극기 부대와 교회를 탈주해 유사종교의 군중이 된 사람들은 모두 대한민국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신 고독한 군중들이다. 이들이 고독해 하는 이유를 근원의 수준에서 파악해 해소하고 잃어버린 과거, 미래를 현재와 연결하는 시간 여행자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도 조만간 정체성을 잃고 파산하는 국가의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우리의 미래가 정체성을 잃은 이들에 의해 결정된다면 생각보다 무섭고 엄혹한 파국을 향해 설국열차를 몰고 있는 형국이다. 누군가는 탈주하는 설국열차를 멈춰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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