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2-01 20:39
[N.Learning] 작심삼일 용두사미의 삶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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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용두사미하는 삶의 쳇바퀴
2020년 구정을 보내며

2003년 중국 남부 광둥 지방에서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 사스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후 2012-2015년에는 중동에서 시작한 메르스가 세상을 강타했다. 2019-2020년 우한 폐렴이 세상을 다시 흔들고 있다. 이것들의 최초 감염원은 동물로 알려지고 있다. 사스도 중국재래시장에서 거래되던 오소리, 사향고양이, 박쥐가 감염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지금 창궐하는 우한 폐렴도 우한시의 화난수산시장에서 거래되던 대나무 쥐나 오소리가 감염원인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금은 초연결시대여서 세계인들의 촘촘히 엮인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든지 전세계로 전파되는 범세계 전염범(Pandemic)으로 번진다. 초연결세상으로 세상이 연결되기 전에 이런 전염병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수없이 발생했을 개연성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지방의 풍토병(endemic)으로 머물다 사라졌을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지방에서 일어나는 풍토병은 대부분이 풍토병 수준을 넘어서 세상 전 지역을 전염시키는 범세계 전염병(pandemic)이 된다.

혼돈이론은 세상에서 이런 전염이 일어나는 과정이 더 이상 선형적으로 일어나지 않음을 경고한다. 광둥의 시골마을에서 한 마리의 나비가 공기에 파장을 일으키면 이 파장이 공기에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이 파장이 중국을 횝쓸고 태평양을 건너서 미국 맨하탄의 건물을 무너트리는 일이 실제로 발생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팬데믹을 전대륙을 감염시키는 병으로 정의한다면 적어도 팬데믹은 아니지만 인류 역사에 기록된 최악의 풍토병은 1346년–1353년 유라시아 대륙에서 최소 7500만, 최고 2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이다. 흑사병은 동양의 쥐벼룩이 보균자였다. 이 쥐벼룩이 동양의 비단길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해 1343년경 크림 반도에 닿아서 화물선의 검은쥐들을 감염시켜 전유럽을 감염시켰다. 흑사병으로 유럽인구는 30-60%가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흑사병은 따지고보면 지역의 풍토병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나 사스, 매르스, 우한폐렴은 팬데믹임에도 그 정도의 사상자를 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기값에 그 비밀이 담겨있다. 수퍼감염자라고 하는 보균자를 초기에 추적해서 통제할 수 있는 정도의 과학기술 수준의 발전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할 때 누구도 이 쥐벼룩과 이 쥐벼룩에 감염된 사람들을 특정할 수 없었다. 심지어는 특정이 안 되니 하나님이 인간에게 내린 재앙이라는 종교적 해석이 가장 유력한 해석으로 인용되기도 했다. 이런 종교적 해석에 반기를 들고 보카치노는 흑사병을 피해 시골로 피양한 10명의 화자가 10일간 머물며 100편의 소설을 펼쳐가는 천일야화식 소설인 <데카메론>을 완성했다. 보카치노는 <데카메론>의 주제를 언제 죽을지 모르니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카르피디엠"로 제시해 큰 반향을 얻었다. 심지어 데카메론에서는 아브라함을 기독교인으로 개종시키는 이야기까지 등장한다.

결국 풍토병이든 범세계 전염병이든 중요한 것은 병을 간진한 DNA가 인간을 감염시켜 이 감염된 보균자를 통해 자신을 복제하는 형식이다. 문화적 유행이 전파되는 방식도 비슷하다. 유행에 담긴 문화의 숙주(밈 Meme)가 다른 감염자들에게 이 숙주를 복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문화적 숙주(밈)가 대부분은 풍토병으로 끝나 지방의 문화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K Pop이나 강남스타일처럼 전세계적으로 번지기도 한다. 전세계적으로 번지는 문화적 밈들의 공통점은 세상사람들이 고민하는 일상의 고통의 근원에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내용을 초기값으로 가지고 수퍼감염자를 감염시킨다는 점이다. 병이든 유행이든 건강한 삶에 더 건강한 삶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전파되지는 않는다. 아프고 면역에 취약해진 통점을 연결해가며 전파된다. 21세기를 대표하는 경영자들의 공통점은 만족한 고객을 더 만족시키려는 고객만족의 전략이 아니라 고객의 통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긍휼감으로 무장되어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건드린 고통은 일상의 중력에 찌들어 춤추는 것을 잃어버리고 움직이는 것을 거부하며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불어일으켜 춤추는 삶을 되살려 놓은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고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말춤으로 세상을 춤추게 만들었다. 한 바탕 말춤을 추고난 사람들이 다시 중력에 찌든 삶으로 곧바로 뛰어들지는 않는다. 이런 마력을 알아차린 사람들인 말춤을 반복적으로 추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춤을 추도록 전파시켰다.

BTS가 전파시킨 밈은 독립적인 주체성이 사그라지는 젊은이들의 삶에 대한 경각과 깨우침이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써놓은 모범생의 삶에 반기를 들게하고 이 반기를 든 삶을 집행하기 위해 자신이 자신을 사랑해가며 일인칭으로 사는 삶이라는 초기값을 디자인했다. 이 초기값을 이들의 칼군무에 끼워넣어 전달했다.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노랫말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의미만 제대로 이해하면 그것으로 족했다. 나머지 노랫말은 주술가들이 외우는 주술이라고 생각하고 이 맨트라를 외워서 따라 읊쪼렸다.

예수가 전파시킨 기독교도 사실 그냥 구약에만 머물고 있어다면 유태인들 종교의 한 분파로 남아있다가 사라졌을 것이다. 예수는 자신이 일으킨 나비의 날갯짓에 사랑과 희생이라는 초기값을 끼워넣는데 성공했다. 자신의 유전자를 전파시키려는 진화론적 이기심이 뼈속까지 스며들어 있던 로마인들 강타하고 자본주의를 일궈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해 결국 지금에 이르렀다. 기독교 인구의 지속적 감소는 이런 예수가 일으킨 태풍이 더 이상 현대인들이 직면한 심연적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점점 찻잔 속의 태풍으로 사그라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문화적 밈이 전파되는 원리도 초기값을 어떻게 디자인해서 밈의 내용을 채워넣는지에 달려 있다. 자신이 초기에 시작한 일인 나비의 날갯짓에 어떤 초심의 의도와 목적을 끼워넣고 날갯짓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이 날갯짓이 태평양을 건너는 태풍이 될수도 찻잔 속의 파동으로 끝날수도 있다. 아주 미미하게 시작한 일들이 창대한 파도를 만든 역사에 공통으로 흐르는 비밀은 이 초기값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 아무도 관심을 쏟지 않던 초기의 자신의 일에 어떤 신성한 의도를 개입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신성한 의도를 만들어내는 삶의 목적에 대한 각성이 없다면 이런 끝이 창대해지는 초기값을 디자인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초기값이 아니라 어떤 유행이 충분히 진행된 시점 중간에 이런 의도를 끼워넣는 것도 불가능하다. 자신의 의도를 초기값으로 제대로 끼워넣을 수 있는 것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초기뿐이다. 초기값이 초기에도 아예 없거나 중간에 이런 값을 끼워넣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항상 모든 일에서 용의 머리를 꿈꾸며 장대하게 시작하지만 항상 시작만 있고 뱀 꼬리가 되는 삶의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한다.

누구나 년초가 되면 새해 계획을 세우지만 다 용두사미나 작심삼일로 끝난다. 2020년 용두사미하는 삶의 쳇바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순히 년초라고 계획을 세우는 것을 넘어서 이 계획이라는 초기값에 자신의 삶의 목적에 대한 의도를 얼마나 개입시켰는지가 중요하다. 목적에 대한 의도가 개입되어 있지 못한 계획들은 크면 클수록 남들로부터 최소한의 도움조차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그냥 나비의 날갯짓이나 용두사미의 계획으로 사그러질 운명이다.

2020년 구정을 맞이해 올해가 작심삼일/용두사미하는 삶의 종지부가 되는 해가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즐거운 구정명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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