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카(VUCA: Volatab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는 미 육군에서 사용하던 말로 냉전이 끝난 상황에서 모든 열강이 게임과 전쟁의 주체로 드러나 게임 룰이나 상황이 복잡해지고 예측불가능해진 상황을 의미한다. 냉전 시대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체제를 대표하는 양자게임(Two Party Game)으로 게임이 비교적 단순했는데 냉전이 끝나자 게임은 모든 국가가 게임의 참가자로 등장하는 다자게임(N Party Game)으로 전환되어 예측불가능성(Volatb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애매모호함(Ambiguity)이 상승적으로 커졌다.

초뷰카는 이런 뷰카의 문제가 지속되고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아서 문제가 더욱 해결될 수 없는 블랙홀이라는 특이점으로 급속하게 빨려 들어가는 절대절명의 형국을 의미한다. 뷰카를 만든 모든 문제가 아날로그 상황에서 발생했다면 초뷰카의 향방을 결정 짖는 대부분 문제는 디지털 플랫폼을 전제로 발생해 가속도가 붙었다.

뷰카의 상황을 초뷰카의 상황으로 전환시키는데 기여한 대표적 세 가지 공포가 L자 불경기의 지속이 대공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대체 가능성의 증가로 인한 직업과 일자리를 잃을 것에 대한 공포, 오랫동안 모범적 리더십 모형이 출현하지 않아서 생긴 리더십 포비아(공포)다. 이 세가지 공포를 해결하는 것은 답이 정해져 있는 선제(Tame Problem)이 아니라 답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반드시 시급하게 머리를 맞대고 협업을 통해서 풀어야만 하는 난제(Wicked Problem)다. 이 난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때 점점 어두워지는 대한민국도 공포에서 벗어나 희망의 불씨를 볼 것이다.

첫째는 L자 불경기는 신자유주의 거품이 꺼지는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뉴노멀이 되어버린 저성장 기조와 이로 인한 대공황을 예고하는 경기침체 문제다. 신자유주의를 이끌던 시장에서 주주를 위해 대리인이 되어 시장에서 무한경쟁에 승리해 단기적 이윤을 이끌어내던 대리인 거버넌스가 무너졌음에도 이를 대체하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거버넌스가 출현하지 못하는 거버넌스의 문제다.

둘째는 디지털 혁명으로 AI가 인간의 지능과 비슷한 AGI로 발달하고 이런 지능이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몸을 가지게 됨에 따라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노동력과 직업이 대체가능한 절대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문제다. 아직도 살아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에 따라 가성비가 월등한 AI나 휴머노이드에게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일을 양도해야 한다. 인간 노동의 경쟁우위가 사라지는 기조에 직업을 잃고 생계가 막막해져가는 불안에 대응하는 문제다.

셋째는 리더의 길잃음에 관련한 리더십 포비아 문제다. 어려운 국면마다 문제를 해결해주던 리더가 다시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가 되기보다는 과거의 답을 답으로 강요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키웠고 문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리더라는 말만 떠올려도 부정적 기조가 생기고 리더는 해결사가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는 공포의 대상이다. 리더가 먼저 길을 잃었고 리더를 누우 떼처럼 맹목적으로 따르던 사람들 모두가 덩달아 길을 잃었다. 소위 길 잃은 리더십 때문에 모두가 맨붕에 빠진 리더 포비아가 생겼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들고 일어난 운동이 진성리더십 운동이다. 진성리더(Authentic Leader)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듯이 카리스마, 변혁적리더, 서번트 리더 등의 리더십의 다른 대안적 스타일이 아니다. 진성리더십이란 리더십의 필요조건을 넘어 리더십의 충분조건에 대해 인지하고 우리가 리더로 잘못 알고 따르던 유사리더(Pseudo Leader)로부터 진짜 리더(Authentic Leader)를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내는 운동이다. 이 안목을 통해 진짜 리더를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의 초기값과 프랙탈을 만드는 변화 운동이다.

진성리더십은 초뷰카 시대 3대 난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첫째, 새로운 거버넌스에 대한 제안이다. 진성리더십은 신자유주의 경제를 이끌었던 대리인 거버넌스(Agency Governance)를 급복하고 지속가능성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스튜어드십 거버넌스(Stewardship Governance)를 제안한다. 신자유주의 대리인은 대주주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하는 마름(Agency)이었지만 스튜어드는 마름이 아닌 집사(Steward)를 의미한다. 이 집사가 모시는 주인은 대주주가 아니라 지구와 지구를 물려줄 미래 세대다. 스튜어드십 거버넌스는 경영자는 대주주를 넘어 지구와 미래 세대의 번성이라는 공동운명을 위해 지구의 자원(물적, 인적, 재무적) 빌려 사업을 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스튜어드십 경영자는 빌려 쓴 지구에 대한 랜트비와 이자를 미래 세대에게 대신 갚아주고 미래 세대의 경영자는 다시 자신을 이을 미래 세대에게 이자를 갚아가며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경영 함수의 종속변수로 삼고 경영한다. 이들은 빌려 쓴 지구에 대한 빚과 이자를 갚는 책무를 이행한다.

시간의 검증을 통과한 백년 기업의 지위를 획득한 기업들은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릴 때에도 스튜어드십 거버넌스를 자신의 경영의 원칙으로 삼아 경영했고 그 결과 번성과 지속 가능성을 누려왔다. 파타고니아는 이런 스튜어드십 거버넌스에 가장 근접한 기업이다. 파타고니아의 회장 이본 쉬나드는 회사의 사명을 "지구를 살리기 위해 경영한다"로 개정했다. 이반 쉬나드는 경영자로서는 보기 드문 진성리더의 선두주자다.

둘째, AI와 로봇에게 경쟁우위가 밀려 대체가능성이 높아진 인간 노동력의 문제에 대해 진성리더십은 오래 전부터 경쟁우위를 날줄로 존재우위를 씨줄로 삼아 만든 자신만의 고유한 태피스트리를 직조할 것을 제안해왔다. 단기적 성과와 시장에서 경쟁이라는 신자유주의 미시적 관점은 우리를 먹고 살게 해준다는 명분을 앞세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인간의 고유성에 대한 존재우위를 박탈해왔다. AI와 로봇은 인간을 대신해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어도 이런 문제 해결에 대한 존재우위의 문제인 선택, 판단,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일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존재우위의 영역이다. 로봇과 AI라는 수단을 인간의 존재우위를 만드는데 어떻게 수단으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와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존재이유는 인간만이 할 수 있음에도 먹고 살기 위해 경쟁하는 와중에 이런 존재이유를 잃은 것이 화근이다.

존재이유는 하루 아침에 암기과목 외우듯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삶아가는 과정에서 존재 목적이 몸, 마음, 정신에 숙성되어 만들어진다. 뇌의 시냅스 지도를 바꿔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시대적 맥락을 모르고 현학적 지식 논쟁에 빠진 인문학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존재우위의 씨줄을 마련하는 문제는 자신의 몸, 마음, 정신으로 숙성 시키는 인문의 문제이지 인문학이라는 지식의 문제가 아니다.

셋째, 답을 만들고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리더의 부재로 인한 리더십 포비아의 문제에 대해 진성리더십은 모든 기업들이나 리더는 이미 다 길을 잃었다는 취약성을 인정하는 용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리더만 바라보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사실은 나도 길을 잃은 지 오래임을 용기있게 고백할 수 있을 때 리더십 포비아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가 통상 길을 잃었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나침반이 있기 때문이다. 나침반이 있다면 길을 잃었을 때마다 나침반을 놓고 길 잃은 지점을 정확하게 찍어낼 수 있다. 지점이 파악되면 구성원들과 협업으로 다시 지도를 그려낼 수 있다. 나침반이 있다면 길을 잃은 두려움에 시달릴 이유가 없다. 길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침반을 꺼내서 길 잃은 지점을 찾아내고 지도를 그려내고 여정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살아 떨리는 나침반은 아무리 불확실성이 소용돌이 치는 상황에서도 근원적 자신감의 기반이다.

MS는 나델라가 수장이 된 후 MS가 돈에 눈이 멀어 길을 잃었음에 대해 용기 있게 고백하고 나침반을 살려냄을 통해 결국은 기사회생하는데 성공했다. 고장난 나침반을 살려내는 과정이 생각보다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나델라는 Hit Refresh 정책을 통해 나침반을 살려냈고 지도를 다시 그려내 MS의 영광을 회복했다. 나델라는 이런 상황에서 꼬리 자르고 도망가는 유사리더가 아닌 자신들의 취약성을 인정하여 본질에 접근하는 진성리더의 면모를 드러냈다.

대한민국은 초뷰카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라 전체가 무질서와 폭력과 편견이 난무하는 각자도생의 동물의 왕국으로 기울어가고 있다. 유사리더의 연기에 속아 나라와 경제와 사회를 맡긴 형벌이다. 지금이라도 진성리더십 운동의 깃발이 사회, 정부, 기업 곳곳에 세워져야 한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람들이 넘쳐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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