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9-17 09:23
[N.Learning] 자신을 환대하라 영화 <기적>
 글쓴이 : Administra…
조회 : 3,173  
자신을 환대하라
영화 <기적>
요즈음 문화를 이끄는 핵심주제는 자신에 대한 환대다. 세계를 평정한 BTS의 가사를 분석해보면 90% 이상이 자신에 대한 환대의 복원에 관한 것이다. 최근 인기를 끓었던 나의 해방일지에서는 자신에 대한 환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신을 숭배하라고 제안한다. 자신에 대한 환대가 죽음의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용어까지 동원되었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환대 이야기는 여기저기에서 숨어서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지금은 극장에서 내려졌지만 제목도 모르고 가까운 지인에게 끌려가 본 영화가 있다. 시작하는 장면을 놓치고 들어가서 제목이 <기적>이라는 것을 마지막 자막을 보고 알았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지만 이 영화를 통해 평범했던 하루를 모두 날려버리는 쓰나미를 체험했다. 자신에 대한 환대가 없는 타인에 대한 환대는 환대의 연기라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몸으로 버틸 수 없는 윤리라는 이름을 내건 당위성은 자신에 대한 갑질이다. 자신에 대한 환대가 타자의 환대에 대한 기반이 될 때 스스로와 타자를 일으켜 세우는 기적을 만든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 영화다.
영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이라고 볼 수 있는 양원역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철도역에 관한 영화여서 일본 영화 <철도원>을 연상할 수도 있으나 결이 다른 영화다. 영화에 대한 스토리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스킵한다. 본인과 비슷한 결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반드시 보시도록 추천드린다.
리다, 아렌트, 레비나스를 공부하면서 이들이 제안하고 있는 환대의 개념에 중요한 톱니바퀴 하나가 빠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환대가 데리다의 절대적 환대이든 상대적 환대이든 아니면 아렌트의 약자를 대신해 가면을 써주는 행위이든, 레비나스의 타자에 대한 환대이든 이들이 개념화 하고 있는 환대는 모두 타자에 대한 환대이다. 이들의 환대 개념에는 환대를 가능하게 하는 근원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서 공허하다.
환대가 환대가 되도록 하는 근원은 결국 자신에 대한 환대에서 나온다. 환대 철학자들은 모든 환대를 타자에 대한 환대로 치환시켜버림에 환대의 근원을 놓치고 있다. 환대의 주체는 이방인이든 정주민이든 각자의 입장과 무관하게 자기 자신이다. 자신에 대한 환대가 전제되지 못한 데리다, 아렌트, 레비나스의 환대는 환대의 연기이거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윤리를 강요하는 윤리적 갑질이다.
우리는 제대로 온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삶이 성공에 대한 지나친 열망에 종속되면 아픔을 품고 있는 자아와 멋진 재능으로 무장해서 타인들에게 연출되는 자아 사이에 분절이 생기기 시작한다. 인간의 온전한 성장은 내면이 가지고 있는 성장통이 극복되어서 자연스럽게 외면으로 발현되는 과정이다. 나무에 비유하면 성장통을 가진 내면의 자신은 뿌리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연출되는 자신은 이 뿌리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아 산출한 꽃과 열매이다. 하지만 유전적 재능이 이끄는 성공에 도취되면 내면이 가진 뿌리의 고통이 무시되고 열매에만 관심이 집중된다. 자신의 재능, 능력, 멋진 신체에 대한 편애가 시작된다. 편애는 역설적으로 온전한 더 이상의 성장은 멈췄다는 시그널이다.
사람들에게 멋진 모습으로 재현된 외면적 자신이 고통으로 홀로 울고 있는 내면의 자신을 환대하지 못한다면 뿌리의 고통은 성인아이로 고착되어 결국은 자신이라는 나무를 고사시킨다. 환대란 멋진 모습의 자신이 고통으로 울고 있는 자신도 환대하고 사랑하는 행위이다. 고통으로 앓고 있는 자신을 온전하게 사랑하는 긍휼의 행동이다. 긍휼의 사랑만이 자신에 대한 온전한 환대이다. 자신에 대한 온전한 사랑이다. 자신의 재능, 외모, 성공에 대한 지나친 편애가 자신의 아픈 내면을 제대로 돌보고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다. 자신의 아픔조차도 제대로 온전하게 환대하는 사랑만이 자신의 의식을 깨우고 몸을 일으켜 세워가며 자신을 삶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영화 <기적>에서도 내면의 아픔에 대한 온전한 환대와 긍휼의 사랑이 주인공을 일으켜 세워 자신을 두꺼운 알에서 깨어나는 기적을 만들었다. 주인공이 알 속에 갇혀 자신을 학대하고 있을 때에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것을 발현할 수 없었다. 자신의 아픔을 온전하게 환대하는 순간 이 재능을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지를 각성하게 된다. 자신을 긍휼로 환대하는 사랑이 주인공을 알에서 깨어나게 하는 기적을 선물한 것이다. 성인아이로 울고 있는 자신에 대한 환대가 기적을 만든다. 자신의 재능과 멋진 모습과 성공에 대한 편애가 자신을 기형의 괴물로 만든 주범이었다.
아무리 잘 나가고 빛나는 삶으로 도색되어 있어도 아픈 자신이 마음 속에서 찌그러져 울고 있음을 발견하는 사람들만 온전한 자아를 완성한다. 아픈 자신을 환대하여 사랑하고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사람들만 비슷한 처지에 쓰러져 있는 남들에도 시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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