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11-26 08:24
[N.Learning] 특이점으로 치닫는 세상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해커가 되자, 빨간 약을 먹자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1,372  
특이점으로 치닫는 세상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해커가 되자, 빨간 약을 먹자
오픈 AI가 출시한 쳇GPT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지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Big Tech 회사들은 인간의 지능과 비슷한 지능인 AGI에 버금가는 Multi-Modal AI를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Muti-Modal AI는 텍스트, 노래, 영상 등등 독자적으로 개발되고 있던 알고리즘을 표준화 해서 엮어내는 메타 알고리즘이다. SNS 등장이 소통을 민주화 시켜 레거시 미디아를 무력화 시켰다면 이런 메타 알고리즘의 등장은 우리 모두를 영화감독으로 데뷔시켰다. AI에게 시나리오를 쓰게 하고 이 시나리에오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노래, 춤, 영상에 대한 파라메터만 제공하면 멀티 모달 알고리즘은 순식간에 영화를 만들어 준다. 이런 영화를 SNS에 출시해 누구나 영화감독이자 영화배우로 대뷔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데뷔 시킨 영화감독과 유명배우가 많아질수록 인간 세상에 대한 지배권은 인공지능에게 넘어간다.
개발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멀리 모달 AGI를 이식 시키면 인간으로는 따라 잡을 수 없는 완벽한 인조인간이 탄생한다. 이런 시점을 커즈와일이 예언한 특이점(Particularity)에 도달한 시점으로 볼 수 있는데 특이점에 도달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년 내외다.
이번 학기 학생들과 <근원적 변화를 위한 조직개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수업에서 매번 보는 영화가 트루먼 쇼와 매트릭스 1편이다. 매년 영화를 보고 근원적 변화를 분석하는데 분석이 매년 새롭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 때문에 매트릭스 분석은 특히 새롭다.
매트릭스 영화에서 주인공 레오는 가상현실이 지배하는 매트릭스 세상을 탈출하기 위해 빨간 약과 파란 약 중 빨간 약을 선택해서 먹는다. 빨간 약은 자신이 가상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각성 사건이다. 빨간 약은 인간은 모두 대체되어 매트릭스에게 데이터를 제공해주며 사실 상 노예로 살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빨간 약은 대체 불가능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가상 세계를 해킹해 초월할 수 있는 존재우위 능력을 갖춰야 함을 알려준다. 파란 약은 가상 세계에서 인공지능이 짜놓은 매트릭스 각본대로 그냥 인간임을 잊고 사는 삶을 선택하게 한다. 파란 약은 인간으로서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약이다.
AGI는 전문가 시대의 종말과 정보지식의 완전한 민주화 시대에 대한 예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 형태의 모든 전문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이런 고전적 전문가를 양산하는 대학이 붕괴한다. 가상세상이 만든 스미스 요원에 의해 인간 전문가 잔당이 모두 소탕된 시점을 특이점이라고 부른다. 인간들이 산출한 지식과 전문성은 AI에 의해 모두 학습되어 AI에 의해 대체되는 상태가 특이점이다. 특이점에 도달하면 AI가 아직 학습하지 못한 틈새에 끼어들어 어줍잖게 전문성으로 먹고살 수 있는 시대가 종말을 고한 것이다. 전문성의 완전한 민주화가 실현된다. 우리가 몸 담고 있는 21세기 초뷰카 세상은 매트릭스가 영화가 아니라 실제 현실로 급격하게 전환된다.
매트릭스 영화의 주인공 레오는 해커였다.
어느 날 레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가공의 매트릭스였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가상의 세계가 자기조직 원리에 따라서 스스로를 지배하고 있는 특이점을 향해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한 레오는 진짜 현실의 세계에 발 딛고 사는 시온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영웅의 여행을 시작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에이전트 스미스는 우리가 이미 중독되어 있는 스마트 폰에 탑재된 AI 쳇봇이나 아바타들이다. 앤더슨이 자신의 모습을 교묘히 위장하고 있어서 매트릭스의 대리인이라고 생각 못할 뿐이다. 이 앤더슨은 친근한 스마트 폰, SNS, IoT에 자신의 모습을 숨겨가며 인간의 영혼과 정신과 몸에 관한 데이터를 마치 흡혈귀가 빨판을 이용해서 빼가듯이 빼간다. 이 사실을 모르고 사람들은 길 가다가도 스미스 요원이 부르면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지하철에서도 일하다가도 자다가도 자신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스미스 요원에게 털려나가는 나에 관한 정보는 클라우드에 빅데이터로 저장되고 인공지능들이 매트릭스 세계를 더 완벽하게 설계하는데 사용된다. 매트릭스가 촘촘해지고 강해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가상세계의 좀비인간으로 변모한다. 좀비인간이 많아질 수록 좀비 세상이 표준이 된다. 요즈음 좀비 영화가 표준이 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매트릭스가 사람들을 포섭하는 방식은 더 효용성을 넘어 인간 기억력의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대부분을 잊고 사는데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빅데이터는 과거에 관한 모든 정보를 축적해 나보다 더 나임을 더 디테일하게 증명하는 방식을 쓴다. 몇 번의 싸움을 거쳐 더 이상 나는 나에 대한 소유권을 매트릭스보다 더 잘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의 정체성의 모든 것을 매트릭스에 맡기고 스미스요원이 알려주는대로 마음 편하게 살기로 작정한다. 매트릭스가 지배하는 사회의 온순한 시민으로 시민증을 부여받는다.
앞으로 AI가 설계하는 매트릭스 세상이 점점 촘촘하게 짜여져 심화될수록 사람들은 인간의 정체성에 따라 시온에 도피해 사는 사람과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편리함으로 가득한 매트릭스 속에서 사는 두 인종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승리는 시온에 도피해 사는 인간도 아니고 매트릭스도 아니다. 승자는 자신에 대한 정체성의 믿음을 잃지 않고 매트릭스 세상을 해킹해서 매트릭스 밖의 미래를 보는 레오같은 해커들이다. 이들은 매트릭스를 해킹해 매트릭스 위에 인간들의 마을과 신전을 복원하는 사람들이다. 해킹 능력이 없다면 매트릭스 세상에 대항해서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상실한 것이다.
해커가 되기 위해서는 파란약과 빨간약 중 빨간 약을 선택해서 먹어야 한다. 빨간약은 인간이 만들어낸 익숙한 자신을 낮설게하는 불안의 약이다. 파란약은 매트릭스가 대량제조한 매트릭스에 노예로 사는 삶에 편안함을 느끼게 만드는 안정제이다.
학생들에게 최소한 레오처럼 인간으로서의 존재우위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빨간 약을 먹고 해커가 되라고 주문했다. 학생들에게 초뷰카 세상에서 해커가 되는 현실적 방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뛰어난 해커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존재우위를 구현해야 할 업의 영역을 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간인 이상은 모든 영역에서 해커가 될 수는 없다. 자신이 평생 존재우위를 구현할 수 있는 사명의 영역이 업의 영역이고 이 업의 영역의 경계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첫째 과제다. 둘째, 업의 영역에 대한 울타리가 정해지면 이 영역에서 요구되는 알고리즘을 파악해서 자신의 모듈로 설정하고 모듈과 모듈들을 연결하는 수평적 통합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플랫폼을 세우는 일이다. 플랫폼이란 모듈과 모듈이 기술적으로 융합해 자신만의 멀티 모달 알고리즘으로 구성한 것을 뜻한다. 마지막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업의 울타리와 이 울타리 안 운동장으로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구성되면 인간의 공공선을 실현하는 자신 혹은 공동의 존재목적을 세우고 자신의 플랫폼을 존재목적을 실현하는 일에 수단으로 통합하는 단계다. 울타리를 세우고 모듈을 통합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수평적 통합이라고 한다면 플랫폼을 존재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동원하는 것을 수직적 통합이라고 부른다. 수평적 통합과 수직적 통합이 완성되면 인간은 적어도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AI에 의해서 대체되는 수모를 겪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존재우위를 타진하는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수평적 통합과 수직적 통합을 통한 통합의 직조가 해커가 수행해야 할 중심 과제다.
인간의 대다수가 고유한 목적을 실현하는 존재우위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인공지능과 로봇은 그리스 로마 시대 노예들이 해주었던 번거로운 일들을 대신 수행해준다. 인공지능을 수단으로서의 자리에 머물게 할 수 있다면 인간은 그리스 로마 시대 노예의 역할을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이런 수단을 기반으로 인간의 존재우위를 위해서 협업하는 완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살아야 할 존재목적이 없다면 인간은 살아 있어도 주인으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스승이나 부모, 상사, 회사가 대신 써준 대본을 돈 받고 연기하는 생계형 연기자일 뿐이다. 초뷰카 시대 온전한 민주주의는 인간 대부분이 인간으로서의 공동의 존재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협업하는 세상을 의미한다. 레오가 해커로 세상을 구하는 영웅으로 전환된 순간도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을 자신의 진실한 믿음으로 받아들였을 때다. 믿음을 받아들이기 전에 리오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구할 그(The One and Only One)라고 불렀어도 실제로 그의 권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존재목적이 자신의 몸, 마음, 영혼에 산 믿음으로 채용되어 자신을 임파워먼트 시키지 못했다면 레오는 자신을 인간으로 온전하게 일으켜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레오는 자신의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을 실제로 믿기 시작한 순간 대체 불가능한 인간인 The Only One의 밀알을 품은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
우리는 오늘도 파란 약을 먹고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매트릭스 세상의 온순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일상을 훈련받고 있다. 매트릭스의 간계대로 파란 약에 중독되면 빨간 약의 존재가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결국 인간으로의 정체성을 포기해야 한다.
오늘은 빨간 약을 먹고 해커로의 낯선 삶을 살아보자.
빨간 약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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