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저녁 진행된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한국 대표팀은 팀 리더십을 제대로 행사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먼저 달려간 김보름과 박지우를 국가대표에서 추방하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전 세계인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선수들이 보여준 행태는 한 마디로 올림픽 정신을 파괴하는 국제망신이었다.
팀리더십을 대표하는 기러기 리더십의 측면에서 한국팀의 문제점을 분석해 볼 수 있다. 기러기로부터 배우는 팀리더십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러기 뇌에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철심이 박혀 있는 것으로 알려 있다. 자신이 날아가야 할 목적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2008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철새 망막에 있는 '크립토크롬'이란 단백질이 자기장을 감지해 뇌로 신호를 전달한다고 발표했다. 이 나침반은 모든 기러기들이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있어도 공동의 목적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또한 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만나는 모든 장애는 개인적 목적을 공동의 목적에 종속시킴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월팀에서는 이런 공유된 목적인 팀의 우승보다는 선수들이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이 앞섰던 것으로 보인다.
둘째, 기러기들은 공유된 리더십을 행사한다. 대장기러기가 앞장서서 나가다 지치면 뒤로 빠지고 다음 기러기가 대장으로 지휘한다. 뒤에 빠진 기러기는 응원단장이 되어 팀을 격려한다. 기러기가 날아갈 때 시끄러운 이유는 이 응원단장 때문이다.
처음부터 대장이 정해져 있었고 끝까지 이 형태를 유지하는 일종의 위계조직의 형태로 운영되었다. 팀이 아니라 군대조직의 모습을 보였고 결국 군대조직이 무너지는 소통의 문제 때문에 무너졌다. 이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노선영이 뒤처진 것을 몰랐다고 고백했다. 팀으로 뛰었지만 팀웍은 없었다.
셋째, 팀원 중 한 기러기라도 아프거나 낙오자가 생기면 팀원 중 다른 기러기 한 마리를 붙여주어 아픈 기러기가 죽거나 나을 때까지 간호하도록 한다. 기러기가 가족으로 합류한 팀원들에게 보여주는 긍휼감의 모습이다.
이 팀에 긍휼감은 보이지 않았다. 빙상연맹도 노선영에 긍휼감을 가진적이 없다. 경기를 끝낸 선수들도 긍휼감이 없었고 울고 있는 노선영을 외국 코치가 와서 위로해주었을 뿐이다.
넷째, 기러기 V자 대형은 이들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데 최적화된 기술이다. 바람이 세지면 각도가 줄어들고 바람이 약해지면 각도가 벌어진다. V자 대형 때문에 혼자 날아갈 수 있는 거리보다 70% 정도의 거리를 더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도 날아가는 기러기처럼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힘이 세고 빠른 선수가 앞장서서 공기저항을 막아주고 두번째로 빠른 선수가 제일 뒤에서 중간선수를 격려해가며 밀어주었어야 했다. 기러기가 가르쳐준 V 대형 같은 전략무기 없이 그냥 개인 실력에 따라 모든 것을 맞긴 것같다. 빙상선수들의 엘리트주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팀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한번도 같이 훈련한 적이 없었다는 것은 빙상연맹의 리더십에 결정적 흠집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빙상연맹 다시 태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