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10-31 21:11
[N.Learning] 신세계가 백년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여정
 글쓴이 : 윤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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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가 백년기업으로 거듭나기위한 변화의 여정
윤정구

21세기의 기업환경은 소위 초경쟁 (hypercompetition) 환경으로 규정지어진다. 초경쟁환경이란 기술이나 제반 사항들의 전개가 아주 유동적이어서 오랜 시간 동안 구축해놓은 경쟁우위도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는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 대응해 기업들은 충분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가격과 질에서 앞선 새로운 가치를 다른 경쟁기업보다 앞장서서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모든 관건이다. 새로운 가치를 선구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기업의 변화와 혁신은 모든 생존기업의 화두이다.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에서는초경쟁환경에서 경쟁기업보다 먼저 변화하고 먼저 새로운 것들을 창조하여 환경을 자사에 우호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이 재구성된 환경에 대한 감동적 스토리를 만들어 끊임없이 고객의 마음속에 심어주려는 노력을 성공의 관건으로 제시한다. 극도로 불확실한 초경쟁 환경에서는 아무도 정답을 만들어낼 수 없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불확실성 속에서는 먼저 세상을 주도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롭게 구성해내고 새롭게 구성된 세상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전파시키는 사람들이 경쟁의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세상이다. 반면 초경쟁세상에서 가장 큰 낭패를 보는 기업들은 벌거숭이 임금님 전략을 따르는 회사들이다.

우화에 등장하는 벌거숭이 임금님은 유행을 아주 좋아하는 임금님이다. 이 임금님의 유행에 대한 끊임없는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던 신하들은 임금님을 벌거벗겨놓고 최첨단 유행의 옷을 입고 있다고 사기를 친다. 이를 믿고 자랑스럽게 거리를 활보하던 임금님을 본 아이들이 임금님을 보고 놀라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소리치게 된다. 이 우화의 이야기는 유행을 쫒아서 변화와 혁신을 치장하는 기업이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많은 기업들이 나름대로 변화와 혁신에 대해서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 스스로가 자신에 맞는 옷을 만들어 본 경험을 가진 경우는 많지 않다. 반대로 어떤 새로운 변화나 혁신에 대한 묘안이나 대책을 찾을 때에도 많은 회사들이 던지는 통상적 질문은 이런 혁신과 변화의 방법이 업계의 다른 선진기업에 의해서 검증된 방법인지이다. 또한 Six Sigma던 TQM이던 ERP던, 팀이던지, 새롭게 유행을 타는 관행을 경쟁사나 선진기업에서 도입했다면 이것이 이들에게 맞는 옷인지는 불문하고 일단 도입하고 본다. 이와 같은 유행 따라 하기는 회사의 모든 관행을 소위 무늬만 따라하는 혁신으로 전락시킨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변화와 혁신은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기는커녕 변화와 혁신을 베끼고 있다는 시늉에 불과해진다. 이와 같은 변화와 혁신에 노출된 기업의 종업원들은 항상 혁신의 피로에 기진맥진해져 있다.

벌거숭이 임금님 변화전략은 환경에서 오는 변화가 미미하고 미래의 변화의 추세가 예측가능한 시기인 점진적 변화 (gradual change)의 시대에 맞는 전략이지 모든 것이 무정형적으로 변화하는 롤러코스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개인과 우리 조직을 이끌 수 있는 진정한 변화 챔피언들이 택해야 할 전략은 아니다. 지금처럼 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새로운 변화의 표준이 먼저 변화에 성공한 사람들에 의해서 설정되고 강요될 수 있을 때 단순이 이들 선진관행을 따라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영원한 이류로 몰아넣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자신들이 설정한 프랙티스의 정당성을 다른 이류들이 얼마나 따라 하는 지에서 찾고 싶어 하는 일류들이 음모에 낚인 경우이다. 100년 기업의 변화챔피언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지금까지 자신의 변화전략이 벌거숭이 임금님인지 아니었는지에 대한 반성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 자신도 모르게 벌거숭이 임금님 전략을 따르고 있었다면 유행을 따라하면 안전할 것이라는 위험천만한 생각을 버리고 자신만의 변화와 혁신의 대본을 다시 쓰는 영웅적 여행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에서는 21세기가 지식정보사회를 넘어서 개념화의 시대로 이행된다는 미래학자 Daniel Pink의 주장에서 초우량기업들의 따라야 하는 변화의 방향을 착안한다.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충분한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고 날이 선 핵심역량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경쟁해야 할 21세기 개념화의 시대에서는 불확실성을 잠재울 수 있는 새로운 시대적 개념을 창출해 이것으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개념화의 시대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한몫에 잠재울 수 있는 신선한 스토리가 성공의 관건이다. 기업들은 이 스토리들을 생생하게 전파하기 위해서 의미를 디자인화 하여 스토리의 추상성을 극복해낸다. 궁극적으로 고객들로부터 자신이 만들어낸 스토리에 공감을 얻어내는 일에 사운을 건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가격이나 질을 높이려는 싸움은 회사를 끊임없이 레드오션의 싸움터로 몰아넣는다. 신세계가 백년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가격이나 질에 대한 경쟁만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넘어서야 한다. 대신 좋은 가격과 질에 대한 생생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디자인을 붙여서 고객에게 의미와 감동을 창출해낼 수 있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해야한다. 유행을 뛰어 넘어 변화와 혁신의 큰 흐름인 트렌드 속에 신세계만이 할 수 있는 변화와 혁신의 대본이 준비되야한다. 따라서 신세계가 진정한 100년 기업의 변화 챔피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선진기업의 유행을 따라다니는 이류가 아니라 참신하고 설득력이 있는 스토리를 창출하여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예술가와 리더의 자질을 습득해야 한다.

Target과 Walmart가 미국에서 성공한 이유들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존재하지만 이것을 전략의 문제로만 해석하기에는 미진한 감이 많다. Walmart가 Every Day Low Price (EDLP) 전략을 지속적으로 사용한 것은 Walmart 성공의 필요조건에 해당될런지 모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성공의 충분조건은 Walmart가 창출한 스토리가 고객들에게 먹혀들어갔다는 점이다. Walmart가 구성해낸 스토리는 “촌사람들도 적은 돈으로 도시의 멋쟁이들처럼 멋있게 꾸미고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뒤에는 항상 월마트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멋쟁이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데는 도시의 어느 할인점 못지않은 값싸지만 다양한 제품들을 갖추고 있어야 했고 월마트는 이 스토리에 맞게 전략을 재구성해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Target의 스토리는 creating value이다. Walmart에 비해서 약간 비싼 가격을 추구하지만 품질과 서비스 측면에서는 백화점보다는 싼 가격으로 백화점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고가의 가치를 전달하겠다는 전략이다. 타겟의 매장은 백화점을 방불케 하듯 고급스럽다. 타겟의 매장에는 스타벅스, 스시바 등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스시바는 상류층 문화를 표방하는 아이템일 뿐만 아니라 신선도를 자랑하는 제품의 이미지도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타겟의 가치전략은 역시 타겟 성공의 필요조건이었을 뿐이다. 타겟 성공의 충분조건은 Private Brand를 통해서 끊임없이 타겟만의 고유한 스토리를 만들어왔고 이것이 고객들의 정서를 자극했다는 점이다. 즉 타겟은 패선 디자이너 아이작 마지라히, 아동용 상품으로 유명한 에이미 코어, 가정용 소품의 마이클 그레이브즈 등의 타겟만의 유명 브랜드를 독점 계약해서 끊임없이 고품격의 브랜드 스토리를 창출해내었다. 타겟은 이 브랜드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엮어서 보그나 엘르 같은 유명잡지에 광고를 냈다. 다른 할인점들이 비용절감의 차원에서 전단지에 주력하는 것에 비해 상당히 파격적이다. 이와 같은 스토리 창출노력의 결과로 고객들에게 타겟은 “Cheap and Chic" 싸고 세련된 물건들을 즐길 수 있는 매장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100년 기업을 지향하고 있는 신세계의 변화와 창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품의 질과 가격을 중 하나를 선택하기 보다는 둘을 창의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는 전략의 기본이 된지 오래다. 지식정보화의 시대는 타사의 가격과 제품의 질에 대한 정보를 이용해서 타사를 넘어서는 경쟁역량을 구축하는 것에서 성공의 열쇠를 삼았다. 그러나 지식 정보화의 시대에서 개념화의 시대로 넘어가는 현 시점에서는 가격 플러스 질의 경쟁을 넘어서서 신세계만의 미래 이미지를 담은 강력한 스토리를 창출해서 이 스토리에 담긴 의미로 소비자들에게 마음과 영혼의 정서적 공감을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 미래의 신세계 정체성을 담은 신세계 이야기가 창출되었다면 이것을 기반으로 현재 신세계에서 하고 있는 관행들을 점검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 관행들 중 없애버려야 할 관행과 이 스토리를 구현하기 위해서 새롭게 시작해야 할 관행들을 찾아내서 회사의 모든 프랙티스를 일사분란하게 통합해나가는 작업을 수행해나가야 한다. 이와 같이 스토리와 관행이 통합된 상태는 신세계에 다른 기업이 카피할 수 없는 단순함이라는 최고의 전략적 무기를 제공할 것이다. 모든 것이 신세계가 제시하는 감동적인 신세계 이야기와 통합되어져 있어서 밖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일견 단순해 보여도 실제로 이것 하나하나를 카피하려들면 전체를 통째로 베끼지 않으면 안 되는 소위 가피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피에 성공 한다하더라도 관행을 카피할 수는 있어도 신세계만의 스토리를 카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결국 무늬만 베끼는 격이 된다.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에서는 성공적인 변화와 창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창출한 스토리의 진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객은 늘 신세계에서 만들어낸 이야기의 진정성을 회의하고 검증해 보고 싶어 한다. 이것을 검증해 보이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지만 고객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 많은 힌트를 얻고 있다. 사회적 책임활동은 기본적으로 종업원들의 생계를 보장해 줄 책임, 법적으로 세상에 물의를 안 일으킬 책임, 높은 도덕성을 유지하고 또한 사회에 암묵적 해를 끼치지 않을 책임,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호혜적 선의를 베풀어 줄 책임으로 나누어진다. 자신의 종업원들도 먹여 살리지 못하면서 사회적 호혜에 많은 돈을 쓰는 기업을 고객들은 진정성이 있는 기업이라고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의 하위책임을 완수한 상태에서 그 기업이 진정으로 사회적 호혜를 베푸는 차원까지 사회적 책임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면 어느 누구도 이 회사기 만들어 낸 스토리의 진정성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암묵적으로나 명시적으로 진정성이 검증되어졌다면 고객들 마음 속에는 더 이상 신세계가 남의 회사가 아니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 친척, 친지, 이웃들의 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또한 사회적 책임활동은 종업원에게는 자부심의 원천이된다. 무한한 자부심으로 무장한 종업원을 가진 회사는 변화나 혁신에 대한 무조건적 신념을 갖게 된다. 변화와 혁신이 자기 자신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고 따라서 어려운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와서 도와 줄 것이라는 근원적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와 혁신의 과정에서 장애를 만난다하더라도 종업원들이 변화의 성공을 위해 주위에서 보기에 측은할 정도로 몰입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의 개인의 영달이 아닌 고객이나 사회적 구성원들에 대한 신성한 약속을 지키는지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사회적 책임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행복에 기여해 온 회사들이 절대로 망할 수 없는 이유도 이것이다. 그 회사의 존재감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의 원천이 된다. 또한 이런 회사가 사라진다는 것은 일반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에 많은 침해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이들 모두가 나서서 십시일반으로 이 회사를 일으켜 세우게 되어 있다. 변화와 혁신의 성장의 기반이라면 진정성 있는 사회적 책임활동은 지속성의 기반이 되어 회사가 지속적 성장을 구가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에서는 위대한 변화와 혁신을 성취한 기업들이나 사람들이 공통으로 따르는 변화와 혁신의 방법론으로 급진적 거북이라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급진적 거북이는 자신의 미래의 모습에 대한 비전과 미션에서는 누구보다도 과격하고 급진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이를 구현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거북이처럼 차근차근 할 수 있는 것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서 지금 서있는 자리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에서 변화의 긴 여정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역사적으로 모든 위대한 기업이나 국가에서 만들어 놓은 창대한 변화의 시작은 항상 미약해 보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미약한 움직임 밑에는 창대한 변화의 마지막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구성원들의 근원적 신념이 깔려 있었다. 이 믿음에 근거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서 차근차근 변화를 일구어온 사람들이 급진적 거북이들이다. 유통업계의 애플이라는 신세계의 새로운 신화를 창출하기 위해선 신세계에서도 이와 같은 변환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신세계가 미래에 유통업계의 애플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믿음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일사분란하고 급진적으로 따르고 다른 한편 이를 구현하는 방법론에서는 거북이처럼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것에서 지금 가진 것만 가지고도 또한 지금 서있는 그 자리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신세계가 유통업계의 애플이라는 스토리를 구현해서 국민 모두에게 존경받는 100년 기업으로 탄생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신세계 사보 201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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