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7-03 15:31
[N.Learning] 제대로 소통하기: 직조와 피륙
 글쓴이 : Administra…
조회 : 7,037  
제대로 소통하는 법
직조와 피륙
우리는 자신이 이야기하는 주장이 상대에게 잘 먹혀들지 않을 때 "씨알이 안 먹히네"라고 불평한다. 씨알이란 베틀을 통해 직조할 때 나오는 이야기다. 베를 짤 때 세로로 주어진 실들을 날줄이라고 칭한다. 직조를 한다는 것은 이 날줄에 자신의 씨줄 즉 가로줄을 만들어 고유한 문양이 담긴 직물을 완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날씨가 눅눅하거나 하면 생각대로 날줄에 씨줄이 잘 피륙되지 않는다.
소통에서 생기는 오류의 대부분은 자신에게 주어진 날줄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씨줄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할 때이다. 소통이 제대로 완성하는 것은 상대의 마음이 가진 스토리인 날줄에 내가 주장하는 이야기인 씨줄이 제대로 피륙되어 둘이 공유할 수 있는 문양이 완성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상대의 날줄을 무시하고 자신의 씨줄만을 주장한다면 당연히 직조가 완성되지 못한다.
상대방의 마음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하는 것은 씨알이 안 먹히는 상황을 넘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소통 상황을 초래한다.
황석영씨의 글 중 어느 부분에 6.25 당시 인천으로 피난 가는 장면이 나온다. 밤이 되어 토굴비슷한 곳에 숨어 있는데 북한군인지 국군인지 모르는 수색 군인들이 찾아와 자신의 정체는 밝히지 않은채 손전등으로 위협해가며 이승만을 응원하는지 김일성을 응원하는지에 응답하라고 명령한다. 군인들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사는지 죽는지의 문제는 반반의 확율게임이다. 이때 황석영씨는 부친이 다음과 같이 기지를 발휘해서 가족의 생명을 구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우리가족은 너무 몽매해서 어느 쪽이 옭은지를 모르고 살았습니다>. <어느 쪽을 따라야 될지 가르쳐 주시면 지금부터 배우고 따르겠습니다>.
우리의 삶의 환경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고 세상은 군인들이 황석영씨 가족에게 했던 것처럼 우리의 기회를 주거나 박탈하기 위해 정체를 밝힐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황석영씨 부친은 위기의 상황에서 상대방의 의도의 날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심도 있게 여기에 씨줄을 걸어 소통에 성공해서 가족을 구해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리적으로 자신에게 총구를 드리대지 않기 때문에 세상이 우리에게 해오는 질문과 답변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산다. 질문과 답변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해 수도없이 사살 당하지만 자신이 무엇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배척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통을 제대로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주장이 상대방에게 먹혀들게 만들기 위해 먼저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들어가며 상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날줄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소통 시간의 대부분을 보낼 것이다. 소통의 달인은 말하는 시간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상대가 가진 날줄의 형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아무리 훌륭한 씨줄을 가지고 있고 아무리 뛰어난 이야기꾼의 능력이 있어도 직조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소통이란 제대로된 직조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훔쳐내는 작업이다. 상대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를 직조해서 새로운 태피스트리로 새교양곡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소통이다. 이런 소통으로 서로의 마음의 피륙이 성공했을 때 이 교양곡에 맞춰서 서로가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할 것이다. 서로 춤추지 못하게 만드는 소통은 제대로 된 소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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