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2-17 17:02
[N.Learning] 아산 병원의 혁신사례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3,989  

“환자중심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

기사승인 2017.02.08  12:19:16+ 크게

공유

- [人side&人sight]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김재학 소장

‘포기하는 순간 삽질만 한 거다.’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한쪽 벽면에 이 문장이 박혀있다.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문장이 사무실에 자리 잡고 있으니 사뭇 진지하기도 하다.

이 문장을 비롯해 회의실과 카페테리아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포스트잇까지. 그동안 센터가 어떤 마음으로 병원 프로젝트에 임해왔는지 짐작이 간다.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김재학 소장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센터 직원들은 어떻게 구성되었나.

지금은 나를 포함 8명의 직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 중 4명은 병원의 기존 직원들인데 홍보실과 기획실 사람들, 그리고 병동과 고객상담실에 있던 간호사들이다. 외부에서 온 직원 중에는 산업디자이너도 있고 대기업에서 사업기획을 했던 친구도 있다. 나는 경영컨설팅을 했었다. 똑같은 사람들만 모이면 똑같은 아이디어만 나오기 마련. 인력을 다각적으로 구성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양화 하려고 했다.

- 원자핵공학 박사로 알고 있다. 어떻게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에 오게 됐나.

학교를 졸업하고 선배들과 벤처회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끼리 사업을 하려니 경영에 대해 아는 것이 없더라. 그래서 미국 MIT에서 MBA를 시작했고 거기서 'Innovation and global leadership'이라는 프로그램을 마쳤다. 마침 그 프로그램 첫 수업 주제가 디자인 컨설팅사 아이디오(IDEO)였다. 그래서 서울아산병원에서 아이디오와 같은 조직을 만든다고 했을 때 관심이 생겼다.

- 이전 커리어가 지금 업무에 도움이 될 때가 있나.

공학박사도 그렇고 경영컨설팅도 그렇고 결국 문제해결이 핵심이다. 분야에 따라 지식이 다를 뿐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은 똑같다고 본다. 그래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학박사와 경영컨설팅 이력 덕분에 다양한 사람을 만났던 것도 도움이 됐다. 연구를 하는 공학자, 경영·마케팅을 하는 사업가, M&A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해왔다. 그래서 의사, 간호사, 행정직 등 다양한 직군이 함께 있는 병원에 와서 일을 하니 그들을 이해하는데 수월한 것 같다.

사진 : 서울아산병원

- 다른 병원들도 의료서비스디자인 담당 조직이 있다. 이 센터만의 특징이 있다면?

우리는 Design Thinking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다. 전에 ‘퇴원 후 문의’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퇴원 후에 환자들이 무엇 때문에 병원에 문의전화를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두 달 동안 각 병동으로 걸려온 전화 건수, 내용, 시간들을 다 분석했다. ‘수술 전 불안감 감소’ 프로젝트를 할 때도 며칠 동안 밤낮없이 리서치에 몰두했었다. ‘어차피 결과는 똑같은데 그냥 빨리 하지’라는 의견도 있지만 핵심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2013년에 아이디오 CEO 팀 브라운이 우리 병원을 방문했을 때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이 머리로 생각 하는 것, 입으로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그리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 이 4가지가 모두 다르다고.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설문을 해서 해결법을 찾지만 그게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려면 깊이 이야기하고 같이 생활하면서 느껴야 한다. 그것을 제대로 파악해야 문제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창의성이 생기고, 더불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팀 브라운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 ‘이노베이션’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교과서 같은 말일 수 있겠지만 환자중심이 곧 이노베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전에 메이오클리닉 트랜스폼 컨퍼런스에 갔을 때 태양의 서커스 단장이 나와서 발표를 했었다. 그가 말하길, 자기들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뭐든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고 연구한한다. 그가 ‘우리는 재미와 감동 때문에 이런 노력들을 다하는데,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을 다루는 병원이 왜 하지 않느냐’고 하더라. 이 말을 듣고 뭔가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 왔다.

과거 병원들은 공급자 중심이었다. 다른 산업처럼 이용자가 원해서 가는 게 아니라 아프니까 어쩔 수 없이 가는 곳이었다. 그리고 정보의 비대칭이 심해 의사는 모든 것을 알고 환자는 주어진 것만 알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병원도 환자의 니즈를 알지 못했고, 환자도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 디지털 헬스케어, 인공지능, 원격의료 등 관련 산업의 변화로 환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있다. 결국 ‘환자중심’이라는 병원 본연의 가치를 찾아가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게 됐다.

- 센터가 생긴 후 서울아산병원에 어떤 변화가 찾아왔는지.

병원 안에 이노베이션 문화가 확산됐다. 처음엔 직원들에게 이노베이션이 무엇인지 알리고 결과물로 보여주면서 동참을 이끌어냈다. 이제는 직원들이 먼저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우리병원 전체 직원이 8천명이 넘는데 우리 센터는 8명, 1000대 1이다. 문화가 확산이 되지 않았다면 우리가 했던 일들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것을 우리 센터의 성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센터, 병원 직원들, 그리고 경영진이 환자중심을 위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함께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김영주 기자 0ju@docdocdoc.co.kr


이름 패스워드 비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