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통합을 넘어서 문화적 통합으로의 근원적 변화
윤정구

대한주택공사와 대한토지공사가 대한토지주택공사로 통합을 하였지만 재무적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없는 상태에서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라는 정치적인 성격의 통합으로 인한 부작용이 대두되고 있다. 애당초 가지고 있던 재정적 위기는 통합된 후에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오히려 엄청남 부채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에서는 사람들이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근원적 변화의 기틀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유를 변화에 관련된 공포를 해결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변화와 관련된 공포는 작은 공포와 큰 공포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람이나 조직구성원이나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할 때 각양각색으로 두려움을 표현한다. 이 나이에 창피나 당하지 않을까? 혹시 체면이 깎이지나 않을까? 새롭게 변화한 국면에서 지금까지 쌓아 놓은 기득권을 한 순간에 잃게 되지나 않을까? 새로운 미지의 세상에서 잘 해 나갈 수 있을까? 지금도 편안하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는데 일도 많고 힘든 세상을 자초할 필요가 있을까? 개혁이나 혁신은 자신의 가죽을 벗겨내 새로운 가죽으로 바꾸는 작업이라던데 혹시 너무 고통스럽지나 않을까?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에서는 이처럼 각양각색으로 표현되고 있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작은 공포로 규정하고 있다. 이 작은 공포의 뿌리는 한 곳으로 모아져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자신이 의존하고 살아왔던 방식대로 사는 심리적 안정지대를 버리는 것에 대한 공포이다. 지금까지 살았던 방식대로 습관대로 살면 편안한데 변화는 이 심리적 안전망을 버리고 불확실성의 망망대해로 몸을 던지라는 요구하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이 심리적 안정지대에 대한 믿음은 변화를 시도할 때마다 공포감을 조성해 물귀신처럼 잡아끈다. 이와 같은 일은 변화의 당사자가 의식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하게 무의식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당사자에게는 더욱 공포의 대상이 된다.

결국 큰 변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작은 두려움을 이길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이겨내는 계기는 이와 같은 사소한 두려움 뒤에는 보다 더 큰 두려움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서 얻어진다. 작은 두려움은 지금의 심리적 안정지대에서 벗어나는데서 느끼는 두려움이라면 큰 두려움은 이 작은 두려움이 무서워서 변화를 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은 지금보다 더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자신을 직면하는 두려움이다. 큰 두려움은 경영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증명한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자신은 적응했다는 믿음의 감옥에 갇혀서 냄비 속에서 뛰쳐나오지 못하고 삶아 죽은 개구리가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두려움이다.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에 따르면 이와 같은 큰 두려움의 실체에 대한 각성을 통해 점진적 땜빵식의 처방으로의 변화를 넘어서 조직의 정신적 틀 자체를 바꾸는 근원적 변화 (deep change)의 기틀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LH에게도 지금 필요한 것이 하루하루 버티기 위한 땜빵식의 변화가 아니라 사고의 틀을 바꾸는 근원적 변화를 감행해 궁극적으로 점점 다가오는 더 고통스러운 큰 두려움에 대비하는 일이다.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에서는 근원적 변화 (deep change)를 위한 몇 가지 항해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현재 위기의 문제를 자신을 포함한 주요한 이해당사자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진솔하지만 설득력이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도달할 자랑스러운 모습이 되어 있을지의 변화의 목적지에 대한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비전스토리가 준비돼야 한다. 또한 진솔하고 현실적인 비전을 위해 지금까지의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플라스틱 비전은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둘째, 근원적 변화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새 조직을 이끌어줄 새 비전에 맞는 관행을 과감하게 정착시키는 문제이다. 새로운 관행은 통합이전의 두 조직 중 어디에 도움을 주는 가의 정치적 싸움을 넘어서서 새로운 비전에 도움을 주는지를 바탕으로 채택되어야 한다. 이 같은 전략만이 그간 있었던 지자체나 정치권의 과도한 영향력에서 벗어나 LH가 선포한 비전의 구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또한 앞으로 경영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주요한 의사결정의 해답을 정치적 힘겨루기가 아닌 이 비전과 일치하는지의 비전토크에서 찾아야 한다. 셋째로 이 비전과 일치하지 않은 관행은 그것이 L에 도움이 되든지 H에 도움이 되는지를 떠나서 과감하게 희생하고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관행을 제거하는데 서로 문제와 책임을 전가시키는 방어적 행동은 금물이다. 책임에 대한 전가를 넘어서서 문제해결을 위해서 어떻게 십시일반으로 희생할 수 있는지에 모든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 내부 구성원들이 절대 화합하고 절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마음을 절대로 사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 항해지침은 가장 중요한 한 가지 프로젝트에서 시급하게 성공을 증명하여 실제로 변화가 가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일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새로운 회계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채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회계시스템은 기존의 건설업계에서 관행처럼 유행하던 내부거래나 부당 거래비용의 문제점들을 획기적이고 선구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혁신적 시스템이어야 할 것이다. 어렵겠지만 이런 회계시스템의 성공은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전달해줄 수 있는 핵심적인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에서는 이와 같은 변화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선 LH가 정치적 통합이 아니라 문화적 통합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또한 문화적 통합의 노력이 국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얻기 위해선 LH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LH를 현재의 위기에서 구해줄 설득력 있는 비전 스토리와 이를 구현하는 관행의 채택에 솔선수범하고 희생하는 모습이 전제된다면 LH가 정상화 되는 실마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루 빨리 LH가 진정성 있는 비전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표적 공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