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리더십, 왜 이슈인가?
진성리더십은 2004년 네브래스카 대학 링컨 갤럽 리더십 연구소 the Gallup Leadership Institute at the University of Nebraska-Lincoln 설립의 취지로 아볼리오 Avolio, 가드너 Gardner, 루산스 Luthans, 왈룸부와 Walumbwa 등의 리더십 학자들에 의해서 공식적으로 주창된 리더십 연구경향이다. 학문적 경향과는 별개로 조오지 George가 메드트로닉 Medtronic이라는 회사의 CEO로 재직하면서 체험한 리더십 경험을 보고한 진성리더십 Authentic Leadership이라는 저서가 비즈니스 위크의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면서 현업을 배경으로 한 진성리더십도 부각되게 되었다.
자본가의 탐욕
리더십이 건강한 자본주의를 키우기보다는 경영자의 사욕을 챙기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는 인식에 대한 직접적 계기는 2000년대 들어서 미국을 중심으로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한 기업의 회계부정과 이로 인한 회사들의 줄도산과 맥을 같이 한다. 21세기의 시작과 더불어 밝혀지기 시작한 거대기업들의 회계장부 조작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선두주자는 2001년 파산을 신청한 엔론 Enron 이다. 엔론 사건은 결국 미국에서 회계기준을 강화하는 법인 Sarbanes-Oxley법을 통과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법의 통과를 계기로 2002년은 그간 성공적으로 숨겨왔던 많은 회계부정 사건들이 봇물 터지듯 드러났다.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 2002년에는 아델피아 Adelphia, AOL, 브리스놀-마이어스 스퀴브 Bristol-Myers Squibb, CMS 에너지, K-Mart, 머크사 Merck & Co, 메를린치 Merrill Lynch, 퀘스트 커뮤니케이션 Qwest Communications, 타이코 인터네셔널 Tyco International, 월드컴 WorldCom 등에서 회계부정이 발각되었다. 2003년에는 파말라트 Parmalat과 노텔 Nortel에서 2004년에는 치퀴타 브랜드 인터네셔널 Chiquita Brands International과 AIG에서 회계부정이 발각되었고 이와 같은 회계부정의 릴레이는 2010년 리만 브라더스 Lehman Brothers의 파산으로까지 이어진다.
회계는 한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총체적 정보를 내외부에 공시하는 활동이다. 이 정보의 진실성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자들은 회사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이와 같은 이해에 기반을 두고 이해관계자들은 회사와의 향후 미래지향적이고 관계에 도움을 받는다. 경영자가 이 정보에 대한 접근성에서 비대칭성을 이용하여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약점을 숨기고 강점만을 부각해서 제공하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사기행각으로 이어진다. CEO들의 진정성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회사의 강점만을 골라서 보고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고 회사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회계부정 건 중 엔론 건은 회계비리의 종합선물세트였다. 2001년 말 회계장부를 조작하여 빚을 줄이고 매출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리다 발각되기 전까지는 엔론은 5년간이나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칭송 받던 에너지 업계의 수퍼스타였다. 엔론은 1985년 네브래스카의 천연가스 공급업체인 인터노스와 텍사스의 내추럴가스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회사이다. 80년대 후반까지는 천연가스 공급회사로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독립적으로 가스를 개발해 공급하는 회사로서 명성을 얻었다. 2000년 매출액은 약 천만 달러로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16위를 미국 내 기업순위에서는 7위를 차지하는 회사로 성장한다.
엔론의 성장은 닷컴기업이 유행하던 90년대 초반 비즈니스 모델의 변신과 깊은 관련이 있다. 엔론은 에너지를 직접 개발해 파는 굴뚝형 에너지 개발 회사에서 온라인상에서 에너지 거래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이비즈니스 사업의 총아로 거듭난다. 엔론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형은 2001년 3사분기의 실적이 발표되기까지는 모든 면에 있어서 완벽해 보였다. 포춘지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25위에 엔론을 올렸고 창업자 케니 레이 Ray를 미국을 이끄는 최고의 경영자 25명 중 한 명으로 추켜세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도 2000년 세계최고의 에너지 기업으로 엔론을 거론한다. 하버드대학의 바틀넷 교수는 “최고경영자 스킬링과 레이는 기업가적 행동양식이 돋보이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고 치켜세웠고, 컨설팅 업계의 총아로 떠오르던 하멜은 “엔론은 무한 성장이 가능한 이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선구주자다”라고 극찬했다. 1991년에서 2000년까지 주가상승률은 1400 퍼센트로 S&P 500의 평균주가 상승률인 380 퍼센트에 무려 3.7배가 높다.
엔론의 사업은 크게 3부문으로 나뉜다. 에너지 중계, 에너지 유통, 통신사업이 그것이다. 매출액 비율로 보면 중계가 약 970억불, 유통이 약 27억불, 통신사업이 9억불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비즈니스 모델에 기반을 둔 에너지 중계와 파생상품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이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서 엔론 온라인을 설립하여 여기에서 인터넷으로 가스, 철강, 목재 등을 페이퍼 트레이딩 하기 시작했다. 에너지를 기초자산으로 거래해서 대박을 터드린 엔론 온라인은 거래품목을 다양한 금융파생상품으로 까지 확대한다. 심지어는 날씨를 담보로 한 파생상품을 만들어서 거래하기도 한다.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 내기위해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에서 한 해에 250명씩의 MBA를 특채해가며 비즈니스를 확대시켜 나갔다. 이들은 본연의 사업보다는 페이퍼 거래를 통한 머니게임으로 돈 버는 재미에 흠뻑 빠져들기 시작했다. 1996년 132억 달러에 해당되던 매출이 2000년 1008억 달러로 신장되어 매년 평균 66 퍼센트의 신장률을 기록한다. 이 덕분이 엔론의 주가는 파산직전 90불까지 치솟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매출신장은 결국 회계조작에 의한 것임이 밝혀진다.
회계장부상의 이상 징후는 이익률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엄청난 매출신장에 비해 이익률이 터무니없이 급감하는 것으로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매출액이 급성장한 1995년에서 2000년 사이에 자기자본 이익률 (ROE)이 반 토막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해외투자 사업이 총체적 부실로 판명되고 2001년에는 10억 달러의 자산이 숨겨진 부채인 것으로 판명돼 엔론의 회계투명성은 더욱 의심을 받게 되었다. 한편 엔론의 이사회는 회사와 내부거래관계로 부당이득을 챙기던 사람들로 장악되어 있어서 회계부정을 감독할 입장이 아니었다. 한 술 더 떠서 회계감독을 책임지고 있던 아서 앤더슨은 이와 같은 경영진내지는 이사회임원들과 짜고 회계장부를 조작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엄청난 거액의 컨설팅 비를 챙겨갔다.
이처럼 회사가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있을 때 경영진의 행보는 더욱 가관이 아니었다. 케니 레이회장은 회사가 청산하기 직전인 2001년 1월에서 7월까지 2억 5천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팔았고 최고경영자 제프 스킬링은 1750만 달러어치를, 내부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 챈 다른 경영진과 큰손투자자들도 주식을 몰래 팔아치웠다. 회사가 파산하기 직전까지 회사의 경영진들은 회사가 파산한다는 것을 알고 주식을 다 처분한 상태였던 반면 퇴직금의 60 퍼센트 정도를 자사주에 투자하고 있었던 2만 여명의 종업원들만 휴지조각으로 변한 주식을 떠안고 거리로 나앉게 되는 신세가 되었다. 경영진들은 오히려 자신이 주식을 다 팔 때까지 종업원에게 회사가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시키는데 주력했다는 증언도 있다. 결국 종업원들은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 사기를 당한 것이다. 이들은 파산보호신청을 하루 앞두고 500명의 고위직원과 11명의 임원에게 50만 달러에서 500백만 달러에 이르는 특별 상여금을 지불하기에 이른다.
엔론은 정계의 로비에도 뛰어난 수완을 보였다. 회장 케니 레이는 부시가 주지사와 대통령 선거를 치루는 동안에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낸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대통령 선거 당시는 50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경영진들로 회계부정을 숨기기 위해서 정계에 적극적인 로비활동에 동참했다. 특히 딕 체이니 부통령과 칼 로브 대통령 정치고문은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 엔론의 간부들과 수시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스캔들이 발각되자 부시는 자신이 케니보이였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부시가 케니보인인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엔론 사태는 경영자들과 이사진 회계감리회사가 합작해서 회계장부의 진정성을 왜곡한 대가로 주주들에게 630억불 채권자에게 176억 달러, 파생상품거래자에게 40억 달러의 손해를 입히고 파산되었다. 케니 레이 회장은 종신형 선고를 며칠 앞둔 2006년 7월 5일 심장 마비로 돌연 사망한다. 제프 스킬링은 24년 4개월의 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CFO 앤르류 파스토우 Andrew Fastow는 10년 형을 선고 받았다 6년 형으로 감형되어 복역 중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1985년에 회사를 설립해 2001년 파산하기까지 16년 동안 공들여 쌓아온 최고의 명성이 회계부정으로 무너지는데 불과 2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엔론은 자본가의 탐욕의 대가로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결국 레이회장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희생자였지만 그중 가장 큰 희생자들은 회사를 믿고 퇴직연금을 투자한 종업원들과 아무런 정보 없이 속수무책으로 사기당한 소액주주들과 남들이 다 뛰어들기 시작한 파생상품 거래에 빠져든 투자자들이었다.
진정성이 결여된 자본가들의 탐욕은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다. 이런 자본가들은 생산과 노동을 통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신성한 가치 창출보다는 파생상품 거래와 같이 단시간 내에 돈 놓고 돈 먹는 페이퍼 머니게임을 즐긴다.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에서는 돈 이외의 다른 고상한 가치가 있을 수 없다. 돈 자체가 최고의 가치가 된다. 돈 자체가 최고의 가치인 세계에서는 장기적 가치창출이란 있을 수도 없고 단기적 실적을 많이 내기위한 경쟁만이 최고의 전략으로 강요된다. 특히 단기적 성과를 내는 방법으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매출을 늘리기보다는 비용을 털어버리는 수단이 주로 동원된다.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종업원들을 단기적 성과를 내기위한 최고의 먹잇감이다. 이들을 해고해서 단시간 내에 비용을 최소화해서 재무재표상의 단기성과를 만들어 주가를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들이 단기적 성과와 주가상승으로 최대의 인센티브를 거머쥐는 동안 종업원들은 해고되어서 새로운 직장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아이러니가 탐욕세계에서의 게임의 룰이 된다. 이처럼 탐욕에 도취한 CEO들은 자신의 임금을 불리기 위해서 노동자들을 해고시켜 자신의 단기적 성과를 높이고 이에 대한 실적을 기반으로 인센티브를 챙기고 회사가 어려워질 때가 되면 구조조정의 귀재라는 새 명함을 달고 연봉을 천문학적 숫자로 올려 다른 회사로 옮겨 다니는 진정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이중생활을 해왔다. 이런 탐욕적 CEO는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일한 직장인들의 땀의 신성함을 억지로 외면해가며 탐욕을 전도하고 있었다. 진정성이 아니라 탐욕과 돈이 최고의 가치인 세상에서는 어떻게든 남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 이들은 돈을 어떻게 많이 버는지의 know how를 제공하거나 최고의 경쟁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로 대우하고 이를 종업원들에게도 강요해왔다. 이들은 왜 사람들이 돈을 벌어야 하는지의 이유를 의도적으로 사유하지 못하게 막아놓고 종업원들을 돈 버는 기계로 전락시켰다. 이들은 오늘도 자신의 탐욕을 경제적 합리성과 효율성이라는 이데올로기 속에 감추고 탐욕을 충족시켜줄 새로운 사냥감을 찾아 나서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이와 같은 진정성하고는 거리가 먼 자본가들은 미국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의 산업계에서도 기업가들의 진정성과 윤리성의 부재로 인한 폐해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었다. 70년대 80년대에는 성장주도의 리더십이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해가면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한 공과를 인정하더라도 그간의 성장리더십이 가져다준 경제일변도의 효율성 강조가 우리 사회에 끼쳐온 리더십의 어두운 면이 만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논증이라도 하듯이 한국의 거대기업집단을 이끌어온 창업자들과 그 자손들 중에서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존경받는 진성리더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국민들 모두가 동의하는 바일 것이다. 진성리더십과는 반대로 어떤 총수들은 전과와 연루된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단기적 실적만을 강조하는 풍토는 결국 미국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경제가 단기간에 이만한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결국 한국 사람들의 특유의 빨리 빨리의 단기성과 지향 문화가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필자에게는 국내 대기업의 임원과 외국계 기업들의 임원들을 평가하는 세션에 참가할 기회가 종종 있었다. 이 평가과정에 참가해 보면 임원들 중에는 단기적 업적에 모든 것을 거는 임원과 CEO급의 임원이 명확히 갈라진다. 단기적 업적주의 임원은 직책이 임원이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백조와 같은 우아함을 뽐낸다. 독립적인 사무실, 높은 연봉, 주차 공간, 거액의 스톡옵션 및 인센티브 등 임원의 품위를 유지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이들은 백조처럼 수면에 우아하게 떠 있기 위해서 애절할 정도로 물갈퀴를 움직이고 있다. 임원으로의 단기적 업적을 유지하기 위해 부하들을 몰아세우는 모습이 연상된다. 다른 임원들과의 업적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다는 믿음 때문에 다른 임원을 이기기 위해서라면 가능한 모든 정치적 술수를 동원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CEO급 임원들의 모습은 이들과는 다르다. 이들은 단기적 성과의 측면에서는 단기업적주의 임원과 구별이 안 된다. 그러나 이 성과를 내는 방식이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장기적 안목의 핵심가치나 비전에 근거해 있다. 단기업적중심 임원들에게도 핵심가치나 비전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을 멋있게 소개할 때 쓰는 장신구에 불과하다. 이 비전이나 가치는 머릿속에 플라스틱 비전과 가치로만 남아있다. 반면 CEO급의 임원들의 비전과 가치는 머리에서 흘러내려 가슴에 묻혀있다. 실재로 모든 일하는 방식과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결정해준다. 이들은 이와 같은 장기적 가치라는 부표를 타고 현재의 성과를 창출하기 때문에 부하들의 성장과 육성에도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들 주변에는 이 임원의 비전과 가치에 몰입해 이 임원처럼 성장하기를 열망하는 부하직원들이 포진해 있다. 한마디로 CEO급의 임원들은 진정성이라는 큰 배를 타고 부하들과 같이 장기적 항해를 하고 있는 임원들이다. 단기적으로 이들의 성과의 수준과 단기 성과중심 임원들의 성과의 수준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단기적 경쟁에서이다. 종국에는 단기 성과중심 임원들은 단기적 성과를 더 이상 낼 수 없는 국면에 이르면 황금알 몇 알을 더 건지기 위해 자신이 가진 황금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게 된다.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 샘플 오류를 감안하고라도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에 CEO급에 해당되는 임원은 소수였다. 그러나 이들이 회사에서 CEO가 될 확률은 단기 업적중심의 임원들보다 적어도 3배 정도는 높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문제는 외국계 회사의 임원들의 경우에는 이 임원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의 임원들의 경우에는 CEO급 임원들이 충분히 CEO 경쟁의 풀을 형성해서 단기 업적주의 임원들이 레이스에 끼어들어 올 여지가 없지만 한국에서는 CEO의 파이프라인에 CEO급 임원들의 물이 말라 있기 때문에 CEO급의 임원들뿐만 아니라 단기 업적주의 임원들 중에서 살아남은 많은 임원들이 CEO로 승진한다는 점이다. 이들의 승진은 조직문화을 단기적 실적위주의 경쟁주위로 바꿔서 회사 전체를 이와 같은 논리를 맹신하는 사람들로 가득 채우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다. 자신이 성공한 방식이 바로 그와 같은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들에서 빨리빨리 문화를 통한 성장이면에는 이와 같은 리더십의 성장통이 깃들어 있다.
이와 같이 진정성이 떨어지는 단기실적 위주의 경쟁신화는 비단 경제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정치영역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경제 영역은 오히려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치영역의 리더에 대한 진정성의 부재는 뿌리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단골로 제시되고 있는 논쟁도 능력은 되는데 청렴성으로 대표되는 진정성의 결여에서 거의 모든 정치가들이 문제가 되었다. 모든 장관 후보자는 한 마디로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인생을 진솔하게 살아 왔는지의 진정성의 측면에 있어서는 모두 낙제점수를 받고 있다. 강부자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모든 정치가가 불법 재산증식, 세금탈루, 위장전입 등에서 의혹을 받고 있다.
2009년 중앙선데이, 동아시아연구원,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한 파워정치인 신뢰영향력조사결과 (http://www.eai.or.kr)를 보면 한국정치인들의 리더십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조사에서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 대상으로 유력 정치인 10명이 현 정국에 미치는 영향력과 신뢰도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는 이들 정치인의 영향력과 신뢰도 각각에 대해‘전혀 없다’(0점)에서‘매우 높다’(10점) 사이의 점수를 매기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 최고의 유력 정치인 10명을 뽑아 조사했지만 10명의 평균 영향력 점수가 10점 만점에 4.3점, 평균 신뢰도 점수는 3.7점으로 낙제 점수다. 또한 정부, 국회, 여당 등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도자일수록 신뢰도가 떨어져서 이들의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조사에서는 한국정치에서는 공식적 채널을 통해서 리더십을 행사하기보다는 막후정치를 통해서 리더십을 행사하고자하는 문제도 고질적 문제로 떠올랐다. 역대 대통령들은 한국정치에서 리더들은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국민의 신뢰를 못 받고 있음도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의 극한 대립이 일상적 루틴이 되고 국민들은 정치적 무관심이 극에 달하고 있다. 비전과 가치에 진정 몰입해서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은 가뭄이 콩을 보는 정도이다.
국민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야 할 종교지도자들의 진정성은 더 가관이 아니다. 최근 대형 개신교 목사들을 중심으로 한 스캔들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성직자들이 진성리더로서의 자질에 회의를 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종교지도자들은 실제로 많은 신도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고 이들이 보여주는 리더십의 모든 것은 신도들에게 역할모형으로 학습되어진다는 점에서 종교영역에서의 리더십은 사회 어떤 영역보다도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훌륭한 성직자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도 사회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리더로 다시 태어난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혼동과 방황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서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것도 이들이 신도들에게 북두칠성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이 보여주는 일거수일투족의 바람직한 리더상은 근원적으로 신도들의 마음에 자리 잡게 되어 삶에 대하여도 경쟁과 획득보다는 평화와 희생을 근본적 덕목으로 살아갈 것을 제안하게 되므로 사회적 시민행동의 원동력이 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종교적 지도자들에게는 남다른 포용, 희생, 양보, 봉사 등의 덕목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보여준 리더십은 진성리더십과는 거리가 먼 행동들이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켜왔다.
떡검, 성접대, 뇌물 등을 연상시키는 검사들은 사회조사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진정성이 떨어지는 집단으로 보고된다. 전관예우로 자신의 철밥통을 서로 채워주기에 바쁜 판사들도 진정성이 떨어지는 사회적 엘리트이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영역의 사회적 엘리트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마디로 사회지도층에서는 보고 배울만한 것이 없다. 이런 사정은 한국사회의 사회통합과 건강한 시민사회로의 성장하는데 많은 장애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 사회적 엘리트로 성장하는 것에 대한 냉소주의 때문이다.
한국사회에 진성리더십의 부재가 가져온 문제점을 전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홈쇼핑에서 캐나다 이민 상품을 팔았는데 한 시간 만에 매진된 사건이다.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에 대한 후속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 밝혀진 이야기는 한국에서는 자식들을 교육시켜서 사회적 엘리트로 진출시키는 것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잘 나간다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부모가 재력이 있어서 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좋은 대학에 보내지도록 육성되는 경우인데 그런 막대한 재원을 동원할 능력도 없고 실제로 동원할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점점 더 경쟁만 강조하는 풍토에 사랑하는 자식들을 희생양으로 바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들은 이런 사교육시장을 통해서 육성된 대다수의 사회적 엘리트들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이들을 한국을 대표하는 리더로 닮고 배워야 할 진정성 있는 역할모형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도 이들이 이민을 결심하게 된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회적 엘리트라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여 하루하루 땀흘려가며 열심히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사회적 모범을 보였다면 이와 같은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사회엘리트들에게서 시민들의 역할모형인 진정성이 있는 진성리더십 (Authentic leadership)의 전형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믿고 있다. 이 문제가 국가적 차원해서 해결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가 선진 시민 사회로 편입된다는 것은 요원한 문제이다. 진성리더십의 국가적 차원에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진성리더십에 관해서는 아직도 번역서만 한 두 권 소개되고 있는 정도이다. 본인이 알기로는 한국의 주요학술지에 아직까지 한편의 학술 논문도 수록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 저술의 목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안에서 땀 흘리고 일하고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진성리더를 체계적으로 발굴해내고 육성해낼 수 있는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데 있다. 이를 기반으로 본 저술에서는 진성리더십을 다른 사회영역에 적용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집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