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권력(Power)이라고 하면 상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 즉 상대의 것을 뺏을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 개념은 사실상 모든 사회과학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사회과학의 창시자 Weber나 정치사회학의 창시자 Dahl이 만든 권력의 정의이다. Weber나 Dahl은 권력을 "상대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종류의 권력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노상강도를 연상해보면 된다. 노상강도가 칼을 들고 나에게 지갑을 내놓라고 한다면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지갑을 양도해야 한다. 이것이 상대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라는 권력의 정의다.

이런 노상강도 짓은 조직에서 리더십을 직책과 혼동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비일비재하게 사용하고 있다. 직책자가 부하에게 자신의 직책을 기반으로 부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시킨다면 이것은 리더십 행사가 아니라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직책을 기반으로 리더에 의해 행사된 권력을 갑질이라고 칭한다. 갑질행위에서 리더가 동원한 직책이 노상강도가 들고 있는 칼인셈이다. 리더십은 이런 권력의 행사가 아니라 상대방의 자발적 동의에 근거해서 상대가 일하게 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지고 보면 화석화된 고전적 권력개념에 대한 집착이 갑질을 부채질해온 셈이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교묘하게 뺏는 행위인 갑질은 일상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목격된다. 예를 들어 경제적 교환행위에서도 겉으로 보기에는 합법적이어도 상대의 자발적 동의에 반해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한정된 파이를 다른 사람에게 이전을 강요하는 행위는 갑질이다. 금융다단계의 폰지사기는 대표적 경제적 갑질이다. 폰지사기는 실제로 전체의 가치가 증식되지 않음에도 개인에게는 증식된다는 환상을 불러일으켜 새롭게 투자자를 불러모으고 이 투자금으로 기존에 이입한 사람들을 돌려막기하는 방식이다. 폰지사기란 전체의 총량은 같음에도 전체를 모르는 사람들을 돈을 빼서 먼저 들어온 사람들을 돌려막는 방식이다. 총량이 정해져 있음에도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돌려막는 방식은 모두 폰지사기다. 대부분의 파생상품은 파이를 키우지 못함에도 키울 수 있는 것처럼 투자하게 속여서 나중에 이입한 사람들의 투자금을 먼저 투자한 사람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주는 행위도 폰지사기다. 이런 형태의 폰지사기가 2008년 금융위기를 불렀다.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에 기반하지 않은 대부분의 가상화폐 시장은 폰지사기 시장이다.

재벌들이 복잡한 문어발식 네트워크 지배구조를 이용해서 모회사의 작은 지분으로 자회사를 지배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파이의 증분이 없는 상태에서 한곳의 지분으로 다른 지분을 지배하고 돌려막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형적 폰지사기 구조다. 국민연금도 폰지사기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자금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 젊은이들이 낸 보험금으로 은퇴자들의 연금을 돌려막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큰 사회적 이슈를 불러왔던 한국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도 마찬가지다. 정규직 일자리의 숫자가 고정되어 있는데 이미 취업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취업을 앞둔 젊은이에게는 전형적 돌려막기였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일자리에서 폰지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제로섬 가정에 근거해서 세상을 이원론으로 갈라치기하는 것은 폰지사기꾼들의 전형적 전략이다. 정치가들이 표를 얻기 위해 남성과 여성을 이원론적으로 갈라치기해서 성갈등을 부축이는 것도 정치적 폰지사기다.

이런 일자리, 경제, 직장에서의 폰지사기적 갑질이 권력으로 정당화 되는 이유는 베버나 달이 제시한 전통적 권력 개념이 시대의 성숙과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제로섬적 가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가 더 이상 커지는 것이 가정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정당한 권한과 법과 제도를 통해서라도 상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을 강제한다면 공정성의 시비를 가져올 수 있는 갑질이다. 갑질은 경제, 정치, 사회 영역을 넘나들며 자행된다. 조금 더 힘이 있는 사람들이 법을 무기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전쟁행위다. 제로섬 가정에 기반한 권력 개념은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무자비 하게 행사할 수 있는 강제적 힘이고 이 힘이 법의 옷을 입고 덤비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약육강식 전쟁을 불러온다. 이런 잘못된 가정에 기반한 대부분의 정책이 우리 사회 대부분 영역에서 파급되고 있는 양극화의 주범이다.

본인과 동료연구자(Edward Lawler, Shane Thye)는 지난 30년간 저서와 논문을 통해 권력에는 베버와 달 류의 제로섬적인 권력 개념도 있지만 미래 가치의 증가를 목적함수로 한 플러스 섬적 권력 개념이 있음을 설파했다(http://nlearners.org 참고). 사회정책의 방향도 지금 있는 파이를 나누는 싸움의 개념이 아닌 이런 플러스 섬적 권력개념에 기반해야 함을 환기해왔다. 제로 섬 권력 개념을 탈주해서 플러스 섬 권력개념의 의미를 이해할 때 생산적 관계와 관계맺음의 공동체가 공진화 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왔다.

우리가 제시하는 플러스 섬 파워 개념에서는 파워의 기반을 교환의 의존성이라고 규정한다. 내가 상대에게 어떤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평소 내가 상대에게 도움이 되어 상대가 나에게 의존하는지에 달려있다. 모든 일상적 관계에서는 무자비한 물리적 힘이 아니라 상대가 나에게 의존하게 되는 의존성을 기반으로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상대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나에게 많이 의존하면 할수록 나는 상대에게 더 많은 파워의 기반을 형성한다. 이런 파워의 개념은 일방적이라기보다는 상호적이다. 서로의 성공을 위해서 서로에게 많이 의존할수록 서로의 파워는 늘어난다. 플러스 섬에서 권력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 평소에 상대에게 투자를 해서 관계적 잔고를 늘려야 한다. 의존성이 동시에 늘어날 수 있도록 평소에 서로 도움을 많이 주고 이 도움의 잔고를 기반으로 내가 필요할 때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일상적 관계에서 파워 행사이다.

플러스 섬의 파워개념에서 자신의 파워를 늘리기 위해서는 상대가 많이 의존할 수 있게 평소 줄 수 있을 때 많이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평소 많이 "줄" 것을 강조한다. "져줘라" "해줘라" 등등 주는 "줘라"는 말을 어미에 붙이는 것은 것은 주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지혜를 담고 있다. 평소 줄 수 있을 때 많이 주어놓아야 본인이 필요할 때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창하는 플러스 섬 파워는 모든 성공과 실패에 대한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는 초연결 플랫폼 시대에 따라야 할 권력의 개념이다. 서로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 초연결시대에 권력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제대로 행사되어야 서로가 윈윈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시대착오적 제로 섬의 권력개념에 천착해 세상을 온갖 잘못된 권력를 획득하기 위한 약육강식의 공정성 싸움터로 만든다.

초연결 플랫폼 시대의 성공의 기존은 남들의 성공을 돕는 일에 플랫폼을 통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어떤 주체가 남들의 성공을 도울 수 있는 큰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면 이 플랫폼을 설계한 주체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파워를 행사할 수 있다.

초연결 디지털 시대 진정한 영향력으로 성공의 극치를 맛보고 싶다면 남들을 돕는 일에 크게 성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설계해서 실제로 많은 사람들을 성공시키는 체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