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리더는 필요한 모든 가능한 역량들을 보편적으로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 리더를 선정해왔다. 즉 만능의 운동선수와 같은 팔방미인 중 팔방미인을 리더로 선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리더들은 한 영역의 전문가보다는 여러 영역을 잘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를 육성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쏟아 왔다. 그리고 한 사람이라도 뛰어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중심으로 업적을 내고 이 업적을 서로 나눠 가지는 시스템을 선호해왔다. 즉, 한 사람이 만 명 이 만 명의 직원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재로 키우는 것을 리더십의 이슈로 생각하고 그렇게 되도록 인재육성의 포인트를 잡아 왔다. 고등학교 야구부 주장 중에는 본인이 4번 타자이기도 하면서 투수역할을 수행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경우를 종종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은 언제까지나 아마추어 팀에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불확실성과 치열한 전문가들의 경쟁에 의해서 냉혹하게 승부가 갈리는 세상에서는 전혀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다.

프로팀에서도 팀이 스타플레이어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팀이 좋은 성적을 못 낸다는 것을 기정사실이다. 조직의 리더십 영역에서도 21세기는 더 이상 팔방미인에 의존한다든지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일방적으로 먹여 살리는 리더십이 유효하지 않은 시대이다. 이런 점에서 전설의 타자 보스턴 레드삭스의 테드 윌리엄스 Ted Williams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미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타격천재 중 한 명이다. 그가 1941년 기록한 타율 .406은 아직도 깨지지 않은 전설이다. 레드삭스 (1939-60년)에서 그는 통산 타율 .344, 홈런 521개, MVP 2회의 대기록을 남기고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다. 그의 등번호 9번은 레드삭스에서 영구결번이다. 그는 이와 같은 불멸의 야구선수였지만 독선적 선수였다. 타율이 낮은 선수들을 조롱하거나, 감독과 싸우고, 심판을 구타하고, 팬들에게 침을 뱉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독선적인 행동을 어느 누구도 나서서 나무랄 수도 없었다. 팀 전체가 그의 타율에 빚을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팀 모두가 이와 같은 테드 윌리엄스의 독선에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 팀의 분위기는 침체되었고 결국 레드삭스는 월드 시리즈에는 여러 번 진출했어도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개인적 역량에 너무 의존할 경우 팀의 성과에 악영향을 끼지는 개인역량의 독재현상이라고 불려진다.

21세기처럼 점점 경영환경이 복잡해지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지적으로 우수한 리더라도 환경에서 오는 모든 인풋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게 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리더의 마인드를 가지고 환경에서 오는 영향력을 읽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오히려 평범하지만 다른 역량과 시각을 가진 구성원들을 팀으로 이용하여 이 영향력을 읽어나가야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리더는 평범하지만 다른 역량과 시각을 가진 구성원들의 모아 팀의 역량을 키워주고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리더의 역할은 팔방미인으로 자신이 모든 것을 하기 보다는 부하에게 리더십을 위임하여 자신 혼자서 할 때 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다. 21세기 리더들은 팀원 개인적 역량보다는 팀 전체의 역량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우리 팀의 팀원이 5명이라면 다섯 명 모두가 자신의 고유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나머지 구성원들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다섯 명 모두가 리더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조직단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 회사가 만 명의 구성원을 가지고 있다면 이 만 명 모두가 자신의 고유한 영역에서 회사 전체를 이끌어가는 사장급 사원, 사장급 대리, 사장급 과장, 사장급 팀장, 사장급 임원의 역할을 수행하는 리더들로 꽉 채워진 회사만이 살아남게 되어 있다. 한 사람이 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리더십 신화는 21세기 초경쟁 불확실성 시대에는 도박이다.

한 마디로 21세기의 리더십은 팔방미인에 해당되는 개인에 의존하는 개인의 리더십에서 팀의 역량을 중심으로 팀 구성원들이 리더십을 서로 공유하여 수행하게 하는 공유리더십 shared leadership 혹은 분배 리더십 distributive leadership의 시대이다. 공유리더십이나 분배리더십에서 리더십의 기반은 팀에 있다. 팀원들은 필요한 리더십 역량을 나눠서 수행하고 공동의 책임을 지기도 한다. 대신 팀리더들은 리더십의 일선에 나선 구성원들을 지원해주고 팀원 간의 문제를 조율해주는 역할을 수행하거나 대외적으로 팀을 대표하는 공식적 창구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팀원 스스로가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에서 리더십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하는 역할이 주된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