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점점 시들해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감정(Emotions)이라고 불려지는 대부분은 바깥에서 일어난 사건이 내 몸에 충격을 일으킨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7정에 해당하는 희노애락애오욕은 모두 사건이 우리 몸을 울려 만든 에너지의 파동이다. 이런 외재적 사건에 의해서 파생되는 정서적 에너지에는 대부분 이름이 붙어 있다. 밖에서 들어오는 감정과는 달리 우리 몸과 내장 기관 속에서 미세한 파장들이 만들어낸 정서적 에너지도 있다. 아이오와 대학의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이런 내면적 에너지를 감정(Emotions)과 대비해 느낌(Feelings)이라고 명명한다. 감정과 달리 대부분 느낌에는 구체적 이름이 붙여져 있지 않다. 이름이 있어도 그냥 좋은 느낌이나 나쁜 느낌 정도다. 좋은 느낌이야 그렇다치고 나쁜 느낌의 경우 우리가 의도적으로 이름을 붙여서 관리하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쉽다.
감정(Emotions)과 느낌(Feelings)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아침에 기분 좋은 사건이 있었거나 기분 나쁜 사건이 있었을 경우 강한 정서적 에너지 상태인 감정을 느끼겠지만 극단적 에너지의 분출이 지속되지는 않는다. 어느 순간 몸 전체에 퍼져서 분위기를 만들고 이 분위기는 느낌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이럴 때 이유도 없이 하루 종일 배가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안 된다는 느낌을 경험할 것이다. 이런 내장 기관에서 먼저 감지하는 미세한 에너지의 파동은 감정이 아니라 느낌(Feelings)이다. 이런 좋지 않은 느낌이 해소되지 않고 축적되어 있는데 누군가가 무례하게 대하면 느낌은 이 사건과 연합해서 폭발한다.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몸의 상태가 최상의 상태가 아니어서 느낌(Feelings)의 부정적 잔고가 쌓여 있기 때문에 밖에서 조그마한 정서적 사건이 발생해도 쉽게 폭발할 개연성이 높다. 이런 폭발은 사회적 관계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자초하고 결국 삶이 점점 무너져 내린다.
에모리 대학의 Corey Keyes는 느낌(Feelings) 중, 특별하게 이름을 붙여서 관리해야 할 느낌으로 "사는 게 의미 없어짐" 즉 "시들해짐(Languishing)"을 꼽았다. 시들해짐이 부정적 느낌이라면 그 반대 축에 서 있는 느낌은 번성(Flourishing)이다. 나무를 생각해보면 쉽다. 오래동안 비가 안 와서 시들시들 말라 죽어가고 있는 나무 잎과 한여름 무성하게 가지와 잎을 뽐내가며 커가고 있는 나무를 생각해보면 된다.
코로나 시기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시들시들해짐을 경험했다.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이들은 이전 세대의 젊은이들보다 이런 시들시들함의 상태를 더 많이 느낀다. 요즈음은 탄핵과 내란 정국이 가져온 정치적 무력감이 우리 삶을 시들시들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시들시들함에 활력을 주기 위해 우리가 하는 처방은 즉각적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도파민을 찾아 처방하는 일이다. 하지만 결과적 수준에서의 처방인 도파민 처방에 노출될 갈증은 더욱 심각해지고 심각해지는 갈증 만큼 처방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시들시들해짐의 상태는 다음 단계인 우울증으로 전환된다. 국민건강보험의 보험료 통계를 기반으로 한 진단에 따르면 대한민국 직장인의 50-60%는 이미 우울증과 시들시들함의 경계성 질환에 처해 있다.
삶의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고 사는 것이 점점 시들시들해지는 느낌은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Corey Keyes 교수에 따르면 분절(Fragmentation)과 디커플링(Decoupling)이 원인이다. 분절과 디커플링은 시간, 공간, 자아의 측면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가 분절되어 과거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거나, 현재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거나, 미래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시간적으로 번성을 누리는 사람들은 과거와 미래가 현재로 연결되어 현재를 통해 삶이 충만하게 전개됨을 느낀다. 자아의 분열은 몸, 마음, 정신이 세 개의 자아로서 자신의 주권을 주장해가며 경쟁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반대로 번성을 누리는 사람들은 몸, 마음, 정신이 영혼의 울타리에 의해서 통합된 상태를 향유한다. 공간에 고립되는 것의 문제는 학교, 병원, 감옥, 군대와 같이 물리적 공간에 고립되어 사는 분절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공간의 고립이 이웃, 공동체, 친구, 동료들과의 사회적 공간에서의 고립을 초래할 때가 가장 큰 문제다.
진성리더십에서도 이런 삶의 시들시들해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처방은 두 가지다.
첫째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넘어서 왜 자신이 주인이 되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어서야 하는지 이유를 각성해 자신에게 스파크를 일으키는 일이다. 주인이 되어 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목표와 목적이 정렬된 삶이 첫째 조건이다. 둘째는 생명의 에너지는 자신이 가진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자생적으로 생성된다는 믿음이다.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의 아픔을 외면하거나 거적을 덮어서 구더기가 생기게 하기보다는 거적을 들춰내고 아픔과 고통을 현실로 직시하고 치유하고 이 치유를 통해 자신의 몸, 마음, 정신을 살아 있는 주체로 일으켜 세울 수 있을 때 온전하게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자신이 먼저 살아 있다는 증거가 명확할 때 비슷하게 아픈 다른 사람들도 일으켜 세워 목적이 실현되는 공동의 주인으로 세우는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 할 수 리더로서의 책무를 깨닫게 한다.
목적과 자기긍휼은 자기자신의 번성(Flourishing)을 결정하는 4대 자산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다(Judge & Bono 2001). 4대 Core Self Capital Evaluation은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긍심(Self Esteem),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효능감(Self Efficacy), 자신 삶의 운전수는 자신이라는 믿음인 내재적 자기통제(Internal locus of control), 예측못한 사건에 터져도 자신의 내적정서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인 정서적 안정성(Emotional stability)이다.
적어도 아침 아무도 방해 받지 않는 시간에 자신 삶의 고유한 목적으로 자신에게 스파크를 주는 행동과 자신이 감내해야 할 아픔을 위로하고 받아들이고 치유하는 마음챙김 루틴이 인생이 시들시들해짐의 고리를 끊고 번성으로 이끌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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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ney Keyes (2024). Languishing: How to Feel Alive Again in a World That Wears Us Down. Crown.
2. Antonia Damasio (2010). The Feeling Of What Happens: Body and Emotion in the Making of Consciousness. A Harvest Book.
3. Judge TA, Bono JE. (2001). Relationship of core self-evaluations traitsóself-esteem, generalized self-efficacy, locus of control, and emotional stabilityówith job satisfaction and job performance: A meta-analysi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86, 8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