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Alfred Adler)에 따르면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가족이나 공동체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자신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인간이란 삶 자체가 빚진 삶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아는 동물이다. 정상적으로 성장한 인간이라면 서로를 양육하고 보호해준 가족과 공동체라는 울타리에 진 빚이 있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인간이라면 자신의 이기심을 넘어 생명의 울타리인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을 명예로 생각하고 기여도에 따라 리더로서 사회적 지위를 부여 받는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아들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목적지향적 삶을 사는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아들러는 이런 존재목적 지향적 공동체에 대한 개념으로 개인의 수준에 머물던 프로이드 심리학을 공동체를 위한 사회 심리학으로 확장시켰다.

아들러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미숙함 때문에 해결하지 못한 미제사건에 대한 고통을 품고 산다. 해결하지 못한 미제사건들이 모여서 꼬임이 만들어진다. 아들러는 이 꼬임을 컴플랙스 Complex라고 부른다. 이 꼬임이 제대로 돌봐지지 못할 때 결정적 삶의 순간마다 딴지로 작용해 자신을 끌어내리는 성인아이가 탄생한다. 성인아이가 나타나 문제에 직면한 자신에게 너는 이전에도 이런 문제를 풀지 못했고 네가 가진 능력으로는 절대로 지금의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속삭여가며 포기를 종용한다.

아들러에 따르면 삶의 운명은 자기에게 부과된 이 미제사건의 집합체인 컴플랙스에 끌려가는 삶을 사는지 아니면 이 미제사건을 제대로 직시하고 주체적으로 풀어가며 문제해결을 위한 자신에게 내재된 근력을 만들어가고 이 근력을 통해 공동체에 목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지에 달려있다.

자신 삶을 스스로 해결해야 할 주체인 자신이 반드시 풀어야 할 어떤 문제에 직면해서 풀 수 없음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치욕이고 고통이다. 세상의 모든 고통은 문제를 못 풀어 자꾸 위축되는 죽어가는 자신을 스스로 목격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나온다. 천천히 삶아 죽어가는 자신을 직면하고도 마지막에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서서히 삶아 죽어가는 자신을 지켜보고 아무 행동도 취할 수 없는 개구리의 고통이 주체적 인간들에게 부과된 근원적 고통이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고통은 결과이고 고통의 원천을 파 헤쳐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력이 없는 것이 문제다. 문제해결을 산을 정복하는 과정에 비유한다면 산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만한 근력이 있어야 하지만 어린애 근력으로는 산을 오를 방법이 없다. 문제를 풀기 위해 어린이 근력을 어른 근력으로 만드는 숙련이 요구되는데 이 숙련과정이 바로 고통이다. 좋은 머리로 인지적으로 답을 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답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스스로의 근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요구되는데 이 과정자체가 고통스러운 일이다.

맹자의 고자장을 보면 하늘이 큰 일을 맡기려고 하면 갖은 고난에 대한 경험을 통해 근력을 만드는 시험을 치루게 한다고 설명한다. 욥기 뿐 아니라 성경의 전 역사도 고난의 역사다. 고난의 고통을 이길 수 있는 근력이 있는지를 시험보게 함이다. 이 시험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이 세상에 임재하도록 만들 수 있는 근력을 만들기도 하고 이 근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포기할 사람인 지를 판단하기도 한다. 또한지금까지 만든 근력의 강도를 측정해내기 위한 시험이기도 하다. 진성리더십에서는 진성리더가 자신의 존재목적을 세웠을 때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근력을 시험보는 과정을 공식적으로 고시패스(고난과 시련의 패스)라고 부른다.

고시패스를 통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왜 대체불가능한 사람인지에 대한 존재목적을 각성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존재목적에 대한 각성으로 쓰러져 누워있는 자신의 성인아이를 깨우고 따뜻하게 감싸 안아가며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운다. 고난을 이길 근력이 없는 성인아이를 일으켜 세워 긍휼의 사랑으로 감싸 안고 걸음마에서 시작한다. 넘어지고 쓰러진다고 성인아이를 책망하기보다는 넘어지고 실패하는 과정이 근력을 기르는 학습 과정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성인아이가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한다.

어떤 사람에 대한 믿음이란 이 사람이 자신의 성인아이를 일으켜 세워 약속한 자신의 존재이유를 실현할 수 있는 근력을 만들어낼 고시패스를 할 개연성에 대한 추정이다. 어린아이가 맥락없이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냥 꿈이라고 생각할 뿐이지 지켜질 약속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아이가 약속한 약속이라도 이 아이의 평소 행태를 보면 이 아이는 반드시 약속을 실현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읽고 이 아이의 약속에 베팅을 하게 만드는 힘이 믿음이다.

믿음이란 자신의 존재목적을 실현하는 약속의 실현가능성을 의미한다. 믿음이 형성되면 사람들은 약속이 실현될 가능성을 믿기 때문에 지금 당장 현재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의 재무적, 인적 자원을 동원해서 이 가능성이 현실이 되도록 돕는다. 이 약속은 이런 피그말리온 효과를 통해 현실이 된다. 이런 피그말리온 믿음이 결여되면 모든 일을 자신이 가진 현금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큰 일을 성사 시키지는 못한다.

자신의 성인아이를 주체적으로 일으켜 세우지 못하는 사람은 평생 삶아 죽는 개구리가 되어 죽는 고통을 벗어날 수 없다. 성인아이를 일으켜 세운 경험이 자신을 주체적으로 사랑한 경험이다. 자신을 주체적으로 사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만 근원적 변화를 완성하고 이 근원적 변화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더 큰 울타리가 되어 이들의 성인아이를 일으켜 세우는 일을 돕는다.

아들러 심리학의 입장에서 보면 삶은 그 자체로 고통이다. 그렇지만 고통은 생명을 키우기 위해 누구나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본질이다. 고통은 회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이라면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야 할 수수께기다. 고통에 거적을 덮어놓고 숨기기보다는 거적을 열고 여기서 생긴 고통의 구더기를 직면해서 보는 용기가 리더로서의 첫걸음이다.

성인아이가 겪고 있는 고통을 용기 있게 직면할 수 없다면 자신의 삶은 영구 미제 사건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