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의 고문이신 박인화선생님은 강화도 전원주택에서 관상용 닭을 기르신다. 박인화 선생님은 만날 때마다 닭이 가르쳐주는 삶의 지혜를 나눠주는데 최근에 들은 지혜는 어미닭의 병아리에 대한 환대 이야기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다.

첫째 과정이 알을 품는 과정이다. 어미닭이 알에서 병아리를 부화시키기 위해서 최소한 21간을 알을 품는 노고를 감당해야한다. 박인화 선생님에 따르면 21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부화를 위해서 몸을 바치고 있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닭을 밤에도 관찰했으나 다행히 식음을 전폐한 것같지는 않다는 말씀을 전해주셨다.

21일 동안 알을 따뜻하게 품어주면 알 속에서 병아리가 성장해서 어미 닭에게 자신을 알에서 꺼내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이 과정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줄탁동시다. 줄탁통시를 위해 어미닭은 부화를 준비하고 있는 병아리가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파악해서 이 신호가 오는 곳의 알을 쪼아서 부화를 돕는다. 병아리를 일찍 부화시키기 위해서 병아리가 신호를 보내지 않는데 알을 쪼아서 알을 깬다면 부화를 준비하고 있는 병아리는 사산된다. 줄탁동시의 주도권은 병아리에게 있고 어미닭은 이 부화를 도와주는 조산원의 역할을 한다.

다음 과정은 세상에 나온 병아리를 품 안에 품고 먹이를 주면서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병아리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어미의 거리두기가 시작된다. 자신의 날개로 품고 있던 병아리들이 걸음걸이를 시작하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미닭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가며 병아리들을 지킨다.

마지막 단계는 병아리들을 내보내는 단계다. 병아리들이 충분히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병아리들이 자신을 떠나서 독립적인 닭으로 살 수 있도록 떠나보낸다. 이 단계에서 어미닭의 품이 그리워서 찾아오는 병아리들이 있으면 어미닭은 병아리들을 쪼아서 자신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환대의 리더십은 조직에서 구성원의 성장을 돕는 HRDer들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 병원에서 환자의 치유를 돕는 보건의료 종사자들, 사회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돕는 사회복지사들의 리더십, 어려운 국민들을 돕는 사회적 리더들의 리더십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해볼 수 있다.

어미닭이 병아리를 길러내는 일련의 여정을 환대리더십의 차원에서 다시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첫 단계는 병아리를 환대할 수 있는 온전한 어미닭이 되는 과정이다. 스스로가 아파서 누워 있는 상태인데 손님들 초대해서 환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스스로 주인됨이 완성된 사람들만 환대의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다.

둘째는 긍휼로 품어줌의 과정이다. 어미닭이 21일 동안 품어주어 알을 따뜻하게 만들어 부화시켰듯이 사람을 치유하고 성장시킨다는 것은 상당기간 조건없는 따뜻함으로 품어주는 일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태아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개월 간 자궁에서 따뜻하게 길러져야 한다. 인재를 키우는 과정도 따뜻하게 품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셋째는 줄탁동시의 과정이다. 병아리가 알에서 타이밈에 맞춰 제대로 깨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선행학습을 통해 병아리가 성숙되지 않았음에도 부화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런 병아리가 정말 제대로 된 닭으로 성장할 개연성은 없음을 가르친다. 병아리가 스스로 몸이 커서 자신의 정신모형이라는 알이 너무 쫍다는 고통과 아포리아를 호소할 때 정신모형의 알을 깨주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즐탁동시의 단계의 핵심은 병아리가 보내는 주체적 신호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청자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다.

넷째, 울타리를 통해 지켜주기의 과정이 다음이다. 병아리가 스스로 일어서서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는 먹이도 주고 외부 환경에서 보호도 해주고 울타리가 되어 지켜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섯째, 거리두기의 과정이다. 병아리를 어미닭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답으로 포획해서 감옥 속에서 기르기보다는 병아리가 자신의 삶을 고유한 목적을 찾아서 스스로 달릴 수 있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마지막이 길 떠나 보내기다. 환대의 목적은 병아리가 주인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길을 떠나 보내는 과정이다. 병아리가 어미 품을 떠나서 스스로 주인으로 사는 삶을 살 수 있게 떠나 보냈다면 어미닭의 병아리에 대한 환대가 종결된다.

여섯 단계의 환대리더십은 스스로의 아픔을 치유해서 주인이 되는 첫 단계, 주인이 되어 주인으로 키울 손님을 초대해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을 도와 주인으로 키우는 둘째에서 다섯째 단계, 주인으로 일으켜 세워진 손님을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내보내는 단계의 3단계로도 제시해볼 수 있다.

환대의 리더십은 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나름의 상처를 가지고 있음에도 상처를 감추고 치유조차 하지 못한 불구자인 상태로 자신을 다시 전쟁터로 내보내는 삶을 반복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결국 매일 매일 죽음에 더 가까워져 가는 시시포스의 삶을 일상으로 반복하고 있다고 본다.

환대리더십이 지향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상처받고 아파서 누어 있는 사람들을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주인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주인으로 살 수 있도록 이들을 일으켜 세우고 걷는 것을 도와주고, 스스로 뛰고 춤출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해주는 것이 환대 리더십의 요체다. 요즈음 글로벌 회사에서 심리적 계약으로 떠오르고 있는 종업원 체험도 결국은 구성원을 전문가로 성장키는 환대 여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 지의 문제다.

자신만의 철학과 인성이 완성된 성인을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는 학습으로는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어른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들을 환대의 여정에 초대해 이들이 각성사건과 고난사건을 체험하게 하는 환대리더십이 유일한 방법이다.

환대의 여정에 동참해서 다시 자신의 낡은 정신모형의 알에서 깨어나야만 하는 각성사건, 알에서 다시 깨어난 후 걷고 뛰고 춤출 수 있는 근력을 만들어내는 고난 사건, 왜 자신이 일어서서 춤춰야만 하는 지의 이유를 아는 더 큰 차원의 정신모형을 만들어내는 각성사건, 더 높은 차원의 존재이유를 실현하기 위한 근력을 길러내는 고난사건이 사람을 바꾼다. 각성사건과 고난사건 등이 연결된 사건의 내러티브를 통해서만 성인들의 리더십이 바뀐다.

대한민국의 기업들에서 리더를 길러내는 일이 실패하는 이유는 성인을 가르쳐서 조형하고 길러낼 수 있다는 신화적 믿음에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다. 효용성을 검증할 필요가 없는 실용적 지식이나 스킬과 관련된 것들은 그냥 배워서 쓸 수 있기 때문에 학습으로 습득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자신의 태도와 행동과 철학을 바꾸는 리더십은 가르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리더십은 사건에 대한 체험을 통해서만 바뀐다.

교육을 통해 리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리더십 교육의 패러다임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변화는 요원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