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치킨 실험은 퍼듀대학의 진화생물학자 William Muir가 한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는 닭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그냥 평범한 닭들의 집합이고 다른 한 그룹은 수퍼치킨 그룹이다. 수퍼치킨 그룹은 각 닭장에서 가장 알을 많이 낳는 닭을 선발해 구성했다. 닭들에게 생산성은 알의 개수로 쉽게 추정되기 때문에 닭을 대상으로 생산성에 대한 실험을 기획한 것이다. 무어 교수는 이들이 6 세대 간의 진화 과정을 지켜보았다. 닭의 1세대는 대개 6개월로 알려져 있다. 수퍼치킨 그룹의 닭들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가장 뛰어난 개체만을 골라서 번식시켰다. 6세대가 지난 후 실험 결과는 어떠했을까?

평범한 닭들의 집단은 그냥 평범했다. 알도 잘 낳고 닭들도 대부분 건강했다. 문제는 수퍼치킨 집단이다. 이 집단의 닭들은 마지막 6세대에 이르러서는 최고로 힘센 닭 세 마리만 남기고 다 사망했다. 그냥 닭들에게 알려진 pecking order(모이를 쪼아 먹는 순위)에 따라 질서를 지키는 것을 넘어서 힘센 닭들이 비교적 약한 닭들을 죄다 쪼아서 죽여버렸다.

신자유주의 모형은 시장의 무한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수퍼치킨 게임이다. 신자유주의 학교는 시험 성적으로 모든 것을 일원화 시켜서 경쟁시키고 소수의 승자만 남겨 놓고 모두를 루저로 만들어 학교와 교실을 양극화 시켰다. 시험을 통해 승자로 분류된 사람들이 변호사, 판사, 검사, 의사, 전문 경영인, 회계사의 자리를 차지하고 이 자리를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강남으로 몰린다. 학교는 이들 계층을 세습화하고 정당화 시키는 도구로 전락했다. 신자유주의 수퍼치킨 게임에 살아남은 신특권 계급은 교실을 집어삼키고 교사의 권위를 무너트렸다. 이들의 수퍼치킨 게임이 지금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있는 강남 초등학교 교사의 자살을 유인했다.

신자유주의에 경도된 회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회사의 HR은 수퍼치킨 모형에 기반해 설계된다. 탈랜트 매니지먼트라고 근사한 이름을 붙여 놓았지만 결국은 가장 뛰어난 인재들만 집중적으로 선발해서 토너먼트 경쟁을 붙여 승자를 골라내고 이들을 임원으로 승진시킨다. 종업원들이 일하게 하는 원리가 닭들의 pecking order에 해당하는 위계에 의해서 움직일 때 결국 다양한 인재들은 다 탈락하고 오직 단기 재무 성과를 낸 수퍼치킨만 살아남는다. 성과 경쟁에서 1등이나 2등이 되지 못한다면 다 루저로 전락한다.

수퍼치킨 게임에서 이긴 사람들이 성장해 조직의 수장이 되면 이들은 자신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는 능력이나 재능을 가진 인재들을 사전에 다 걸러서 없앤다. Peter의 원리에 위해서 조직을 장악해 조직 전체를 무능한 조직으로 만들거나, 자신의 지위를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정적이 제거된 빈자리에 조직의 미션과 상관없이 무능한 부하들을 많이 채용해서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 Parkinson의 법칙에 따라 비대화 시킨다.

수퍼치킨 게임을 통해 발굴된 인재가 자신의 적자 생존을 위해서 쓰는 도구는 권력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장악한 조직과 사회를 수퍼치킨 게임을 위한 정치적 조직으로 전락시킨다. 조직과 사회는 연줄과 사일로 silos가 차고 넘친다. 또한 이들에게 정치적 술수를 배운 부하들은 자신도 살아남기 위해 더 약한 부하들에게 갑질을 시작한다. 갑질은 수퍼치킨 게임의 승자들이 약자들에게 자신을 중심으로 먹이를 먹는 순서인 Pecking order를 강요하는 형태다. 갑질은 다시 더 약한 부하를 찾아서 아래로 전염되어 사회 전체가 갑질 조직으로 전락한다. 갑질의 대상은 사회에서 힘이 약한 여성, 비정규직, 학벌, 집안 배경, 경제력이 떨어지는 마이너 그룹이다.

이런 모든 문제는 수직적 조직에서 권력을 남용하여 일어나는 병폐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제를 잘 못 집은 것이다. 수직적 위계조직이라 하더라도 전 구성원들이 조직이 가진 사명을 이해하고 자신의 직급과 권한을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역할로 이행하고 있다면 권한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계 조직이 지향하는 사명을 잃었을 때 권한이 사명을 위해 사용되기 보다는 개인의 생존의 수단으로 전용되어 이런 병폐가 드러나는 것이다. 조직을 민주적인 수평조직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이 조직에 사명이 없다면 조직은 무정부 상태가 된다. 무질서가 판을 쳐서 아마도 위계조직보다 더 쉽게 붕괴될 것이다. 조직이 사명이 없다면 어떤 조직 형태를 채용해도 다 문제다. 위계조직이던 수평조직이던 그냥 생존을 위해 개인들이 각개 전투하는 생계형 정치 조직으로 파산할 것이다.

모든 조직의 구성원이 남성 여성을 떠나 다 목적과 사명에 몰입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자신의 권한을 사명과 전혀 상관없이 여성들을 성적으로 유린하는데 쓰는 상사를 구성원이 그냥 놔둘까? 학교가 목적과 사명에 의해서 움직이는데 소위 신특권층이라는 세력이 학교라는 사명의 울타리를 넘어서 교실과 선생님을 유린할 수 있을까?회사 구성원들이 다 목적과 사명에 몰입해 땀을 흘려가며 희생하고 있는데 상사가 권한을 자신 개인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쓴다면 조직 구성원들이 용서할까? 대한민국의 사명이 살아 있는데 각종 전관들이 모여 자신들의 밥그릇을 키우는 이권 카르텔이 가능할까? 검찰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검찰공화국으로 전용하는 일이 가능할까? 사명과 상관없는 과제에 특활비를 전용하는 것이 용서가 될까? 조직의 사명이 살아 있는데 정당하지 않는 일에 힘으로 개입하고 구성원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 모두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의 문제는 학교, 회사, 가족, 검찰, 정부를 막론하고 사회가 수퍼치킨 게임 공화국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수퍼치킨 게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성적, 단기적 성과, 경제적 가치 등 획일적 기준에 의해서 승자와 패자가 평가되고 이를 기반으로 양극화된 지위가 부여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수퍼치킨 게임을 앞세워 신자유주의가 승자와 패자를 경제적 가치로 획일화하고 서열화 시키는 과정에서 사라졌다. 미래는 사라진 사명과 가치의 다양성을 복원할 수 있는 지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 전체가 길을 잃고 헤매는 이유는 지도자들이 신자유주의 수퍼 치킨게임에 경도되어 최소한의 리더로서의 사명과 책무를 방기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