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 Natural Learning > 잼보리 책임공방

잼보리가 막을 내리니 실패에 대한 책임공방이 거세다. 그간 방송이나 방송에 방영된 회의록 등을 보면 잼보리 대회는 처음부터 설계 개념자체가 없어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초보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조직위원장이 5명씩이나 될 정도로 사공이 많았지만 이 사공들은 각자가 동상이몽을 하고 있거나 역할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구조였다. 사공들이 공동의 운명을 탑재한 배를 타고 한 방향으로 항해하고 있다는 의식이 작동되지 못했다. 결국 공동운명이라는 목적지에 대한 항해지도 없이 떠난 잼보리는 K POP 산으로 간 배가 되었다.

K POP을 제공한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K POP은 이들이 성공적으로 잼보리 미션을 완수했을 때 자신들이 만들어낸 공동 성취에 대해 감사하는 마무리 후식이었어야 했다. 이번 잼보리의 파행은 후식으로 잼보리 본 식사를 대체해 잼보리의 미션을 파행으로 이끈 것이 문제였다.

10여년 전에 우리 연구팀(본인, 코넬대 Lawler 교수,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의 Thye 교수)은 집단동학실험을 통해 집단이 팀으로 변화하는 구조와 과정에 대한 집단동학모형을 연구했다. 연구를 통해 집단이 팀이 된다는 것은 모인 사람들이 단순한 R&R을 기계적이고 분절적으로 나눠 놓는 협동(Cooperation)이 아니라 더 큰 목적을 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Collaboration)이 가능한 조건을 달성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왔다. 우리의 집단동학모형은 집단 협동이 아니라 팀 협업을 통해 집단자본인 책임의식, 줄어든 과정손실, 윤리적 정서가 생성되면 팀은 시너지를 내고 성공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실험을 입증해왔다.

이번 사태를 이해해보기 위해 우리 모형을 소환해보았다.

모형은 비교적 간단하다. 협동(Cooperation)을 넘어서 협업(Collaboration)이 가능하도록 한 설계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두 선행조건은 <역할의 상호의존성>과 <공동운명에 대한 지각>이다.

축구 팀을 예로 들면 역할의 상호의존성은 All Round Play가 가능하게 역할을 백업할 수 있도록 중복 설계하는 과정이다. 축구에 정해진 공격수가 있지만 이 공격수가 제대로 역할을 못할 때 다른 공격수가 이 역할을 백업하도록 설계되고 이 공격수도 역할을 못할 때 제 삼의 수비수가 투입되어 역할을 중복 수행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역할의 상호의존성이다. 수비수도 마찬가지다. 주 수비수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때 다른 수비수가 역할을 수행하도록 규정되어 있어야 하고, 수비수들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때 공격수가 나서서 팀 전체가 역할을 중복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원리는 책임을 떠 넘길 수 없도록 R&R을 중복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번 잼보리 조직위원장은 5명이나 되지만 이들이 역할과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누가 중복수행해야 하는지가 규정되지 않고 있어서 문제가 생기면 그냥 책임만 떠 넘기며 우왕좌왕했다. 문제가 생기면 적시에 애자일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4만명 이상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되는 최고의 전문축구팀이 되어야 했지만 실상은 동네 축구팀이었다.

다른 조건은 구성원이 한 배를 탄 공동의 운명체라는 지각이다. 축구팀에서 공동운명체라는 지각은 축구팀이 졌을 때 이기고 지는 명성을 떠나 자신들에게 어떤 업보가 지워지는 지에 대한 의식이다. 축구팀의 공격수는 공격을 잘해서 최고의 공격수가 되고 싶고 수비수는 다른 선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수비를 잘해서 최고의 수비수로 명성을 누리고 싶겠지만 이런 자신의 욕망이 공동운명체라는 믿음에 의해서 제어되지 못하면 뛰어난 전문선수가 모여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한다. 공동운명체 의식이란 이길 때 얻을 수 있는 개인적 이득이 공동의 목적을 넘어서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기제다.

공동운명의식이란 질 경우 자신들의 져야될 책임을 넘어 부가되는 더 큰 업보에 대한 책임을 인지하는 정도다. 이런 공동운명의식이 있어야 어떤 상황이 와도 한 마음으로 문제를 넘을 수 있는 근력을 만들어 준다. 공동운명체 의식이란 자신들이 수행하는 미션이 잘못될 경우 단순히 책임지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의식이다. 공동운명체 의식은 운명이란 공유되고 연결된 것이어서 자신들의 책임 너머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이다.

이번 잼버리 조직위원장들 팀과 운영위원장들의 회의록을 분석해보면 이 대회를 잘 치뤘을 때 자신들에게 어떤 보상이 들어올 것인지를 계산하고 챙기는 모습은 있었지만 실패할 경우 자신들의 책임소재를 넘어 어떤 운명에 처할 것인 지에 대한 개념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성공 실패를 넘어 실패가 가져올 국격의 상실이나 국민들의 절망, 잼보리 사명의 미완수를 절대절명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을 극복하기 위해 개인적 이해득실을 제어해줄 수 있는 공동운명체의 의식은 없었다.

역할의 상호의존성, 공동운명체의식이 구축되면 집단은 팀이 되어 협동을 넘어서 협업으로 운영된다. 협동은 자신의 이해관심을 충족하기 위해 서로 돕는 것이다. 협동하도록 그냥 놔두면 힘 있는 사람과 협동하는 쪽으로 기울기 때문에 조직이 반드시 정치화 된다. 협업이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것과 공동의 운명을 실현하는 것이 충돌할 때 공동의 운명을 실현하는 것 쪽으로 태도와 행동의 목적함수를 바꾸는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협동이 아니라 협동 당사자의 이해를 넘어서는 더 큰 목적(운명)으로 태도, 동기, 행동의 목적함수가 작동되기 시작하면 팀에서 거둘 수 있는 시너지가 집단자본으로 축적된다. 협업으로 시너지를 내는 팀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자본은 공유된 책임의식, 줄어든 과정손실, 윤리적 정서 등이다. 우리 모형에서 제시된 공유된 책임의식, 무과정손실, 윤리적 정서가 팀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애매하게 인용하는 팀 시너지의 본질이자 실체다.

첫째는 구성원 모두가 공유된 목적에 공동으로 책임을 지려는 성향을 가지고 서로를 한 가족으로 생각하는 포용의 리더십이 발휘된다. 지금 책임 공방이 일기 시작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책임을 공유한 가족으로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팀 협업이 작동되지 못해 서로를 잠재적 경쟁자들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협업으로 움직이면 각자가 협동해가며 일할 때 생기는 손실이 줄어든다. 협동을 위해서 상대를 만나서 매번 사안이 생길 때마다 협상하고 조정해야 해야 하는 과정손실과 자신의 이득을 먼저 챙기려는 무임승차행위가 사라진다. 팀을 운영하는데 요구되는 운영경비가 제로 수준으로 절감된다.

마지막 집단자본은 목적을 위해 일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같은 팀으로 일하고 이런 팀에 합류해 협업을 체험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참여자들은 윤리적 정서(자부심, 고양, 헌신, 감사)라는 더 고강도의 집단적 에너지 상태를 경험한다.

협동이 아니라 집단 내 협업은 한 가족으로 서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공동책임에 대한 울타리, 일을 처리하는데 생기는 마찰력의 감소, 더 센 강도의 정서적 에너지를 매개로 성공하는 팀이 될 운명에 처해진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미숙한 팀에서 발휘되었던 것이 이번 잼보리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이런 큰 행사를 믿고 맡긴 것이 잘못이었다.

언급된 많은 원인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참가자들을 더 숭고한 목적을 기반으로 한 방향으로 묶어줄 수 있도록 같은 운명을 공유한 사람이라는 의식이 없었던 것이 지금의 문제를 산출했다고 본다.

이번 잼보리 조직 위원장들처럼 운명공동체에 대한 공유된 의식이 없다면 자신들에게 부과된 책임소재에 빠져 자신들의 행동 결과가 더 큰 공동체에 미치는 더 큰 파장을 인지하지 못한다.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토굴 속에 갇혀서 과제를 마무리 하다 보니 결국은 실패하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이 이끄는 팀에 참여했던 많은 구성원과 지지했던 후원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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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nd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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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에 방영된 잼버리 시작 3개월 침수대책을 위한 배수로 설치에 관한 전 조직위 회의에서의 대화녹취를 분석해보았다.

조직위 총괄기획본부장:

침수발생에 대한 특별대책이 필요합니다.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조직위에서 조속히 좀 확정을 해주시면

조직위 사무총장:

기반시설은 이제 전북이 설치해서 제공하고 관리하게 돼있는데

여가부장관:

이게 정리가 지금 안 된다는 게 지금 저는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에요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장관님 추가적인 배수 대책은 기반 시설에 해당되지 않고요.

조직위 사무총장:

그렇지 않습니다. 상수도 하수도 설치할 때도 저희가 위치를 지정해서 전라북도가 설치한 게 아닙니다

잼버리 사무총장:

소관에 대한 것이 불명확한 것같다고 말하는데 다음 주 중으로 공동위원장님 다섯 분하고 집행위원장님 연석 회의가 필요하지 않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