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의 자살로 촉발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훈육(Discipline)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학교는 산업사회의 대량생산 방식의 커리큘럼으로 기성복을 만들어가며 유지되고 있었는데 여기에 개별화라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이입되어 충돌과 혼란이 가속화되었다. 학교가 부모가 된 Me Me 세대 즉 밀레니얼 세대에게서 태어난 자녀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훈육의 원리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한 마디로 가정, 학교, 사회가 모두 훈육의 아노미에 빠져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훈육이란 무엇인가?

훈육이란 약속한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근력을 기르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자신만의 고유한 존재목적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찾아서 실현할 수 있는 마음, 몸, 정신의 근력을 온전하게 길러내는 것이 훈육이다.

사람들은 종종 훈육과 가스라이팅을 혼동한다. 훈육은 자신 존재목적을 찾아서 실현할 수 있는 근력을 스스로 길러내거나 길러낼 수 있도록 누군가가 나서서 도와주는 것이다. 반면 가스라이팅은 훈육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이득을 실현할 목적으로 대상에게 이에 맞는 근력을 심어주는 행동이다. 훈육 대상의 고통을 그대로 인정하고 긍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가스라이팅이다.

젖소와 아이를 키우는 사례가 훈육과 가스라이팅의 차이를 잘 설명해준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도 사랑으로 키우고 젖소 농장의 주인도 젖소를 사랑으로 키운다. 하지만 여기에 내재한 사랑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젖소 농장 주인이 젖소를 사랑으로 키우는 이유는 긍휼의 사랑 때문이 아니라 더 양질의 우유라는 자신의 이득을 실현시키기 위함이다. 결국 젖소 농장 주인이 젖소에게 행한 이기적 사랑을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데 그대로 적용한다면 부모는 자녀를 가스라이팅한 것이 된다. 부모가 아기를 긍휼의 사랑으로 키우는 이유는 아이가 자신이 감내해야할 고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이것을 스스로 해결해서 주체적 어른으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근력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부모가 자녀를 모범생으로 키우려는 이유가 자식 때문에 노년에 고생을 안하고 심지어 도움까지 받을 수 있는 의도로 키운다면 아이를 젖소철학으로 키우는 부모다. 아이가 자신의 삶을 위해 자신의 발로 걷고 뛰고 달릴 수 있는 근력을 만들어주는 훈육과는 거리가 있다.

마찬가지로 부모가 성취하지 못한 것을 자식을 통해 성취하려는 욕망을 가진 부모는 젖소 철학으로 아이를 가스라이팅 한 것이지 아기철학으로 훈육한 것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랑은 구별되어야 한다. 자신의 고통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목적을 세우고 이 존재목적을 실현할 근력을 키워주는 사랑은 긍휼의 사랑이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상대를 길들이는 방식으로 근력을 강요하는 사랑은 이기적 사랑이다. 이기적 사랑은 훈육이 아니라 가스라이팅이다.

스콧 펙은 자신의 저서 <걷지 않은 길 The Road Less Traveled>에서 자신의 고유한 목적을 각성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만든 삶의 근력만을 Discipline으로 칭하고 연구했다. 근력은 실제로 자신이 정한 어떤 길을 걸음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어른으로서의 근력은 삶의 존재목적에 연동해 자기제어와 자기개선을 의도적으로 습관화 시킬 수 있는 힘이다. 펙에 따르면, 근력은 목적의 명에 따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것, 목적을 실현시키는 과제들을 창안하고 수행하는 습관을 개발하는 것, 목적에 정렬된 목표를 설정하는 것, 의식적으로 목적에 맞춰 자신의 성장을 추구하는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훈련으로 단련된다. 이런 존재목적에 따라 이런 단련이 충분히 이뤄진 사람이 온전한 어른이다.

어른으로서의 근력은 세상의 규칙과 규제에 대한 순종을 넘어서 자신의 존재이유를 밝힐 수 있는 내면적인 성장과 자기 탐색의 과정이다. Scott Peck은 자유로운 삶을 의해서는 근력을 단련함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존재이유에 대한 약속을 실현하는 진실의 어른으로 거듭나야함을 강조한다.

펙에 의하면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자신의 삶의 목적을 정하고 이 목적의 에베레스트를 오를 수 있는 훈육된 근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적으로의 여정을 정하고 이 목적을 향해 여행하는 여행자의 근력을 갖춘 사람이 훈육된 어른이다. 성인으로 성장해서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겠다는 열망과 욕심은 누구보다 크지만 근력은 어린이 근력을 유지하고 있다면 온전한 어른은 아니다.

이 여행자의 체험을 시간의 괸점에서 이해하면 중간 기착지인 목표를 세우고 결정하는 머리는 가까운 미래이고 마음은 현재이고 몸은 과거다. 목적지에 대한 의도를 명확히 해서 머리 마음 몸을 정렬시키는 근력을 획득한 것을 훈육 disciplines이라고 부른다. 삶이 훈육된다는 것은 명료한 존재목적의 의도로 머리 마음 몸을 한 방향으로 세울 수 있는 근력이 강해짐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훈육된 어른으로 온전성을 달성했다는 것은 자신이 자신 삶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자신의 정신, 머리, 마음, 몸이 따로 놀지 않고 정렬되어 시간의 난관을 극복하고 관통하는 강력한 레이저 빔을 발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온전성은 스스로가 내면과 외면을 통합시킨 근력의 주인이 되었음에 대한 독립선언이다. 삶의 균형을 넘어 자신의 몸으로 걷고 마음으로 뛰다가 정신의 날개를 달고 정해진 가장 먼 미래를 향해 자유롭게 날라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억지로 몸만 일으켜 세운 사람은 걸을 수는 있지만 뛰지는 못한다. 마음까지 일으킨 사람은 뛴다. 정신까지 일으킨 사람만이 달리는 것을 넘어서 새처럼 비상하는 자유를 체험한다. 온전하게 훈육된 사람만이 삶의 균형을 넘어 비상을 체험한다. 한 마디로 훈육된 온전한 삶을 산다는 것은 자신 삶의 주인으로 진정성을 증거했다는 뜻이다.

훈육은 어른과 아이가 같이 협업해야 할 문제이다. 모든 부모가 아이를 훈육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은 아니다. 자신이 스스로 온전한 어른으로 훈육해 스스로 서본 경험이 있는 부모만 아이를 제대로 훈육할 수 있는 근력이 있다. 훈육된 부모는 아이를 자신의 유전적 동일성의 감옥에 모범생으로 포획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근력을 길러낼 수 있도록 지켜보고 격려하고 코치하고 필요하면 자신이 가진 범위 내에서 지원해준다. 자신을 훈육하는데 성공해본 부모는 자신의 목적에 따라 세운 정신, 마음, 몸이 정렬된 근력만이 세상의 변화에 대응해 자신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자신의 온전한 근력이라는 것을 안다. 자신의 세운 근력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근력이 세워지는 원리를 파악해 세상의 변화에 유연하게 근력을 진화시키는 비밀을 안다.

자식을 젖소의 사랑으로 "키울 수" 있는 부모는 많아도 아기에 대한 긍휼의 사랑으로 "훈육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