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제품의 품질과 가격이라는 가성비는 기본이고 이 가성비를 넘어 제품에 내재화된 철학과 목적에 대한 체험적 가치를 파는 시대다. 제품과 서비스에 담겨 있는 체험적 가치가 브랜드다.
이런 브랜드 가치에 대한 체험이 중시되는 시대에 대응해 노스웨스턴 캘로그 경영대학원의 필립 코틀러 교수가 기업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공유된 목적을 넘어서 사회적 목적을 주문하고 나섰다. 코틀러 교수는 기업의 마케팅, 영업, 브랜딩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에게도 자사의 목적(Purpose)과 코즈(Cause)를 넘어서 자기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 주주, 협업업체, 공동체까지 공유하는 공동의 사회 목적(Social Purpose) 실현을 주문한다.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키워가며 제대로 마케팅하고 영업하는 것을 경영자의 핵심 책무로 제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의 소비자에게 바잉파워를 이런 목적을 실현하는 쪽으로 정렬하도록 주문하고 나섰다. <행동하는 소비자(Brand Activist)> 운동이다.
코틀러 교수는 제롬 맥카시 교수가 개념화한 마케팅 4P (product 품질, promotion 판촉, price 가격, place 입지) 믹스를 자신의 마케팅 교제에 채용해서 마케팅이라는 학문을 만들었다. 코틀러 교수는 2013년쯤 부터는 이런 4P Mix가 마케팅을 번지름한 포장과 프로모션만을 강조하는 학문이라는 비난에 직면하자 4P의 중심에 새로운 P인 Purpose(목적)을 첨가해서 5P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 시점은 고유한 목적을 실현시키는 도구로 브랜딩이 마케팅에 접목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글로벌 마케팅과 브랜드 연구자들이 목적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해 목적과 철학을 제품과 서비스에 접목시키는 실질적 행동에 나서는 것이 새로운 규범이 되었다. 코틀러 교수는 크리스티언 사카교수와 팽귄 북을 통해 <Brand Activism: From Purpose to Action>도 발간했다. 책의 요지는 목적과 코즈를 넘어서 이것을 실제로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브랜드란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팔 때 왜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 지인 why와 철학을 파는 것이다. 철학과 목적을 파는 것을 통해 고객이 다른 제품과 서비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체험을 했다면 브랜딩에 성공한 것이다. 경영자가 자신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고유한 브랜드 체험 때문에 대체 불가능한 회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다.
철학이나 목적이 없는 회사가 물건을 팔기 위해 스토리를 꾸며내 제품에 포장으로 사용한다면 brand washing을 하는 것이다. 철학과 존재목적이 없는 회사가 비싼 광고모델을 동원해 프로모션하는 것도 브랜드 와싱이다. 제품가에 광고비가 과대하게 반영된 것은 필연적 브랜드 와싱이다. 이런 광고 설탕범벅으로 코팅된 제품을 비싸게 팔아 고객을 당뇨 환자로 만드는 회사를 골라내 시장에서 제거하는 것이 글로벌에서 번지고 있는 소비자 브랜드 행동주의다.
이런 브랜드 소비자 행동주의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회사는 유니레버다. 유니레버는 영국과 네델란드에 본사를 두고 1922년에 설립된 100년 기업이다. 우리가 잘 아는 유니레버는 주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400여종의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립톤 홍차, 던킨 도너츠 커피, 알오에 베라 주스, 젠앤베리 아이스크림, 도브, 럭스 등 우리가 보통명사 정도로 알고 있는 제품 브랜드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뷰티 부문은 로레알, 에스티로더, P&G와 더불어 수년 째 최정상이다.
세계의 25억 소비자가 매일 적어도 한 가지는 유니레버의 제품을 사용한다. 2022년 총매출은 90조 정도이다. 지구 상 실제 존재하는 회사가 가성비가 넘치는 일상용품으로 이 정도 매출을 올린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운용하는 브랜드 중 12개는 각 브랜드의 연매출이 1조 3천억을 넘는다. 일용 소비재 중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가 13개이다. 190여개 국가에 매장을 가지고 있고 이 매출 중 60%를 개발도상국에서 올린다. 개발도상국에서 올린 매출은 가성비는 브랜드에서 필요조건이고 이 필요조건을 기본적으로 충족하고 목적의 체험적 가치인 충분조건을 통해 승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니레버의 존재목적은 운용하고 있는 모든 브랜드를 통해 "지속가능한 삶을 일상의 상식으로 만든다(to make sustainable living commonplace"이다.
회사의 홈페이지 1면에 회사의 철학과 존재목적에 기반한 소비자 행동주의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목적이 있는 브랜드는 성장하고, 목적이 있는 회사는 오래가며, 목적이 있는 직원들은 번창한다는 신념으로 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저희는 그 어느 때보다 저희가 걷고 있는 길이 저희와 세계를 위한 올바른 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환경적 변화에 대해 지금처럼 민감하게 견해를 취해온 적이 없습니다. 행동의 중요성이 지금처럼 강조되는 시절도 없습니다. 유니레버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일상을 만들겠다는 명확한 존재 목적을 가진 브랜드로 구성된 회사입니다."
"지난 10년간 저희는 어렵고 다사다난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저희의 존재목적을 경영과 브랜드에 반영하는 USLP(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 운동을 전개해왔습니다. 이 운동을 통해 경영성과는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해결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희 비즈니스 브랜드를 통해 행동하게 만들었던 지속가능한 일상에 대한 관심이 세계 비즈니스의 주류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항상 모든 것을 잘 해온 것은 아니지만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지속가능성에서는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희는 지난 10년간 수행했던 지속가능한 삶 운동인 USLP를 더욱 확고하게 전개해 협력업체, 고객 및 소비자, 세상이 주체가 되어 만드는 더 나은 미래를 현실로 가져올 것입니다."
유니레버는 지속가능성 기업을 선정하는 서베이 <Sustainability Leaders>에서 2011년 이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 서베이에서 상위에 해당되는 기업은 파타고니아, 나뚜라, 이케아, 인터페이스와 같은 기업이다.
한 회사 제품의 브랜드 가치가 회사를 지속가능할 뿐 아니라 대체불가능한 존재우위를 만들어 주는 지에 대한 경제학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철학과 목적에 대한 체험이 창출하는 가치와 가성비 가격의 차이가 그 비밀이다. 이 차이는 심리적 가격 저항선으로 측정된다. 예를 들어 A사의 제품이 현재 100만원에 팔린다고 가정하면 이 가격을 얼마까지 올려도 고객이 남아 있는 지의 문제다. 이 제품이 주는 체험적 가치 때문에 150만원까지 올려도 고객이 남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올리면 고객이 제품을 포기한다고 가정하면 이 제품의 브랜드 가치는 150-100=50만원이다. 똑 같은 가격에 팔리는 B사의 같은 제품의 경우 그 정도 가격을 올리면 모든 고객이 다 떠난다면 이 차이가 두 회사 비슷한 제품의 브랜드 가치의 차이다. 회사의 이윤이 현재 가격 마이너스 비용이라면 브랜드 가치는 가격저항선 마이너스 현재가격이다. 브랜드 가치는 회사가 어려운 사정이 생겨 가격을 올려도 문제를 초래하지 않게 만드는 버퍼이자 프리미엄 이윤이다. 이 버퍼가 레버리지가 되어 비용절감, 신뢰증가, 매출증가, 리스크 감소로 이어진다. 결국 브랜드의 체험적 가치가 회사를 생존을 넘어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고 궁극적으로는 세상에서 대체불가능한 존재우위를 구가하는 회사로 만든다.
대한민국의 CEO 중에도 글로벌에서 새로운 표준으로 제시되고 있는 공동의 사회적 목적소생 운동과 브랜드 가치의 의미를 파악하고 있는 회사는 초뷰카 시대에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전적 마케팅 방식을 탈피하지 못해 가정비 전략만을 강조했던 회사들은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회사가 되었다.
경기가 L자 경기로 어려워지자 의식이 있는 기업들은 자신의 회사 목적에 ESG 등을 삽입해가며 지속가능성 문제에 초미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자신의 생존을 넘어 운명공동체인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일에 매진하는 브랜드 행동주의가 MZ세대를 넘어 모든 소비자를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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