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자신을 안다고 자신할 수 있나?
자신에 대해 안다는 헛된 믿음
"네 자신을 알라"는 언명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현인들 사이에 공유되어 내려오던 주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이 언명을 화두로 삼아 철학의 아버지가 되었다.
우리는
정말 우리 자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소크라테스의 언명을 따라 우리가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우리 삶도 윤택해지는 것일까?
이런 주제를 오랫동안 심리학적으로 탐구한 학자가 Tim Judge다. Judge는 자신을 아는데 도움이 되는 많은 심리 성격적 요소가 있지만 성공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 요소 4가지를 추출해서 1997년 출간된 논문에서 Core Self Evaluation (CSE)라는 모형으로 제시했다. 실패한 사람들이 아니라 삶에 성공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들이 자신을 잘 안 다고 주장할 때 주장한 내용의 공통점을 분석해보니 4가지 자신을 평가하는 심리 성격적 특성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Judge가 찾아낸 4가지 자신에 대한 심리 성격 평가 요소는 자긍심(Self Esteem), 내적자기통제(Internal Locus of Control), 자기효능감(Self Efficacy), 정서적 안정성(Emotional Stability or Low Neuroticism)이다. 이런 심리 속성 개념은 Judge가 만들어낸 것은 아니고 전통적으로 심리학자들이 자신을 평가할 때 자주 이용하던 개념들이다. Judge의 공헌은 성격을 측정할 때 Big Five 모형처럼 수없이 많은 자기평가 개념 중 가장 중요한 4가지를 선택적으로 뽑아낸 점이다.
자긍심이란 자신이 정말 괜찮은 사람인지에 대한 믿음이다. 내적 자기통제란 자기 자신이 삶의 일인칭 주체라는 믿음이다. 자기효능감은 어떤 일을 맡겨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고, 정서적 안정성은 삶에 어려운 부침이 생겨도 화나 공포 등에 휩싸여 정서적으로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실제로 이 네 가지 자신에 대한 심리 속성 평가를 기반으로 성공하는 삶을 사는지를 찾아낸 연구가 2007년 Jounal of Applied Psychology에 실렸다. National Longitudinal Survey of Youth가 제공한 자료를 이용했다. 이 자료는 젊은이들의 4가지 자기평가와 이들이 중년으로 성장했을 때 실제 연봉이 담긴 시계열 자료가 담겼다. Judge와 동료는 표에도 제시했듯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학업성적을 통제해도 4가지 자기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던 젊은이들이 중년에 도달했을 때 연봉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증명했다.
최근에 우리 연구팀은 자신을 정말로 잘 안다는 믿음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자기긍휼감이라는 변수가 근원변수로 추가된 <네 자신을 알라>라는 더 정교화된 모형을 제시했다. 새 모형은 Judge가 제시한 4가지 핵심 심리성격 특성이 극단으로 흐를 경우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을 염두에 두었다. 브레이크가 없이 성장 마인드 셑이나 긍정심리자본을 과도하게 믿고 실천할 경우 사람들을 과로사로 소진되게 만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Judge의 모형은 그냥 기존에 있었던 심리적 변수를 모아 놓은 것이지 이들 간의 인과적 관계를 밝히지 못한 점도 새 모형을 만드는 동기로 작용했다.
<네 자신을 알라> 모형의 핵심은 자기긍휼(Self Compassion)이다.
자기긍휼이란 아픈 자신도 자신으로 받아들여 사랑하고 일으켜 세우는 자신에 대한 보다 근원적 사랑을 의미한다.
자기긍휼은 자신이 부모로 부터 물려 받은 재능과 머리와 유전자 복권만을 편애해가며 자신의 자긍심을 높일 때 자긍심이 자만으로 탈주하는 것을 막아주는 브레이크다. 유전자 복권으로 물려 받은 것은 자신에 대한 거품이지 자기가 고유하게 만들어낸 요소는 아니다. 내적자기통제도 긍휼감의 브레이크가 없다면 세상에 통제할 수 없는 것도 모두 자기탓으로 생각하게 하는 죄의식으로 탈주하게 만든다. 자기자신을 긍휼로 사랑하는 사람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별을 획득한다. 자기긍휼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일의 경계에서 시작해 자신을 일인칭 주인공으로 세우는 역할을 한다. 자기긍휼은 스펙 등을 무한정으로 부풀려가며 조건적 효능감을 높이려는 시도에 브레이크를 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은 그런 조건적 자신감을 만드는 스펙을 통해서 가 아니라 변화가 일상화된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자신에 대한 나침반을 가지고 있음에서 생긴다는 것을 인지시킨다. 또한 자기긍휼은 자신이 부정적 감정과 공포를 산출하는 편도체에 의해 종속되는 삶에서 자신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환기시킨다. 자기긍휼이 편도체의 압제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
또한 <네 자신을 알라> 모형은 제시된 다섯 가지 자기 심리적 특성과의 인과적 관계도 설정한다.
모든 것의 시작은 아파서 쓰러져 있는 자신도 자신으로 사랑하고 주체로 일으켜 세우는 자기긍휼이다. 자기긍휼이 자신에 대한 진정한 자긍심의 원천이다. 진정한 자긍심은 자신을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인칭 주체로 일으켜 세우는 분별력이 있는 내적 자기통제를 만들어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스로 분별력이 있는 자신을 주체로 세울 수 있는 믿음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정을 중시해가며 다양한 시도를 포기하지 않게 해 과제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근력을 만들어낸다. 이 근력이 자기효능감이다. 자기 효능감 근력으로 무장한 자신은 다윗의 힘을 얻었기 때문에 골리앗이라는 편도체와 조우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정서적 안정성을 유지해가며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 받는다. 이런 모든 과정은 아픈 자신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신에 대한 긍휼감으로 다시 환류된다.
결론적으로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진정한 믿음의 시작은 "아픈 자신도 자신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허그하고, 주인공으로 일으켜 세우는 자신에 대한 긍휼감이다. 지기긍휼은 자신에 대해 혁신과 근원적 변화를 행동으로 체험하는 힘이다. 자기긍휼이 없다면 내면에 성인아이가 자라서 중요한 순간에 난동을 부린다. 자기긍휼이 있는 사람들에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능, 머리, 외모, 건강은 자신을 주인으로 일으켜 세우는데 사용할 수 있는 보너스다. 자기긍휼이 없다면 Judge가 제시한 네 가지 자신에 대한 모든 믿음(자긍심, 효능감, 자기통제, 정서적 안정성)은 부풀려진 거품일 뿐이다. 이 거품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예고 없이 무너져 내린다. 자신에 대한 진정한 믿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다시 물어보자.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재능과 머리와 외모와 건강 만을 편애하는 이기적 사랑을 넘어서서 아픈 자신도 자신으로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로하고 삶의 주인공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는가?
자신을 자기긍휼로 환대하고 사랑하지 않는 다면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자기긍휼만이 부모가 물려준 유전자 복권이라는 거품과 포장이 무너졌을 때 절망과 아픔으로 쓰러진 자신을 일으켜 세워가며 스스로 훈련해 고유한 자신으로 만들어낸 자신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알짜 근력이다. 자기긍휼이 없다면 자신에 대해 잘 안다는 믿음은 자기기만이다.
우리가 제시한 새 모형은 삶의 번성을 결정해주는 자신을 제대로 안다는 믿음을 체험하려면 먼저 하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파서 쓰러져 누워있는 자신을 긍휼로 환대하고 사랑해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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