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이란 자신이 세우려는 세상의 목적에 대한 진실한 믿음의 안경을 쓰고 보았을 때 못 보던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비전의 해상도는 세상을 보는 목적에 대한 믿음이 세상에 대한 진실을 어느 정도나 담고 있는 지에 의해 결정된다.
리더의
믿음이 목적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지 못하다면 리더의 안경을 통해 보는 세상의 해상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해상도가 떨어진 눈으로 세상을 잘못 이해하고 내린 의사결정 대부분은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귀결된다. 자신의 안경을 탓하기 보다 세상을 탓해가며 죽음에 직면할 때까지 실수를 연발한다. 이런 리더에 이끌린 조직은 눈 먼 장님이 세상을 이끄는 형국이다.
인간은 세상을 그냥 맨 눈으로 보지 않는다. 믿음의 눈으로 본다. 이 믿음이 사이비 종교 교주의 믿음일 때 신도들은 모두 이 잘못된 비전에 의해 오염된다. 개의 눈에는 x만 보이듯 개인적 욕망이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리더를 만나면 구성원은 모두 욕망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리더가 만든 잘못된 안경을 비전의 안경으로 알고 세상을 왜곡해서 본다.
이런 현상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동화에 등장하는 엘리스가 우연히 찾아낸 초록나라 사람들의 초록 비전 이야기에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초록나라 사람들은 초록색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고 있음에도 자신들이 오랫동안 써온 초록색 안경의 존재 잊고 산다. 초록 안경 때문에 이들은 세상이 모두 초록색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초록 나라에는 처음 초록 안경을 쓴 임금이 모두에게 초록색 안경을 쓰고 벗지 말도록 명령했고 이런 상태가 오래되자 사람들은 자신이 초록색 안경을 쓴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고 있다. 팔이 하나 밖에 없는 임금의 나라에서는 팔이 두 개인 사람들이 모두 장애인으로 분류되듯 맨 눈의 엘리스는 이상한 장애를 가진 아이로 취급된다.
리더가 세상을 보는 믿음의 안경이 목적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는 지가 삶을 보는 해상도를 결정한다. 세상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해상도에 도달할 때 삶의 질은 고양될 뿐 아니라 성공이 따라온다. 해상도는 목적에 대한 진실된 믿음의 정도를 의미한다.
리더의 목적에 대한 믿음의 안경은 어려운 상황을 당할 때 그 진실성이 규명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리더가 쓴 목적에 대한 믿음의 안경으로 세상을 보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때 지켜보던 사람들도 목적에 대한 믿음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각종 어려움과 고난 속에서도 목적에 대한 믿음으로 상처 받을 개연성을 받아들이는 리더의 모습을 신뢰하기 떄문이다. 신뢰를 잔고로 삼아 리더가 제시하는 목적에 대한 믿음을 자신의 안경으로 공유한다. 구성원들도 같은 목적에 대한 믿음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기 시작한다. 결국 리더가 어려운 고난 속에서도 실현하려는 목적이 담고 있는 진정성이 안경의 해상도였던 셈이다.
리더와 구성원들이 목적에 대한 믿음의 안경을 비전으로 공유할 때 더 큰 세상이 드러나는 기적을 경험한다. 리더의 진정성이 구성원에게 입증되면 구성원은 리더의 안경을 받아들여 같은 목적에 대한 믿음의 안경을 쓰고 각자가 자리에서 파악한 세상에 대한 지도를 서로 공유하며 목적을 실현하는 일에 협업한다. 구성원들의 협업으로 못 보던 세상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의 범위가 확장된다. 천체 과학자들이 블랙홀이 진실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자신들의 천체 망원경들을 연결한 가상 망원경을 통해 실제로 블랙홀을 찾아낸 협업의 기적이 제대로 된 목적에 대한 믿음의 안경을 가진 리더와 구성원 사이에서도 현실이 된다.
종교 지도자나 정치 지도자들 중 젊었을 때는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대단했었으나 통찰력이 가져다준 성공에 취해 목적에 대한 믿음의 안경에 먼지가 덕지덕지 쌓인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조선 시대 갓 쓴 노인이 나타나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자신이 본 것을 믿으라고 설교하는 느낌이다. 이들이 보고 이야기하는 모든 것에서 기시감을 느끼는 이유는 이들의 비전이 과거에는 맞았는지 모르지만 지금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잘못된 안경이라는 사실을 본인만 모르기 때문이다.
레밍 쥐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집단 서식하는 쥐다. 이 레밍쥐가 유명해진 것은 흔히 레밍효과로 불리는 집단자살 현상 때문이다.레밍 쥐들은 3~4년마다 수천수만 마리가 바닷가 절벽에서 떨어져 집단자살 한다. 지독한 근시안을 가진 리더를 따라 먹이를 찾아 집단으로 이동하다가 벼랑 끝에 다달았을 때 바다를 작은 강이나 호수로 알고 리더가 뛰어내리면 뒤따라가는 녀석들도 덩달아 뛰어내린다. 리더 쥐의 근시가 원인이다.
우리 리더는 세상의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목적에 대한 제대로 된 믿음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일까? 리더가 이런 비전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구성원들은 가지고 있을까? 리더도 구성원도 누구도 제대로 된 비전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이 공동체는 레밍 쥐의 운명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지독한 근시였던 골리앗은 자신이 근시안 안경을 썼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다윗에게 싸우고 싶으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 오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비전을 가진 다윗은 멀리서 새총에 풀무돌을 장착해 골리앗의 눈을 겨냥해 골리앗을 쓰러트린다. 흐릿하게 세상을 보던 근시의 눈도 빼앗기고 쓰려진 골리앗은 아무리 갑옷과 방패로 중무장 했어도 그냥 시체와 다름이 없었다. 결국 세상의 모든 싸움은 잘못된 비전에 대한 믿음과 진실을 담고 있는 비전에 대한 믿음 사이의 싸움이다.
사실 우리 안에는 가용할 수 있는 것이 새총과 풀무돌 밖에는 없지만 세상을 멀리 보는 다윗의 모습도 있고 갑옷과 방패로 중무장했지만 지독한 근시안인 골리앗도 있다. 이 두 사람의 비전 싸움에 우리가 누구 편에 서는 지가 우리 삶의 해상도를 결정한다.
자신이 가진 비전의 해상도도 쉽게 진단해볼 수도 있다. 목적에 대한 믿음의 눈을 통해 비전을 획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도 잘 보지 못하는 장님이라면 이 사람이 주장하는 비전을 비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장님이 자신이 본 것이 모두 사실이라고 주장한다면 괴기하게 들릴 뿐이다. 진실을 담고 있는 목적에 대한 믿음의 눈을 가진 사람들만이 못 보던 자신을 보게 되는 비전을 경험한다. 글로벌 리더십 교육에서 자신에 대한 이해가 C Level 리더십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제시되는 이유다.
명료한 비전을 가진 리더들에게는 또 하나의 비밀이 있다. 긍휼의 눈물이다. 세상의 진실을 담고 있던 비전의 안경에 성공과 욕망의 먼지가 쌓일 때 긍휼의 눈물로 이 안경을 닦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실한 목적에 대한 비전과 비전의 안경에 쌓이는 먼지를 닦아낼 수 있는 긍휼의 눈물까지 겸비한 사람들을 진성리더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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