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성공적으로 개척했던 사람이 이 경력을 발판으로 삼아서 정치가가 되면 겪는 문제가 미끄러짐의 언덕을 잘못 강제하는 일이다. 법적 미끄러짐의 언덕은 작은 위법 사건에 대해서 관용을 베풀다보면 비슷한 사건에 대해서 관용을 베풀어야되고 그러다보면 법체계 전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믿음 때문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법대로 제대로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법이 지켜지는 세상과 조폭과 사기꾼들이 판치는 세상사이의 경계를 염두에 두었을 때 법의 언덕에서 실족해서 무법천지 언덕 아래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것이 한순간이라는 것이다. 얼핏 보면 지당한 이야기로 들린다.

문제는 이런 법조인으로 살 때의 생각을 정치가가 되어서 법적 언덕보다 더 높은 언덕에 사는 사람들에게 차원을 초월해가여 일방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할 때 생긴다.

이들은 정치가가 되어 상황이 달라졌음에도 법적 미끄러짐의 언덕을 상식적 수준에서 법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나 상식을 넘어서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신념으로 지켜가며 사는 사람들에게 강제한다. 절대적 기준은 법을 어기다 발칵되었는지다. 법을 어겼어도 발칵되지 않으면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범죄자로 보지 못한다. 숨겨진 범법자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다. 이들 눈에는 발칵되지 않았을 뿐이지 모든 사람들이 잠재적 범죄자다.

우리가 추구하는 윤리적 가치의 세상은 법 바깥세상과 법의 세상을 구별해주는 법의 경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의 경계 훨씬 안쪽 더 높은 곳에 존재한다. 법보다 더 철저한 윤리적 기준이 통용되는 세상은 법없이도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의 세상이다. 이 상식의 세상보다 더 철저한 기준은 상식에 맞춰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살 뿐 아니라 자신의 목에 칼이 들어가도 지켜야 할 것을 지켜가며 소신껏 사는 사회적 리더들의 가치의 세상이다. 법의 경계는 물리적 해악과 폭력에서 비교적 안전한 세상을 위한 울타리이고, 상식의 경계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세상을 위한 울타리이고, 가치의 경계는 공동체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안전하게 실험해볼 수 있는 미래의 울타리다.

정치가들이 세워야할 할 울타리는 물리적 폭력으로부터 지켜주는 법의 울타리와 상식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심리적 안정을 느껴가며 살게 하는 울타리를 넘어서 가치를 만드는 언덕을 올라가서 여기에 울타리를 세우고 창창한 미래를 실험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법조계에서 성장한 정치가들의 주장처럼 가장 낮은 수준의 울타리인 법을 지킨다고 상식의 울타리가 지켜지고 이런 가치의 울타리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식의 울타리만 제대로 지켜져도 법의 울타리는 존재이유를 잃는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법없이도 살 수 있는 나라가 시민국가다. 많은 국민들이 상식을 넘어 가치의 언덕에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면 대한민국은 초일류국가이다.

법조인 출신 정치가들이 생각하는 착각은 법치국가라는 법의 울타리가 우리나라의 국격의 수준을 결정하는 상식과 가치의 울타리 자체라고 믿어가며 차원을 혼돈하는 오류에서 생긴다. 법조인이 같은 말로 정의를 주장해도 법적 울타리에서 작동하는 정의와 상식의 울타리 안에서 작동하는 정의, 가치의 울타리 안에서 지켜지는 정의는 차원이 다르다. 법조인들이 빠지는 차원의 오류는 가치의 울타리에서 지켜지는 정의와 법의 울타리에서 지켜지는 정의가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의는 가치의 울타리에서 해석될 때 영남과 호남, 좌파 우파, 남성 여성에게 같은 보편적 정의로 해석된다. 차원의 오류를 통해 대한민국이 미래 가치로 추구해야할 정의를 하향평준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은 모든 영역에서 가치의 울타리와 상식의 울타리를 무너트려 법의 울타리 수준으로 붕괴시키고 있다. 가치와 상식을 통해 창출해야 할 미래의 울타리를 부수고 사람들을 법의 울타리에만 의존해 살도록 조장하는 정치행위에 몰입한다. 조폭과의 싸움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상식에서 미끄러지는 것이나 윤리적 가치의 언덕에서 미끄러지는 것과 같은 수준에서 취급한다.

이들은 모든 일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가며 국민들이 윤리의 언덕에서 미끄러짐이나 상식의 언덕에서 미끄러짐을 응원하고 마치 놀이처럼 즐긴다. 이재명 수사는 엄격하게 진행해가며 대통령 부인에 관련된 수사는 진행하지 않는다. 법을 넘어서 있는 상식선을 지키지 못하고 미끄러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순방중에 대한민국의 미래 가치를 침해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가치의 울타리를 무너트렸음에도 단지 대통령이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조하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반면 독립 헌법기관인 감사원을 동원해서 인권위를 비롯해 대한민국의 독립적 미래가치를 세워야하는 기관장들을 조사해서 위법을 찾아내 끌어내리려 혈안이 되어 있다.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윤리적 가치를 가진 사람들의 법적 흠결을 찾아서 억지로 미끄러 떨어지도록 뒤에서 미는 비윤리적 행동이다.

가치, 상식적 울타리도 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잘못된 윤리관이 불러일으키는 가치 참사다. 가치의 언덕과 상식의 언덕을 어렵게 오르고 있는 국민들을 법의 언덕으로 끌러내리는 반정치 행위다. 이들의 평소 주장인 <법대로 하자>는 이야기는 자신들은 이미 상식과 가치를 포기한 세상에서 살고 있음을 뜻한다. 결국 이들이 법으로 칼춤을 추는 동안은 법만 살아 있고 상식과 가치는 죽은 나라가 된다. 최근에 수상했다는 만평에서 한 고등학생이 우려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법조인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정치가로 세웠을 때 온 나라가 겪는 가치와 상식의 고통을 실제 목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