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뷰카시대 서로 다른 비즈니스 방식
카카오 사태를 지켜보며
초뷰카시대는 왠만한 역량을 갖춘 리더나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들초자도 따라가기 힘든 변화가 쓰나미로 몰려오는 시대를 의미한다. 뷰카(VUCA)란 미육군에서 실제로 안갯속에서 벌어지는 전쟁상황을 묘사하기 위한 말인데 초뷰카는 이런 전쟁이 실제 생활 뿐 아니라 가상세계의 플랫폼에서도 동시에 벌어지는 상황을 묘사한다.
초뷰카시대의 본질은 변화가 특이점을 향해 상승하고 있어서 모든 기업들이나 리더는 다 길을 잃는다는 사실이다. 길을 잃었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자신만의 존재목적이라는 나침반을 가지고 길을 잃었을 때마다 길 잃은 지점을 정확하게 찍어내서 구성원들과 협업으로 다시 지도를 그려낼 수 있는지다. 초뷰카가 이끄는 특이점의 방향과 인류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끌고가는 목적은 결국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길을 잃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할 때 기업이나 리더가 근원적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목적의 나침반이 있어서 길을 잃어도 자신들은 언제던지 새로운 지도를 애자일하게 협업으로 복원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다.
초뷰카시대의 실제 새로운 뉴노멀의 지평을 만들어내는 공의기업(Company of Shared Purpose)이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과 20세기 후반 경기가 좋을 때 만들어진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이라는 원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신자유주의 방식의 비즈니스 모형은 극명하게 다르다. 경기가 L자 경기로 장기불황에 들어서 성장이라는 신화가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서는 성과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신자유주의의 망령을 쫒고 있다.
장표 윈쪽 아래의 그래프는 신자유주의의 전략경영 방식을 따르는 기업과 공유된 목적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BAM(Business As Mission)기업 사이에 재무성과(ROE)의 격차와 2008년과 같은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회복탄력성의 차이를 보여준다.
신자유주의 비즈니스 모형은 종업원과 경영진을 앞에서 이끌어주는 드라이버(Driver)로 높은 전략적 목표와 연동된 성과보상에 대한 약속을 설정한다. 목표를 달성하면 이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약속을 고기덩어리로 삼아서 종업원들에게 그레이하운드 경기(토너먼트)를 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그레이하운드 토너먼트 경기를 통해서 성과가 나면 이 성과를 금전적으로 환산해서 다음 경기를 위한 강화제(Reinforcer)로 사용한다. 신자유주의 방식의 강화제는 승자가 보상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승자독식과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 종업원은 퇴출시키는 구조로 운영된다.
올해 성과에 대한 정산이 끝나면 내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제로베이스로 게임이 리셋된다. 실제로 종업원들은 같은 목표에 같은 수준의 보상을 걸면 이미 올해받은 보상이 준거이기 때문에 이 보상보다 더 강화된 보상체계를 제공하지 않으면 열심히 목표를 달성하려는 동기를 불러내지 못한다. 따라서 같은 목표를 달성해도 매년 보상의 수준은 높아진다. 신자유주의 모형에 따라 회사를 운용하면 무너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L자 경기로 회사가 가져오는 재무적 과실은 점점 줄어드는데 종업원을 열심히 뛰게 만들기 위해서는 같은 성과에 대해서 지난 해보다 더 높은 보상을 약속해야 한다. 재원을 마련할 수 없는 회사에서는 나머지 종업원에게 분배될 보상을 뺏어서 소수의 승자에게 몰아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공의기업(Company of Shared Purpose)의 비즈니스 모형이 돌아가는 방식은 BAM(Business As Mission) 방식이다. 회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의 고통을 해결해주어 지구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해야 존재이유에 대한 정당성을 획득한다고 믿는다. 자신만의 존재이유를 설명해주는 존재목적이 이들의 드라이버로 작용한다.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과 이 약속을 미션으로 실행해서 목적이 녹여진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이들이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인 셈이다.
파타고니아 이본 쉬나드가 자신들은 지구를 구하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사업을 한다고 선언하고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자신들이 약속한 미래를 위해 실험과 혁신을 멈출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MS가 독과점으로 벌어들이는 재무적 성과에 취해 길을 잃고 망하기 직전 나델라를 영입해서 MS의 나침반을 복원해 MS를 기사회생시킨 것도 초뷰카시대의 비즈니스의 본질을 막판에서라도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21세기 돌파구를 혁신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대표적 공의기업들도 돈을 벌기 위해서도 사업하지만 단지 돈만을 위해서 사업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존재목적에 대한 미션을 수행한 결과로 돈이 따라오게 만드는 방식으로 사업한다.
성과는 이들이 제품과 서비스에 담기로 약속한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혁신적 방법으로 실현해내 약속을 지킨 결과다.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한 성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최대한 공정하게 결과를 돌려준다. 이들 비즈니스를 위한 강화제는 누가 더 목적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최대한 단순하고 공정한 평가이다. 이들의 평가에서 가중치는 목적을 위해 모든 구성원이 협업한 정도이기 때문에 동료들의 간주간적 상호평가가 평가의 핵심이다. 목적이 없는 기업에서 간주간적 상호평가는 분란의 소지가 되지만 공동의 목적이 있는 기업에서 이에 기여한 정도에 대한 공정한 구성원들의 상호평가는 자부심과 감사의 원인이 된다. 자신과 동료가 일을 통해 조직이 약속한 목적을 실현하는데 얼마나 기여했고 이를 통해서 자신들의 전문성이 얼마나 성장했는지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이런 평가는 구성원 모두가 조직의 공동목적을 실현하는 일을 집단적 업으로 생각해서 즐겁게 일하는 일터의 원리인 경업락군의 운동장을 제공한다.
지금처럼 장기화된 불경기가 해결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L자 경기시대에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혁신이 기업의 생존과 번성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런 L자 초뷰카시대에 경기가 좋아서 높은 목표를 세우고 일사분란하게 몰아세우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구시대의 돈놓고 돈먹는 신자유주의 전략경영 방식은 자멸을 초래한다. 신자유주의 방식은 돈 놓고 돈먹는 하마의 그레이하운드 경기 방식이고 결국 돈이 제공될 수 없는 L자 경기에서는 참여자 모두를 번아웃시키는 구조다. 게임도 매년마다 더 높은 기준으로 다시 설정되어 여기에 다니는 구성원들은 모두 시시포스 돌굴리기에 동원된 구조다.
L자 경기가 심화되고 디지털 기술로 초뷰카가 노멀이 된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존재목적과 지속가능성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혁신이 핵심이다. 문제는 시대가 점점 더 어려워짐에도 돈을 넘어 지속가능성을 위한 혁신을 이끌어낼 목적에 대한 드라이버를 장착하고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의 기업들은 많아보이지 않는다. 이런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암울한 미래는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승자독식하는 성과구조를 드라이버로 걸고 계열사를 무한대로 쪼개가며 늘리다가 대한민국의 전체를 마비시킨 카카오는 전형적 신자유주의 비즈니스 기업이 초뷰카시대 어떻게 길을 잃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비즈니스 모형에 대한 각성과 근원적 변화가 없다면 카카오가 시작한 대한민국의 마비와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암울한 미래 운명의 서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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