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에서도 360도 평가는 어느 순간 HR의 규범이 되어 있다. 연구를 위해서 360도 평가에 대한 구성원의 만족도를 조사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구성원 대부분은 360도 평가가 평가라는 이름으로 숨통을 죄어온다고 묘사했다. 응답자들은 평가 결과가 좋게 나오든 나쁘게 나오든 상관없이 360도 평가가 누군가가 자신을 감옥에 가두고 감시하는 삶을 살게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심리적으로 민감한 사람은 자신의 상처에 남들이 침뱉는 느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에 문제된 카카오에서는 360도 때문에 자살하고 싶어하는 직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회사에 협업이 안되고 남들을 괴롭히지만 자신의 성과를 내는 Jerk를 골라내기 위한 좋은 의도로 시작한 360도 평가가 비극의 씨앗이 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360도 평가를 시행하는 회사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정도의 문제는 있지만 누구나에게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이 만들어낸 내면의 Jerk(성인아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회사는 일방적으로 가장 나쁜 Jerk를 찾아서 희생양을 만들어내지만 그렇다고 구성원 각자의 내면 속에 숨어 있던 Jerk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말 나쁜 Jerk가 찾아져서 공개적으로 코칭 대상이 되어 비난을 받는 동안 자신은 더 깊은 죄의식에 빠져산다. 코칭대상이 될 정도라면 발칵된 Jerk에게는 공개처형의 대상이 된 것이다. 코칭이란 꽃으로 더 심하게 매를 맞을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사랑의 편애에 빠져 산다. 우리가 편애하는 것은 부모가 유전자 복권으로 물려준 좋은 머리, 외모, 재능, 건강 등등 쉽게 자신의 노력을 보태지 않아도 자신의 것으로 주장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학교를 다니거나 사회 초년생일 때까지 이런 유전자 복권은 큰 역할을 수행하게 되고 이런 복권에 대한 일방적 사랑이 지나칠 때 이런 것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불쌍한 사람들에게 Jerk가 되어 행패를 부리는 삶을 시작한다. 남들에게 Jerk가 된다는 것은 자신 속에 Jerk를 키우고 이 Jerk가 점점 고립되어 성인아이로 전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 내면의 jerk를 해결하지 못하면 부모가 물려준 유전자 복원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약발도 점점 떨어진다. 자신 내면의 Jerk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삶의 비극이 시작된다.

자신에 대한 온전한 사랑은 유전자 복권에 의존해서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 동안 자신 내면에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성인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성인아이를 감추거나 싸워서 이기려 하기보다는 이 성인아이가 부모의 유전자 복권에 의존해서 사는 동안 돌봐지지 못한 불쌍한 자신임을 인정하고 껴안아주고 불쌍히 여겨주고 일으켜 세워주는 자기긍휼(Self Compassion)이 자신을 온전하게 사랑하는 일의 본질이다. 긍휼로 자신을 온전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부모의 유전자 복권에 뚜꺼운 알 속에 갇혀 고통 속에서 살고 있던 자신의 고유한 내면을 인정하고 부활시켜내는 일이다. 유전자 복권을 편애하는 자신과 이 속에서 Jerk로 자라나는 자신을 긍휼로 일으켜 세우는 사랑의 맞대결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다. 상처를 받더라도 아픈 자신을 용기 있게 인정할 수 있는 용기(Vulnerability)가 없다면 이 싸움은 시작도 할 수 없다.

지금 일반 기업 HR에서 규범으로 시행하는 360 평가는 유전자 복권을 살려내서라도 회사에 손해를 끼지치 말라는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이런 지속적 메시지를 받은 구성원은 360도 평가가 마치 자신의 상처에 침을 뱉은 느낌이라고 묘사하고 자살 충동으로까지 자신을 몰고간다고 고백한다.

요즈음은 유전자 복권으로 타낸 재능은 AI나 로봇에 의해서 쉽게 대치될 수 있는 시대이다. 유전자 복권에 의존해서 문제를 풀 수록 자신에게 시시각각으로 닦치는 전대미문의 새로운 문제를 다른 사람과 협업해서 창의적으로 풀 수 있는 능력은 점점 떨어진다. 전대미문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들은 남들에게 잘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에 자신에게 상처받아 Jerk로 변화할 수 밖에 없던 아픈 자신을 용기있게 인정하고 이 아이를 온전하게 사랑해서 미래의 다윗으로 키운다. 아파서 쓰러져 누워 있는 자신을 알고도 외면하는 사람이 있다면 최고 수준의 후레자식(Jerk)이다.

지금 기업에서 행하고 있는 360평가는 바람직한 사회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공인된 폭력이다. 자신을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는 근력을 회복하는 프로그램으로 개선되지 못한다면 폐지하는 것이 옳다.

다른 사람을 온전하게 환대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주인으로 온전하게 사랑하는 사람들만 가능한 일이다. 상처받아 쓰러져 있는 환자가 다른 상처받은 환자를 손님으로 초대해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 대한 긍휼감을 회복해 상처받은 자신을 치유해서 일으켜 세우는 주인됨이 없이는 다른 구성원을 손님으로 제대로 환대하지 못한다. HR에서 해야할 일은 회사에서 상처받은 종업원들이 자신을 온전하게 사랑해 주인됨을 살려낼 수 있는 일터를 조성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