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린 후 임종을 앞두고 진행한 마지막 고별 강의에서 큰 울림을 주었던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컴퓨터 공학부 교수인 랜디 포시교수는 마지막 강의에서 벽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두 부류의 사람으로 나눠진다는 교훈을 남겼다.

한 부류는 부정적 프래임으로 벽을 장애로 해석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런 해석에 근거해 벽이기 때문에 자신은 되돌아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 부류는 긍정적 프래임의 사람들로 벽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하고 이것을 알아 보기 위해서 벽을 뛰어넘어가는 사람들이다. 벽 뒤에 펼쳐질 무궁무진한 세상에 대해서 궁금증으로 가득찬 눈으로 벽을 오른 사람들이다. 물론 기회는 벽을 긍정적 프래임으로 인식하고 뛰어 넘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몫이고 이들에 의해 세상은 더 나은 세상으로 바뀌었다.

두 명의 상인이 무거운 짐을 지고 고개넘어 마을에 옷을 팔러가고 있는 중이었다. 고갯마루에서 휴식을 취하며 둘 사이에서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간다. 한 상인은 이 고개가 조금이라도 낮았으면 좋겠다고 푸념을 한다. 이에 대꾸해 다른 상인은 자신은 고개가 좀 더 높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속내를 내 비췄다. 괴상한 답변이라고 생각한 첫번째 상인이 그 이유를 물어본다. 고개가 낮으면 누구나 쉽게 고개를 넘어서 옷을 팔러갈 수 있지만 고개가 높고 더 위험해지면 자신만 유일하게 산을 넘어서 옷을 팔러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장애가 없는 일을 통해서 큰 성취를 만들기는 낙타가 바늘구명에 들어가기 보다 힘든 일이다. 큰 성취 뒤에는 이와 같은 장애 뒤에 숨어 있는 긍정적 성취의 기회를 보고 이해하고 실제로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 고개를 넘고 벽을 넘기 위해 근력을 길러낸 사람들이 도사리고 있다. 인생에 장애가 없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은 착각이다, 오히려 사람들은 어려운 장애를 극복했을 때 더 큰 성취감과 성장의 열정을 느낀다.

리더십의 관점에서 세상에 벽(장애)가 없었다면 리더와 리더가 아닌 사람을 구별할 방법이 없다. 리더란 벽을 만났을 때 벽 넘어의 존재목적이 실현된 세상에 대한 열망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벽을 넘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벽을 넘을 수 있는 근력을 획득한 사람들이다.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려는 열망이 커도 어린이의 근력에 머물고 있다면 열망은 그냥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

아래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시가 시사하는 바다. 담쟁이는 다른 담쟁이와 손잡고 벽을 넘은다. 벽을 넘는 선한 이유가 밝혀지면 누군가는 같이 넘은 사람이 생긴다.

큰 복권에 당첨처럼 벽을 넘지 않고 큰 기회를 얻는 것이 우리의 인생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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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도종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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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놓지 않는다

저것은 먹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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