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resilience)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굴의 의지를 발휘하며 일어설 수 있는 오뚜기 근력을 의미한다. 회복탄력성이 없다면 가다가 넘어졌을 때 일어설 수 있는 근력이 없는 것이다. 일어설 수 있는 근력을 잃었다면 세상에 주체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힘을 잃은 것이다. 주인으로 살 수 있는 삶에 종결을 고한 상태다.
회복탄력성은 지금처럼 모두가 기진맥진해진 어려운 시기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막아주는 면역제의 역할도 수행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약한 고리로 전락한다. 약한 고리가 되면 회복탄력성을 무력화시키는 숙주로 전락한다. 숙주로 전락하면 각종 가스라이팅의 타겟이 되어 가스라이터의 노예로 사는 삶을 벗어날 수 없다.
회복탄력성을 잃어버린다면 결국 주인으로 사는 삶을 포기하거나 가스라이터에 기생해가며 이들의 숙주이자 노예로 살게 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은 회복탄력성은 모두 좋다는 생각이다. 사실 회복탄력성은 가치 중립적이다. 좋은 의도에 봉사할 수도 있고, 나쁜 쪽으로 봉사할 수도 있다. 전과기록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나쁜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나쁜 회복탄력성을 가진 사람이고 성직자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좋은 회복탄력성을 훈련한 분이다. 회복탄력성은 이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악당의 근력이 될 수 있고 천사의 근력도 된다.
각고의 고생을 버틴 끝에 운이 찾아와 대박을 이룬 사람이라면 이렇게 성공한 자신만의 방식의 회복탄력성을 과도하게 일반화해서 믿게 되고 결국 세상이 변화하면 자신을 성공하게 한 회복탄력성 때문에 몰락을 경험한다. 이런 방식으로 회복탄력성에 대한 잘못된 믿음 때문에 무너지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은 뇌과학이 발달되어서 회복탄력성은 시냅스의 형성과 시냅스가 연결된 패턴의 문제라는 것이 밝혀졌다.
과학적으로 뇌의 시냅스의 구조가 바뀐 것은 마음의 근육 즉 회복탄력성이 바뀐 것이다. 회복탄력성이 있다는 것은 뇌와 싸워서 이겼고 따라서 회복탄력성을 지지하는 시냅스 패턴 구조가 생성되었다는 의미다. 시냅스 패턴 구조가 생겼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뇌와 싸워 이긴 겻이다. 게으르지만 똑똑해서 변화를 싫어하는 뇌의 시냅스를 마음먹은 바대로 움직일 수 있는 근력이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회복탄력성이 가치중립적이라면 건강한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건강한 회복탄력성을 만들어내는 것과 관련된 수많은 연구가 있지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존재목적과 자기긍휼과 온전한 주체가 그것이다.
첫째 요인인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이 회복탄력성이 있는 마음의 근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도 한 두 번 마음을 단단히 먹는 행동을 해낼 수 있으나 존재목적을 통한 도움없이 시냅스를 이겨서 마음의 근력을 만드는 단계까지 성공하지 못한다.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이 반복되는 어려운 상황을 이기고 마음 단단히 먹는 일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존재목적은 어려운 상황이 왔음에도 왜 자신이 일어서야 하는지의 이유를 제공해 끊임없이 일어서게 한다. 존재목적은 뇌의 전전두엽 시냅스가 편도체가 활동하는 번연계에 심리적 안정지대를 만드는 울타리를 둘렀을 때 작동한다.
존재목적은 왜라는 이유를 삶의 편린들을 모아서 강력한 레이저 빔으로 만드는 원천이다. 자신의 삶에 목적과 사명이 있는 사람들만 삶이 초점을 무작위적으로 여기저기 낭비하지 않고 일관되게 근력을 단련해 최고의 근력을 만들어낸다. 빛도 무작위로 흩어지면 아무 힘도 못 느끼는 빛이지만 한 방향으로 정렬되면 레이저 빔이 된다. 목적은 무작위로 흩어지는 삶의 편린들을 모아서 정렬시켜 쇠도 뚫을 수 있는 레이저 빔을 만든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신 삶의 미래에 대한 존재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만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의 근력을 만든다.
건강한 회복탄력성을 만들어내는 두 번째 요인은 자기 긍휼감이다. 자기긍휼이란 유전자 복권으로 개발된 것을 이용해서 풀 수 없는 세상의 문제를 풀다가 쓰러져 누워 있는 자신(성인아이)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 아이를 삶의 주인으로 환대하고 치유하고 일으켜 세우는 사랑이다. 부모가 물려준 유전자 복권만으로 자신에게 시시각각으로 닥치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음을 인정해 유전자 복권에 대한 편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주인이 되어 해결할 수 있도록 사랑하는 것이 자기긍휼이다. 최근의 연구 동향을 보면 이런 자기긍휼이 자긍심, 효능감, 내적통제의 힘을 키워 결국은 건강한 회복탄력성에도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을 밝혀지고 있다.
뇌과학적으로는 전전두엽이 두른 울타리가 없거나 무너지면 번연계에 나서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한다. 번연계의 두 중추인 공포와 감정 문제를 다루는 편도체와 기억을 만들고 편집하는 해마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편도체와 해마는 부모가 물려준 유전자 복권의 명령에 따라 철저하게 움직이는 로봇이다. 생존이 이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면 답이 없는 세상의 고차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성인아이가 온전한 성인으로 키워져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잃는다.
건강한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마지막 요인은 온전한 주체적 자아다. 신자유주의는 효율성이라는 명분으로 몸, 마음, 정신을 끊임없이 분절시켜서 부분최적화를 위해 동원해왔다. 심지어 회사에 올 때도 생각은 문 밖에 걸어두고 몸만 가지고 와서 시키는 대로 일하라고 주문했다. 이렇게 고용된 몸은 초단기적 성과를 위해 단거리 경주를 위해 최적화되어 결국 고혈압에 걸렸고, 눈앞에 보이는 당근이 있을 때에만 달릴 수 있는 당뇨병을 가져왔고, 필요없는 일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비만을 가져왔다. 신자유주의 HR 정책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 대부분을 고혈압, 당뇨병, 비만이라는 기저질환 환자로 만들었다.
분절되어서 사용되는 몸, 마음, 정신을 다시 모으는 온전한 자아로서 근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떨어진 면역력 때문에 언제든 나쁜 바이러스의 숙주로 전락한다. 신자유주의 HR이 몸, 마음, 정신을 분절시켜 사용하는 이유는 물리적으로 잴 수 있는 시간의 효율성에 천착하기 때문에 생긴 관행이다.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몸, 마음, 정신이 온전하게 결합된 시간은 체험된 질적 시간이다. 이런 질적 시간에 대한 체험이 가능해야 몸만 와서 일하는 물리적 시간이 희생한 온전한 자아를 복원할 수 있다.
몸, 마음, 정신이 온전한 자아에 대한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이 자아가 목적을 실현하는 일에서 주인이 되어 나서고 유전자 복권으로 받을 자아의 골리앗 속에 가려졌던 다윗을 찾아서 긍휼로 사랑하는 마음을 회복할 때 어떤 어려움이라도 슬기롭게 극복해 건강한 회복탄력성을 위한 시냅스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건강한 회복탄력성을 가진 사람을 자기수양(self discipline)이 된 사람이라고 부른다.
결론적으로 목적과 긍휼감 없이도 인간이라는 이유로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회복탄력성의 근력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면 인간을 신과 같이 취급하거나 비현실적 수퍼맨으로 취급한 것이다. 목적, 긍휼, 온전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회복탄력성이 잘못된 의도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차라리 회복탄력성을 기르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요즈음처럼 상황이 더욱 암울해질 때 일 수록 더욱 마음의 근력인 건강한 회복탄력성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L자 경기가 뉴노멀로 굳어진 시점에는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과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긍휼의 사랑으로 강철맨탈을 형성한 진성리더들이 나서서 자신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주기를 기대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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