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류는 플라톤이 처음 발견했고 베이컨이 동굴의 우상에서 묘사했던 토굴맨이다. 이들은 밖의 세상이 무서워서 토굴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토굴 밖에서 들어오는 빛을 무서워한다. 이들은 빛이 들어오는 토굴 밖의 세상을 직시하지 못하고 빛이 비춰져 동굴 안에 그림자로 전달되는 세상을 자신의 세상으로 믿고 산다. 이들 토굴맨은 힘 있는 토굴맨을 만나면 카르텔 세력으로 전락한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사회나 회사에나 이런 카르텔 토굴들 천지다.
다른 부류는 세상의 압제를 피해 토굴로 숨어 들어온 전사들이다. 이들은 플라톤과 베이컨의 토굴맨과 달리 밖에서 들어오는 빛을 직시해가며 토굴 밖으로 나가는 것을 꿈꾼다. 지금은 카르텔 토굴 세력에 밀려 숨어 살지만 토굴을 탈출하여 인간 답게 사는 것이 이들의 소망이다.
역사적으로 이런 레지스탕스로 토굴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많이 존재했고. 역사는 이들이 자유를 획득해 카르텔 토굴을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되어 왔다. 일제의 압제를 피해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독립군도 토굴맨었다. 대한민국을 독제에서 해방시켰던 운동권 젊은이들도 숨은 결사대 토굴 세력이었다.
성경의 다윗과 다윗의 전사들도 두 번째 부류의 토굴맨이었다.
다윗은 사울 왕에게 쫓겨 아둘람 굴에 숨어 있었다 (사무엘상 22장). 사울왕에게 쫒겨 아둘람 굴에 숨어 있다는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은밀히 퍼져나가자 다윗을 따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부분이 천민이고 거지이고 정치적인 피해자였다. 그 인원수가 한 때는 400명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윗이 품고 있던 새벽의 영혼을 깨우는 사명과 만나지 못했더라면 단지 시대적 도적 떼로 전락할 사람들이었다. 도적 떼로 남는지 사명을 종소리를 듣고 역사의 전사로 남는지는 한 끝 차이다.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 내 마음이 확정되었사오니 ...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시편 57편 7-8절).
아둘람 굴에 모인 사람들은 다윗의 사명과 만나 시대의 전사가 되었다.
나는 대학의 사명이 취업 공장 역할을 넘어서서 시대의 아둘람 굴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학에서 시대의 거대 골리앗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청년정신으로 훈련된 젊은 다윗을 육성해 내지 못한다면 세상의 창의적이고 근원적 변화는 물건너간 일이다. 기득권이 토굴 세력이 만든 질서에 순종하며 사는 현재는 우리에게 골리앗이고 미래는 다윗의 세상이다. 대학은 젊은이들에게 자신 안에 있는 골리앗에 대항하는 진정한 토굴맨 다윗의 힘을 가르쳐야 한다. 대학은 젊은이들에게 유전자 복권을 향유하며 편하게 살고 싶어하는 내면의 골리앗을 물리치고 골리앗 기세에 눌려 성인 아이로 숨어서 떨고 있는 내면의 다윗을 일으켜 세우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이들에게 자신만의 아둘람 굴이라는 실험실을 설계해내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 대학이 시대의 아둘람 굴 역할을 못해낸다면 젊은 다윗이 아닌 골리앗으로 성장한 기득권에 봉사해가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최선의 목표로 삼는 첫째 부류의 토굴맨을 양성하는 공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아둘람 굴의 사명이 사라진 대학에서는 청년 기업가도 있을 수 없고, 창의성도 있을 수 없고, 모험을 하는 패기에 찬 젊은이도 찾아 보기 힘들 것이다. 변호사와 의사를 최고의 꿈으로 알고 주어진 삶에 만족한 정신적으로는 이미 노인이 다 된 똑 같은 청년만 있을 뿐이다.
대학이 골리앗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청년 다웟을 시대의 레지스탕스로 육성해내지 못한다면 역사는 영원히 진보하지 않을 것이다.
시대의 변화와 미래는 모두 물 건너간 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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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대한민국에서 초기에는 아둘람 세력이었던 운동권이 카르텔 토굴맨으로 전락했다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 이런 루머가 카르텔 토착세력이 퍼트린 음모인지 아니면 진실인지는 오직 당사자들만이 아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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