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_기술 #진정성 #개_사과 #학습하는_죄인

만델라가 오랜 감옥 생활을 해가며 깨달은 진리가 "인간은 학습하는 죄인"이라는 명제다.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인간은 모두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불확실성이 극심해질 경우 우리는 실수를 통해서만 성장한다. 실수를 통해 학습하지 못하고 실수가 누적되면 실수는 자신을 넘어서 다른 사람의 행복과 복리를 침해한다. 결국 조그만 실수가 빨리 빨리 피드백 되어 고쳐지지 못한 결과 실수는 커지게 마련이고 커진 실수는 다른 사람을 침해하는 윤리적 문제로 발전한다.

인간은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마치 신처럼 연기하다 결국은 침해 받은 남들에 의해 털려 나오는 비극을 경험한다.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믿고 사과하지 않기로 결심하면 독재자로 전락한다. 독재가 한계를 넘어서면 사과가 허용되지 않는 사과의 사형 선고에 처해진다. 역사적 비극은 대부분 사과하지 않는 독재자들이 쓴 서사다.

선거가 이뤄지는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면 사과의 장이 선다. 사과할 테니 사과의 값을 계산해 기회를 달라는 거래와 흥정이 이뤄진다. 정치의 계절을 맞이해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뒤늦게 사과를 팔다가 제 값을 못 받고 낙마하는 사람들이 넘친다. 뒤늦은 사과로 이미 유효 기간이 지나 제 값에 팔리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사과를 부도내고 해외로 도주한 공직자도 생긴다. 선거 철에 특히 극심하게 벌어지는 일상이다.

사과는 언제 어떻게 했을 때 진정성을 인정받는 것일까?

진정성이란 True to Oneself로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와 관련된 남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같은 경우다. 이런 진정성의 정의에 따르면 정말 진정성이 있는 사과는 잘못을 깨달았을 때 먼저 자복하는 사과다. 스스로 먼저 자복하는 사과에는 남들이 모르는 자신만이 진실도 담을 수 있고 사과를 계기로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미래를 위한 진솔한 약속도 담을 수 있다.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오래전에 알았음에도 사과하고 있지 않다가 남들에 의해 끌려 나와서 하는 사과는 대부분 진정성이 없이 연출한 <개 사과>다. 사과는 사과를 한 당사자가 아니라 사과를 받는 사람들이 이 진정성을 판단해보고 받아들이는 지가 결정되는 문제여서 이런 연기된 <개 사과>는 반드시 후폭풍으로 단죄를 불러온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시점에 사과를 놓치면 놓칠수록 잘못이 잘못을 정당화하고 세탁하는 과정을 거쳐 사과할 것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낸다. 사과가 늦으면 늦을수록 사과할 일도 눈덩이처럼 커져 남들이 알아차릴 개연성이 높다. 남들이 먼저 알아차려 하게 된 사과는 뒤 늦은 사과에 대한 형벌이 부과된다. 사과의 타이밍을 놓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 나와서 하게 되는 사과는 대부분 연기된 <개 사과>로 진정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끌려 나와 사과하게 되는 사람들은 사과의 목적이 자신의 죄에서 생기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자신에 대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을 사과의 목적으로 할 경우 사과는 방어적 사과로 전락 한다. 방어적 사과는 사람들이 알고 있고 기대하는 사과의 수준보다 한 발 못 미치게 사과한다. 방어적 사과로 일관할 경우 숨겨진 나머지는 화난 청중에 의해서 반드시 집단적으로 털려 나온다. 결국 작은 실수가 누적되어 남들에게 사과할 일을 자초한 셈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연결된 것에는 CCtv가 달려 돌아가는 초연결시대에는 잘못을 숨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고 기록하는 세상이어서 비밀은 설 자리가 없는 세상이다. 또한 sns의 발달로 모든 사람들을 기자이자 제작자로 활동하는 매스컴이 민주화된 지금과 같은 시점에 유명인이나 정치인의 감춰진 잘못은 반드시 털려 나와 정죄된다. 안 털려 나오는 이유는 대상이 그냥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비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은폐하는 방어적 사과는 다시 의혹으로 불거져 또 다른 사과를 부른다. 처음부터 마지막에 사과한 수준의 사과를 진솔하게 했다면 큰 문제로 비화하지 않는다. 사실을 숨기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방어적으로 사과를 하다 보니 사과의 핵심인 진정성이 의심 받게 되고 개 사과가 되어 오히려 문제가 더 불거지는 것이다.

존슨앤존슨을 지금처럼 신뢰로운 기업으로 만든 것은 타이네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 사건을 대한 경영진의 진정성이 담긴 사과 때문이었다. 정신병자가 이 회사 진통제 타이네롤에 독극물을 삽입해 몇 사람이 사망하는 비극적 사건이 터 졌을 때 존슨앤존슨은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독극물을 주입할 수도 있도록 설계된 포장의 문제를 회사 스스로가 먼저 제기하며 회장이 진정성을 다해서 공개적으로 고객에게 사과했다. 이 뿐 아니라 식약청은 따지고 보면 존슨앤존슨 잘못도 아니니 문제가 생긴 시카코와 일리노이 지역만 타이네놀을 수거할 것을 회사 명했지만 정작 회사는 미국전역의 타이네놀을 수거해서 태웠다. 혹시나 있을 모방범죄로 고객들이 다칠 것을 진심으로 걱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신속하게 용기를 교체했다. 결과적으로 고객들은 회사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노력에 감동해 타이네놀을 진통제의 보통명사로 받아들였다. 고객들이 진통제를 살 때 진통제 달라고 하지 않고 그냥 타이네롤 달라고 주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타이네놀 사건이 없었다면 오늘의 존슨앤존슨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하는 사람들은 사과를 할 때 변명을 섞지 않는다. 이런 mixed message는 공분으로 타오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름의 물을 붓는 역할을 한다. 변명은 용서를 구걸하는 행위로 인식되어 진정성에 찬물을 붓는다.

사람들은 죄와 실수를 통해 성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수나 죄를 저지르는 것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도록 교육도 받는다. 하지만 죄 뿐만 아니라 사람도 미워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조건은 자신의 죄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된 태도 때문이다. 죄를 지은 사람이 이 죄와 실수를 스스로 자복하고 이 죄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진정성을 보이면 죄에서 이 사람을 분리하여 인간적으로 용서해준다. 자신을 숨기고 변호하는 것은 진정성을 구걸하는 행동이다. 예수의 십자가도 죄를 통해서 학습하지 못하는 인간에 대해 각성을 촉구하는 최후통첩의 메시지였다.

우리는 누구나 학습하는 죄인이다. 레미제라블에서 촛대를 훔친 장발잔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로부터 용서를 받고 칭송의 대상이 된 것은 그가 자신의 죄를 스스로 자복하고 자신의 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을 통해 자신을 성장 시키는 계기로 삼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완벽한 사람으로 과신하고 자신의 죄를 감추는 사람은 문제가 불거짐과 동시에 괴물로 전락하고 죄를 자복하고 이를 통해서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사람들은 진정성 넘치는 리더로 성장한다. 방어적 사과가 괴물에게 먹이를 줘 괴물을 키우는 셈이다.

의혹에 대해 Mixed Message를 남발해가며 개사과를 하고 있는 사람이나 사과할 일이 많음에도 미루고 있는 사람들에게 레미제라블을 일독할 것을 권한다.

명성을 쌓기 위해서는 수 십 년 동안 어렵게 언덕을 올라야 하지만 실수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된 <개 사과>로 언덕에서 실족해 굴러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의 문제다.

록펠러와 카네기도 젊었을 때는 악덕 기업주였다. 하지만 이들은 충분히 이른 시점에 자신의 잘못을 자복하고 용서를 구했다. 지금은 누구도 이들을 악덕 기업주로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를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관계의 속셈이 뻔히 보이는 시점에 사과를 연기하기보다는 잘못을 깨달은 시점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