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가 만든 애니 영화는 빼놓지 않고 챙겨본다. 주말에 파트너와 같이 인사이드 아웃 2를 보았다. 우리가 보는 곳이 롯데 시네마인대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스크린을 점유하고 있었다.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청소년들의 열기도 대단했다. 영화가 끝난 후 청소년들이 감동을 받았는지 박수를 쳤다. 청소년들이 아이돌 가수를 보면 흥분해 소리지르는 것을 보았지만 이렇게 점잖게 박수치는 모습은 낮설었지만 충격이었다. 소올만큼 내게는 큰 감흥이 없었지만 청소년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세대 차 편견을 감내하고 영화 보러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내면의 감정을 캐랙터로 만든 영화다. 인사이드 아웃 1편에서 11살이었던 주인공 라일리는 이제 13살이 되어 사춘기에 접어든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친구들, 그리고 다가오는 아이스하키 캠프 참여까지, 라일리는 설렘과 동시에 불안감에 휩싸인다 (스포일러 주위).

라일리의 내면 세계를 지배하던 기쁨 joy, 슬픔 sadness, 버럭 anger, 까칠 disgust, 공포 fear 다섯 감정들도 라일리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중, '불안 anxiety, '당황 embarrassment', '따분 ennui', '부럽 envy'라는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하며 라일리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된다.

특히, 최악의 상황을 항상 대비하며 과민하게 반응하는 '불안'이가 다른 감정들과 갈등하며 라일리를 더욱 부화뇌동하게 만든다. 결국 '불안'이 때문에 감정 컨트롤 본부가 붕괴되고 라일리의 기억 저장소가 손상된다. 기쁨이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실종된다. 감정 컨트롤 본부가 붕괴되면서 라일리의 감정은 슬픔, 분노, 두려움에 장악되어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결국 긍정적 정체성의 인도에 따라 기쁨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떠나고 이 여정에서 진정한 성장을 체험한다. 사라진 기쁨을 찾기 위해 낯선 감정들과 함께 모험을 떠난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은 위험과 어려움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라일리를 건강한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으로 키운다는 이야기다.

인사이드아웃 2는 단순히 감정들의 모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을 넘어, 사춘기에 직면한 청소년들의 내면 갈등과 성장 과정을 따뜻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표현하며, 모든 감정이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청소년들이 겪는 감정 충돌과 소용돌이는 뇌과학이 밝힌 정서에 대한 최근의 연구결과를 충분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파충류의 뇌에서 시작해서 전전두엽을 진화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번연계(Lymbic System)이라고 불리는 파충류 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몬드 모양을 가진 편도체(Amygdala)와 해마를 닮은 해마(Hippocampus)다. 파충류 뇌에 실험학습과 긍정정서를 담당하는 대상회(Singulate Gyrus)가 생겨 변연계가 완성된다. 영화에서 감정 컨트롤 타워가 무너진 것은 지각과 경험의 통로인 시상하부(hypothalamus)에 문제가 생긴 것을 은유한다. 장기기억은 대뇌피질에 저장되기 때문에 기억저장소가 붕괴된 것은 대뇌피질에 문제가 생긴 것을 뜻한다.

편도체는 생존과 관련한 감정을 통제한다. 편도체의 기본적 모드는 자기보다 강한 대상이 접근하면 공포를 생성해 도망(Flight)가는 양태를 취하고, 자기보다 약한 대상이 나타나면 아드레날린을 생성해 싸워 이겨(Fight) 잡아 먹는 모드를 취한다. 생존에 집중해 싸우거나 도망치는 전략(Flight-Fight Strategy)은 파충류 뇌인 편도체가 생성한 전략이다. 편도체는 부정적 감정을 분출해서 전략을 집행한다. 주로 쓰는 부정적 감정이 불안, 화, 공포다. 도망갈 때는 공포를 공격할 때는 화를 분출한다. 평상시는 불안의 감정이 정서를 장악한다. 편도체를 직업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직업은 검사와 조직폭력배로 이들의 직업적 정서가 청소년들의 정서와 가장 닮았다.

인간의 뇌에 해당하는 전전두엽은 파충류 뇌의 본질인 동물적 반응에 울타리를 제공해서 이를 제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편도체와 전전두엽의 연결성에 관한 연구를 보면 어렸을 때는 주로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청소년기에는 전전두엽과 편도체가 힘겨루기로 서로 충돌하고, 성인이 되면 편도체는 전전두엽 통제 하에 들어간다. 어렸을 때는 전전두엽이 발달하지 못해 파충류 뇌인 편도체가 생존모드를 장악하고 문제가 되는 청소년기는 영화에서 처럼 편도체가 이기기도 하고 전전두엽이 이기기도 하는 무정부 상태가 발생한다. 사춘기의 청소년들의 행동을 제어할 수 없는 것이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전전두엽(특히 측와전전두엽)이 충분히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 전전두엽이 승리해 인간다운 삶을 사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소수는 어른이 되어도 전전두엽을 충분히 발달시키지 못한다. 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화를 참지 못하는 청소년기 편도체 모드를 벗어나지 못한다.

어른이 되었음에도 전전두엽이라는 파이럿이 편도체에 의해서 공중납치 당한 경우는 공포와 스트레스와 화를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남아 자신과 남들에게 침해를 가한다. 이들이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 침해는 예측을 불허한다. 일반 성인의 경우도 전전두엽을 충분히 발달 시키지 못해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이들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이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신은 두려움 때문에 꼭꼭 숨어서 떨고 있으면서 수하들에게 "화를 내가며" "나가서 싸우라"고 주문한다. 편도체에 의해서 뇌가 납치 당하면 가상의 치와와 한 마리가 머리 속에 둥지를 틀고 매번 공포에 떨며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분노와 격노로 황폐하기 만드는 상황이 일상화된다.

살아가며 번성을 누린다는 것은 번연계의 중심인 편도체에 의해서 활성화된 분노와 공포를 전전두엽(특히 안와전두엽)의 고차원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지의 문제다. 분노와 공포에 납치된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이 분노와 공포에 포로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들은 공포와 화가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편도체에 납치 당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뇌가 있어도 없는 것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좌고우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조처럼 모시고 자기 욕망이 시키는 대로 밀고 나간다.

영화에서도 설명하고 있듯이 편도체가 전전두엽을 납치할 때는 혼자서 나서지 않는다. 항상 기억을 인출하고 저장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해마(Hippocampus)를 공범으로 꼬여서 인질극에 나선다. 편도체는 해마의 시작 부분에 붙어 있는 가장 친한 친구다. 편도체의 화나 공포의 분위기에 의해서 오염된 해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기억을 인출하는 행동에 장애를 경험한다. 기억을 인출하거나 인코딩할 때도 문제를 더 키우는 방향의 기억들만을 선택적으로 인출하고 저장한다. 감정빈곤의 악순환을 경험하고 감정계좌는 어느 순간 깡통계좌로 전락한다.

인사이드 아웃은 청소년보다는 아직 사춘기를 극복하지 못해 감정계좌의 고갈을 경험해 문제해결력이 떨어져가고 있는 우리 어른들이 먼저 보아야 할 영화다. 감정적으로 성숙해야 온전한 어른이다. 나를 비롯해 주변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서 표현하는 다양한 감정의 갈림길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