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와 구성원이 같은 배에 탄 공동운명체라는 믿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어제 해군교육사령부의 해군 리더십 센터가 주최하는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자로 초대 받아 전달한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 핵심 주제다.

우리가 같은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는 믿음은 리더와 구성원이 공동 목적을 실현하여 만들 미래를 공유하고 있다는 믿음과 이 목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오는 모든 고통을 같이 감내하는 긍휼의 소재를 밝히는 책임감이 엮어져 만들어낸다.

한 마디로 운명공동체라는 믿음은 리더가 지는 책임(Responsibility)과 구성원의 책무(Accountability) 사이의 협업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책무는 말 그대로 공유한 목적을 사명과 역할을 통해 지금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지의 문제다. 책무는 전쟁터인 현업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구성원에 대해 묻는 질문이다.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 전문성을 살려서 다른 구성원과 같이 공동의 목적을 실현하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상태가 될 때 책무성이 달성된다. 리더는 구성원에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책무성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역할의 대본을 쓰고 역할을 연마할 수 있는 권한을 넘져준다. 책무성 있는 조직에서 역할 대본의 작가와 주인공은 구성원이다.

리더에게 요구되는 책임은 구성원들이 역할 책무성을 다해서 임무를 수행할 때 발생한 손해를 구성원에게 떠 넘기지 않고 리더가 스스로 감내하는 용기를 의미한다. 책임이란 리더가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고 부하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긍휼감에 대한 용기를 의미한다.

부하가 목숨을 바쳐서 역할 전문성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패와 손실에 대해서 리더가 나서서 책임을 져주는 행동이 같은 배를 탄 운명공동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낸다. 책임이란 발생한 손실을 리더가 감내하는 상처받을 용기이다. 리더에 대한 신뢰는 리더가 앞장서서 상처 받을 용기를 보여줄 때 발생한다. 신뢰는 상처 받을 용기의 정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천 만원을 빌려 달라고 요청했을 때 못 받을 개연성(상처 받을)을 인정하고 친구에게 천 만원을 빌려준다면 이 천 만원이 신뢰잔고가 된다. 구성원이 어떤 위험이 있는 일을 수행할 때 리더가 앞장서서 상처를 감내할 용기를 보여준다면 위험의 정도가 바로 신뢰잔고로 전환된다. 역설적으로 위험이 크면 클 수록 신뢰잔고도 커진다.

리더가 부하들이 수행하는 임무에서 생기는 문제와 실패를 책임져주는 용기가 신뢰잔고를 형성하고 이 신뢰잔고로 채워진 조직은 튼튼한 울타리로 둘러져 구성원들은 울타리 안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누려가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책임져주는 리더가 없는 조직은 울타리가 없는 조직이다. 울타리가 없는 조직에서 구성원이 스스로 리스크를 감내해가며 위험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들다.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은 조직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있고 구성원들은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역할 책무성을 가지고 있고 리더는 부하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처를 감내해줄 용기인 책임져줌을 할 수 있을 때 발생한다. 지금 대한민국 해병대처럼 손해가 발행하면 지휘관이 먼저 살 궁리를 마련하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조직에서는 절대로 공동운명이라는 믿음이 만들어지지 못한다. 리더가 책임을 방기하고 먼저 꼬리자르기로 도망가는 조직과 사회와 국가에 이런 사명의 울타리가 둘러져 공동운명체가 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실제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던 헤롤드 무어 중령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우리는 군인이었다(We were soldiers)>에서 무어 중령은 죽음을 각오하고 전투를 수행하는 부하들의 역할과 임무에 대한 책무와 지휘관으로서 자신의 책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료하게 규정한다.

"전투가 시작되면 내가 맨 먼저 적진을 밟을 것이고 임무를 마치고 철수할 때는 내가 맨 마지막에 적진에서 나올 것이다.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 우린 살아서든 죽어서든 다같이 고국에 간다. 하나님의 은총을 빈다."

공동운명체로 지속가능한 조직은 구성원이 자신의 책무를 통해 목적을 실현하는 일에 주인으로 헌신하고 리더는 이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와 실패에 때문에 아파하는 부하를 긍휼감을 가지고 대하며 부하의 아픔을 용기 있게 책임져줄 수 있는 희생에 대한 상호 서약(covenant)이 작동될 때 가능하다.

해군리더십 센터에서 주최하는 행사여서 해병대가 참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책임과 책무에 대한 메시지를 준비해갔으나 아쉽게도 해병장교는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