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열망하는 시간의 검증은 어떻게 넘어설까?

인간의 본질이 시간여행자임을 각성하는 것이 첫걸음일 것같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과거 현재 미래를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자신의 삶을 구성해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시간을 자유롭게 여행하기 보다는 과거, 현재, 미래의 감옥에 갇혀사는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과거에 고착되어 살거나, 현재에 집착해서 탐욕에 빠지거나,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왜곡하고 억압하는 삶은 모두 자신이 시간여행자의 자유를 망각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이다.

시간여행자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했다면 시간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과거의 본질은 기억이다. 현재의 본질은 채워짐이고, 미래의 본질은 기다림이다. 시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시간이 내주는 검증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과거에 고착되거나 현재의 감옥에 갇히거나 미래의 포로가 된다.

과거의 본질은 기억과 성찰이다. 과거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삶은 시지프스가 언덕으로 돌을 굴리는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과거의 기억이 존재하기 때문에 과거의 실수를 고쳐나가고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도 있다. 과거의 기억은 시간여행자에게 성찰이라는 도구를 제공해준다. 과거를 잊고 살면 과거의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영원히 벗어나지 못한다. 반대로 과거의 성공에 고착되어 살면 변화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실수를 반복한다. 더 이상 실수를 할 수 없을 지경인 파국에 이르기 까지 실수를 반복한다. 일본이 역사에서 선진국의 지위를 잃어버린 것은 과거를 의도적으로 지워버리려는 노력 때문이다.

현재의 본질은 카르피디엠 (Carpe diem; Seize the present)이라는 희랍의 구호에서도 암시하고 있듯이 채워짐이다. 현재는 과거의 시간이 미래로 흐르는 또랑이다. 이 또랑에 흐르는 물이 채워지지 않고 흘려보낸다는 것은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미래는 현재의 노력에 대한 댓가이기 때문에 현재를 허송세월하는 사람들에게 미래는 오지 않는다. 하지만 대분분의 사람들은 주어진 시간의 반도 채워서 보내지 못하는 삶을 반복해가며 미래를 허망하게 기다린다. 체험으로 채워지지 못한 시간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의 척도이고 시간에 대한 불경이다. 시간을 소중하게 쓰지 않고 낭비하는 것만큼 시간을 화나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시간의 검증을 통과할 수 없다.

시간에 자신의 체험을 꽉 채워서 보낼 때 사람들은 시간철학자 베르그송이 이야기하는 Flow라는 것을 체험한다. 무아지경에 이르러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험이다. 플로우라는 체험은 칙센미하이 등 긍정심리학자들이 인용하기도 하는 경험이지만 이들이 시간여행의 철학적 본질을 이해하고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미래의 본질은 기다림이다. 미래라는 시간을 만나기 위해서는 미래보다 앞서 가서 기다리고 있어야 만날 수 있다. 미래는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열심히 시간을 따라가서 만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미래보다 앞서 가서 기다리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낸 것이 존재이유이다. 존재이유는 지금 흐르는 시간을 추월하여 100년이 지났을 때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 것이다. 죽는 순간에 자신이 어떤 모습일 것인지를 시간을 앞서가 상상적으로 구성하고 이것을 구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시간을 앞서가서 미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존재이유에 대한 답인 사명이나 목적이 없다면 시간을 앞서가서 기다리는 실체가 있을 수 없다. 시간을 앞서가서 기다리고 싶어도 실체가 없는 모습으로 기다린다면 미래가 다가와도 미래가 알아차리지 못한다.

결국 시간 여행자가 시간의 검증을 통과하는 세 가지 시험은 과거를 기억해서 성찰의 도구로 삼을 수 있는지, 현재의 시간을 빈채로 흘려보내지 않고 충실하게 채워서 보내고 있는지, 미래를 앞서가 기다릴 수 있는 목적이나 사명에 대한 구체적 실체가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다.

백년기업이나 역사적으로 변화의 족적을 남긴 사람들은 시간여행자로서 과거 현재 미래의 세 가지 시험을 모두 통과한 사람들이다. 결국 100년 기업의 구성원들은 회사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다 살아 자신의 현재의 일에 역동적으로 개입하는 체험을 할 것이다. 변화의 역사적 족적을 남기는 역사적 인물들도 이들이 살아 생전에 과거, 현재, 미래가 살이 있는 시간여행자로서의 자유에 대한 체험을 만끽한 사람들일 것이다. 최고의 성장은 한 몸이나 한 회사에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역동적으로 살아 있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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