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폭우로 대통령은 운명을 달리한 분의 지하 단칸방에 찾아가서 물이 덮친 창문을 보며 위로하는 모습을 카드 뉴스로 올렸다가 위로가 자신의 홍보를 위한 수단이냐고 뭇매를 맞았다. 한 국회의원은 수해현장에 찾아가서 비가 더 오면 사진이 잘 나올텐데 아쉽다는 농담을 건네다가 또 뭇매를 맞았다.

정치가들 사이에 왜 이런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일까? 내 개인적 분석으로는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리더의 마음 속에 긍휼감(compassion)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긍휼은 다른 사람의 고통 속에서 자신의 고통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이런 발견을 통해 자신을 고통 속에서 일으켜 세우고 고통으로 쓰러져 있는 다른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행동이 긍휼이다. 긍휼이라는 단어 속에 포함되어 있는 Passion이라는 말의 원래 뜻도 자신에 내재한 고통을 해결함을 통해서 느끼는 희열이라는 뜻인데 사람들은 고통을 빼고 희열만 취해서 단어의 뜻을 변질시켰다. 긍휼이란 고통에 함께라는 어의를 가진 Com을 붙여서 만든 단어이다. 긍휼이란 타인의 얼굴 속에서 자신의 고통을 읽고 이 문제를 같이 행동으로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긍휼의 본질은 고통이고 상대의 얼굴 속에 자신의 고통을 발견한 사람이 상대 얼굴에 나타난 고통의 가면을 대신 써주는 행동이다. 공감(Empathy)은 이 고통을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고 위로(Sympathy)는 아픈 사람을 껴앉아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이다.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으로 나서는 것만 긍휼이다.

우리가 황금율로 생각하고 있는 역지사지도 상대방의 고통 속에서 자신의 고통을 발견하는 것을 의미한다. 역지사지가 큰 문제를 야기할 때는 잘난 부모를 만나서 편하게 호의호식하고 살아서 고통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 역지사지를 주장할 때이다. 이때 이해된 다른 사람의 고통은 자신 상황에 근거해서 파악한 얄팍한 고통이거나 단순히 슬픈 드라마를 이해하는 데 사용된 인지적으로 이해한 고통이지 상대의 얼굴 속에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으로 나서는 긍휼감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 위로나 자선의 수준이다. 위로나 자선이 긍휼로 포장될 때 우리 정치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것처럼 연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다음의 노나라 새에 관한 사례는 동일성을 역지사지로 포장할 때 어떤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옛날 바닷새 한 마리가 노(魯)나라 교외에 내려앉았다. 노나라 군주는 이 새를 맞이하여 종묘에서 술을 베풀고 순임금의 음악인 구소를 연주하여 즐겁게 하며, 소·돼지·양을 잡아 대접하였다. 그러자 새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근심에 잠겨 한 점의 고기도 먹지 못하고 한 모금의 술도 마시지 못하다가 삼일 만에 죽고 말았다.

새가 죽은 이유는 노나라 군주는 자신을 보양하는 동일성의 방식으로 새를 보양했지 새의 입장이 되어서 새를 보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의 고통에 대해서 내가 이해한 바를 역지사지란 이름으로 실행한 것이다. 사례는 자신을 버리고 상대의 고통 속으로 한 번도 들어가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베푸는 역지사지 배려가 위험한 이유를 잘 비유하고 있다.

고통을 가진 사람들 대부분은 오랫동안 세상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마음의 문을 안으로부터 잠근 사람들이다. 밖에서 아무리 수 많은 열쇠를 시도해봐도 안에서 열어주지 않는다면 이 사람 마음으로 들어가 이들의 고통을 덜어낼 수 없다. 타자는 내 정신모형에 의한 이해를 벗어나 저만큼 달아나 있다. 타자와 주체와는 물리적 거리만큼 절대적 거리가 존재한다.

배려할 수 있다는 우월감으로 자신의 열쇠로 일방적으로 문을 따고 들어가는 행동보다는 마음의 문을 조용히 두드려주고 상대가 문을 열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여가며 자기 스토리를 들려주기 위해 나를 초대하는 것을 기다려주는 것이 진정한 환대다.

참다운 배려는 상대의 입장을 역지사지로 추론해서 자신의 입장에서 행동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을 버리고 상대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 상처받을 용기에서 시작된다.

같이 상처 받을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환대는 위로, 공감, 자선으로 포장된 연기다. 카드뉴스로 사용하겠다는 생각은 상대의 고통의 얼굴 속에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발견한 것처럼 연기했다는 뜻이다. 사진 타령을 한 국회의원의 고통에 대한 이해수준은 초등학교 어린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리더들이 고통 받는 서민을 거론하면 서민들은 허탈하게 웃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