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적 지능이 뛰어난 사람이 정서적 지능이 부족할 때 어떤 문제를 경험할까?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회사에 수퍼 스타급 여성 컨설턴트가 채용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천재소리를 들어왔고, 유명 사립고등학교를 마치고, 프린스턴에서 수학과 금융공학을 공부하고 하버드에서 MBA를 받았다.

본부장은 이 컨설턴트의 천재성을 믿고, 한 굴지의 회사를 살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고객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맡겼다. 이 컨설턴트가 내린 보고서의 결론은 사라는 것이었다. 너무 멋지고 완벽하게 자료를 제시해서 본부장도 이 분석자료를 믿고 사자는 결정을 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본부장 마음 속에는 뭔지 모르지만 개운치 못한 마음이 있어서 보고서를 고객에게 넘겨주기 전에 자신이 그 회사를 몰래 방문해보기로 했다. 이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 본부장은 이 회사는 절대로 사서는 안되는 회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문에 들어가자 마자 직원들의 표정 못짓 말투 모든 것에서 이 회사는 죽어가는 회사라는 것을 직감했다.

회사에 돌아와 다른 정보를 통해 회사의 실상을 파악해보았다. 예견했던대로 회사는 죽기 직전의 회사였다. 컨설턴트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회사를 팔아치우려는 욕심으로 CEO가 자신에게 유리한 데이터만을 제시했고 컨설턴트는 이 객관적 사실 데이터에 기반해서 사자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는 주어진 데이터를 넘어서 주변에 암묵적으로 숨어 있는 맥락의 데이터를 찾아내 읽을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컨설턴트의 경우처럼 머리가 아무리 컴퓨터처럼 좋아도 이 컴퓨터에 제공되는 데이터가 쓰레기라면 컴퓨터는 쓰레기를 돌려서 쓰레기 결론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맥락 속에 숨어 있는 암묵적 데이터는 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 숨어 있다. 관계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심층적 고급 데이터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사람들의 정서를 읽어낼 수 있는 정서지능에 달려 있다. 인지적 지능이 높다는 것은 좋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 좋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관계적 자원을 가졌거나 관계적 자본으로 부터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는 정서지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인지적 지능만 높고 정서적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헛똑똑이라고 부른다.

아인쉬타인을 세기적 천재로 부른 이유도 머리도 좋았을 뿐 아니라 맥락을 읽고 가정을 초월해서 문제를 원인의 수준에서 심층적으로 파악하는 정서 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아인쉬타인은 인지적 지능과 정서적 지능의 협업을 통해 머리 좋은 천체 물리학자도 보지 못하던 블랙홀까지 예견하는 통찰력의 극치를 보였다.

정서가 메타지능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연구해온 대표적 학자는 안토니오 디마지오이다. 디마지오는 데카르트가 이성과 감성을 이원론적으로 나눠놓고 이성이 주도하는 머리 좋은 사람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반기를 들었다. 스피노자의 견해를 취해서 오히려 몸과 정신은 일체이고 살아 있는 몸이 뇌를 통해 정신에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는 입장을 주장했다. 디마지오에 따르면 우리가 느끼는 정서는 몸의 지능 수준이다.

몸의 지능인 정서지능이 떨어질 때 외부에서 오는 사건들이 미치는 파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이 설정한 가정의 테두리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객관적 사실이라고 신봉해가며 컴퓨터처럼 논리적으로 처리해서 판단을 내린다. 당연히 가정을 벗어나서 존재하는 맥락에 안맞는 결정을 초래하여 윤리적 판단에 파국을 초래한다.

최근에 이준석 대표가 국힘당 윤핵관과 벌이는 논쟁을 보니 디마지오가 다시 소환되었다. 이준석 대표가 하는 주장의 전제인 국힘당 내부라는 가정을 받아들이고 주장 을 들어보면 대부분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국힘당이라는 가정을 벗어나서 일반국민의 시각으로 판단하면 맥락을 읽지 못하고 본인에게 침뱉는 비윤리적 주장으로 전락한다.

국힘당이 아닌 국민들이 판단하는 이준석은 20대 남성들과 여성들을 정치공학적으로 갈라치기 하는데 성공해 승리할 수 없었던 당에 근소한 차이의 승리를 가져다 주었지만, 선거가 끝난 후 직면한 현실은 한국의 젊은이를 남성과 여성으로 이원화시켜 서로 루비콘 강을 건너게한 장본인이다. 여기에 성매수를 무마하기 위해 각서를 쓴 의혹은 이런 보이는 갈라치기를 넘어서 밤에는 여성을 자신의 성적 욕구의 수단으로도 사용했다는 것이다. 사실이 더 규명되어야 하겠지만 지금까지의 증거만으로도 젊은 여성에 대해 낮에 보이던 정치공학적 얼굴과 밤에 대하는 얼굴이 교차되는 일배수준의 정치가가의 모습이다.

윤핵관이 국힘당 지지자들에게 양의 탈을 쓰고 개고기를 판 사람들인지 모르지만 정작 본인은 국민들에게 양의 탈을 쓰고 개고기를 판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는 맥락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머리 좋은 이준석 대표에게 인지적 이성이 살아있는지 모르지만 자신이 만든 가정을 부수고 해체된 가정으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맥락을 제대로 잃는 정서지능 부재가 가져온 비극을 목격하고 있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더 비윤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상황은 스트레스가 쌓인 상황이라는 연구들이 많다. 스트레스가 자신이 취했던 가정의 벽을 더 높히거나 더 좁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쌓일수록 성급하게 대응하기보다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벗어나 현실에 대한 상식적 시각을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조언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