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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10-29 16:36

[N.Learning] 웰빙의 두 얼굴

글쓴이 : Administra…

웰빙의 두 얼굴
아래 김대중씨의 웰빙의 뒤안길이라는 칼럼에서도 지적되고 있듯이 웰빙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웰빙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subjective well-being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endemonic well-being이다. 첫번째 웰빙이 육체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는 웰빙의 개념이라면 둚째 웰빙은 정신과 육체가 통합된 상태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는 웰빙의 개념이다. 맛있는 것 많이 먹고 휴식을 많이 취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을 피하는 방식 등을 통해서 도달할 수 있는 웰빙은 subjective well-being의 개념이고 하루 하루가 소풍가는 날 처럼 즐겁고 열정에 차서 밤을 새가며 일을 해도 피곤한 줄을 모르게 하는 산소 같은 아드래날린을 펑펑 품어 내게 하는 매력적 정신모형을 구축해 냄을 통해 달성되는 웰빙은 endemonic well being이다.

첫번째 웰빙은 돈이 있으면 해결되는 웰빙인 반면 둘째 웰빙은 자신의 인생을 달굴 수 있는 매력적인 정신모형을 구축하고 있을 때 달성될 수 있는 웰빙이다. 왜냐 하면 돈이 있으면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지 않고 여행이나 다녀가며 편히 쉴 수도 있고 비싸고 맛있는 건강음식도 꼭꼭 챙겨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칼 하게도 Subjective Well-being은 단기적으로는 편안함과 안락함을 제공해 주나 장기적으로는 우리 인생의 활력을 빼앗아가게 하는 주범이라는 점이다. 편한 상태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가면서 포만감 있게 맛있는 것 많이 먹고난 후의 느낌을 생각해 보면 첫번째 웰빙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상태에 도달했을 때 하는 말이 "이 상태로 딱 죽었으면 좋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첫 째의 웰빙에 중독되어 있으면 사람들은 변화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고 자신을 수동적인 메카니즘의 함정에 몰아 넣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첫번째 웰빙을 이용한 상업주의는 사회전체를 수동적이고 변화는 것을 싫어하게 하고 병리적 현상을 양성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웰빙은 매력적인 정신모형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경영하고 자신이 이 육성의 주체가 되어 하루하루 학습과 성장을 경험할 때 느낄 수 있는 웰빙이다. 매일매일이 신기롭고 소풍을 가는 기분이고 흥미진진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면을 뜯어 보면 이들의 정신모형이 열정의 불씨가 되어서 삶자체를 임파워먼트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첫 번째 웰빙에 기반한 사회가 노령사회라면 두 번째 웰빙에 기반한 사회는 청년사회라고 비유할 수 있다. 나이가 80이 되어도 30대의 청년과 같은 열정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분들은 endemonic well being의 대표적 수혜자들이다.

사회의 노령화와 상업주의에서 벗어나서 우리와 우리사회를 건강하고 젊은 사회로 다시 키우기 위해서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웰빙의 개념은 endemonic well-being이지만 두 웰빙을 서로 배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둘이 선순환 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선순환의 원천고리는 역시 endemonic well-being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매력적인 정신모형을 구축해서 Endemonic well-being의 삶을 구가하고 여기에서 새로운 성취와 학습을 경험했을 때 이에 대한 보상의 차원으로 subjective well-being을 추구하는 것이 바른 선순환의 모형이 될 것이다. 한 마디로 지금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듯이 subjective well being이 웰빙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김대중 칼럼]'웰빙'의 뒤안길

▲ 김대중

지난 1~2년간 사회적 측면에서 우리를 지배한 화두(話頭)는 웰빙(well-being)이라는 것이었다. 안녕, 행복, 복리라는 사전(辭典)적 뜻을 지닌 이 단어는 한마디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요약된다. 온갖 대중매체를 통해, 많은 상업적 선전을 통해 웰빙은 우리 사회생활의 중심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웰빙의식(意識)은 그 말의 선진적, 미래지향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부정적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웰빙이 정신적 풍요로 인식되기 이전에 물질적이고 재화(財貨)적인 업그레이드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웰빙이 사회적, 집단적 삶의 질(質)향상을 의미하기보다 개인적 이기적 이득추구로 둔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 사회를 풍미하는 웰빙에는 공동선(共同善)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어느 틈에 ‘못 먹고 못 사는’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것’으로 추락하고 나아가 부지불식간에 이 사회를 양극화하는 쪽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두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여느 연말처럼 이번에도 불우한 이웃을 돕는 손길은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그 ‘손길’들이 일회성이고 면피성이고 의례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일년 내내 웰빙을 떠들던 각종 매체와 선전들이 연말 한번 인심쓰는 척 할애하는 이 이웃돕기에는 위선의 냄새가 난다.

거기에는 사회 전체로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가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노숙자는 더욱 늘어나고 결식가정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취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결손가정은 늘어나고 있다는데, 그리고 배가 고파 가판대에서 핫바를 하나 얻어 먹으려는 비참한 상황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데 그 반대쪽에 웰빙이 따로 놀고 있다.

휴대전화가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이제 휴대전화 안 가진 사람은 갓난아이밖에 없을 정도다. 일본자동차의 한국지사 사장은 한국에서 고급세단이 많이 팔리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아파트는 갈수록 대형화하고 백화점의 상품들은 갈수록 고급화하고 있다.

해외여행은 엄청 늘어나 이제 해외여행은 일상의 생활로 돼버렸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처리되는 세상이라 시장에서 사람들과 어깨 부딪힐 이유도 없고 극장 매표소에서 줄을 설 필요도 없다. 마을버스가 집 앞까지 들어오는 판이라 한두 정거장은 걸어다니던 것이 옛일로 돼버렸다. 걸을 때는 자동차의 횡포를 욕하고 차 타면 보행자들이 귀찮다. 이것이 오늘날 웰빙의 현주소가 돼버렸다.

인간에게는 다섯 가지 욕심이 있다고 한다. 재물욕, 명예욕, 성욕, 식욕, 그리고 편하고자 하는 욕심이 그것이다. 편하고자 하는 욕심은 인간을 게으르게 한다. 오늘날 웰빙의식은 어쩌면 우리를 게으르게 하고 움직이지 않게 하고 자기만의 편의를 우선시하는 버릇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웰빙의 또 다른 문제는 허장성세(虛張聲勢)에 있다. 웰빙의식은 ‘있어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못지않게 ‘없어도 있는 것처럼’, ‘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려는’ 허위의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를 당혹하게 하는 ‘황우석 사건’도 어쩌면 웰빙의식이 채근한 허장성세에 그 원인(遠因)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영표 선수는 한국이 월드컵에서 과도한 자신감을 갖는 것을 경계했다. 거기에도 우리의 허장성세 버릇이 엿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OECD 가입을 서두른 것도, 우리 스스로 자주(自主)하고 자위하며 ‘균형자’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정치적 웰빙의식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여당 쪽 사람들은 야당인 한나라당을 웰빙당(黨)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여당이 보기에 한나라당은 싸울 줄 모르고 편한 것 좋아하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편향된, ‘부잣집 자식’ 같은 정당인 모양이다. 그러나 아마도 그 웰빙 호칭 속에는 가난하고 불우하고 기회를 거부당한 계층의 고충과 어려움을 이해할 줄 모르는 정당으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담겨있으리라.

신년 들어 이 나라의 대통령이 서민(庶民)에게 보다 다가가겠다고 했다. 그동안 웰빙의 그늘에 가려진 ‘못 먹고 못 사는 보통사람’들에게 덜 신경을 썼다는 고백이 아닐는지. 이제 우리 모두 웰빙의 허위의식에서 벗어나 내면의 굿빙(good-being)으로 이행할 때가 됐다.

김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