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禮記.學記>>중에 “경업락군(敬業樂群)”이라는 말이 있다. 경업은 자신의 일을 업으로 승화시킨다는 뜻이고 락군이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최적화 된 상태라는 뜻이다. 즉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을 업으로 승화시켜서 하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최고의 상태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경업락군의 메커니즘을 해체해보자.
세 명의 석공이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고 있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궁금해서 각 석공들에게 물어본다.
“왜 그렇게 열심히들 일하고 계세요.”
첫째 석공 왈,
“강제 노동에 동원되어 왔어요.”
“틈만 나면 도망갈 겁니다.”
둘째 석공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일당 5만 원짜리 일을 하고 있어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할 수 없이 해요.”
셋째 석공은 앞의 두 석공과 달리 환한 웃음을 지어가며 정말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석공의 대답은 다르다.
“일개 석공이어서 잘은 모르지만 성당을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성당이 성공적으로 복원되어서 믿음을 잃었던 사람들이 성당에 와서 믿음을 찾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내가 하는 일이 일개 석공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로 소중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명의 석공 중 세 번째의 석공만이 자신의 일을 업으로 승화시켜 경업하는 석공이다. 설사 억이 넘는 월급을 받는다하더라고 경업하지 못한다면 일억짜리 일개 월급장이에 불과할 뿐이다. 경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회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모두가 즐거워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인 낙군의 상태를 만들 수 없다. 직원들이 자신의 일을 업으로 승화시켜 일하는 경업의 상태가 조직을 최적화 시켜 모든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 職員과 종업원 從業員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직원은 돈을 받고 회사에서 맡긴 일을 수동적으로 수행하는(職) 사람(員)을 말한다. 이 사람들은 계산이 밝아서 자신이 보상받은 만큼만 일한다. 반대로 종업원이란 업業을 따라從 일하는 사람員들을 말한다. 첫째와 둘째 부류를 직원이라고 부른다면 셋째 부류의 사람들이 종업원이다.
하지만 경업락군을 달성하는 것은 직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설사 직원들은 자신의 일을 업으로 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회사가 성당을 복원하는 장면인 사명 내지는 목적을 제공해주지 못할 경우 구성원들의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다.
단기적 성과를 아무리 어렵게 내도 이것이 장기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회사가 경업락군의 조건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회사의 성과의 독은 밑이 깨진 상태이기 때문에 어렵게 단기적 성과를 위해서 고군분투하나 단지 생계의 수준만을 간신히 채울 뿐이다.
회사가 구성원에게 성당을 복원하는 스토리를 제공하고 구성원들은 이 사명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업으로 승화시켜 하고 있을 때 모든 것들이 최적화되어서 모든 구성원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락군의 상태가 만들어 진다. 낙군 collective optimism이란 전체의 수준에서 일이 최적화 optimism된 상태를 말한다. 전체의 수준에서 최적화된 상태가 만들어지면 조직을 혼돈과 과정손실로 몰아넣었던 엔트로피가 감소하고 에너지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이 에너지가 바로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일하게 만드는 원천이다.
경업락군의 원리는 요즈음 Netflix, Google, Southwest Airlines, Zappos 등에서 회자되고 있는 <전문가들의 놀이터> 원리이기도 하다.
이런 사명에 대한 믿음이 구성원들에 의해서 공유되지 못한 회사는 밑 빠진 독의 회사이다.이런 회사들에게 사명은 홈페이지에만 존재하고 구성원들은 이것의 존재조차도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 회사가 이런 회사라면 경업낙군은 사치스러운 말장난이 불과하다. 종업원 마음에 불이라도 지피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경업락군 (敬業樂群)의 원리는 개인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신이 하는 일을 생계를 넘어서 업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사명과 목적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자신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한 몫에 최적화 할 수 있는 낙군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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