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치유해 삶의 주인으로 서다
급진거북이의 전략적 의도
전략이나 리더십이나 모두 수단일 뿐이다. 수단에 불과한 것들이 강력하다는 소문이 돌면 수단은 항상 저의를 숨긴 사람들에 의해 채용된다. 저의란 존재목적을 상실한 사람들이 숨겨진 욕망이나 탐욕을 지칭한다. 수단에 불과했던 리더십이나 전략이 저의와 결합하면 반드시 사람이나 공동체를 해치는 무기가 된다. 수단은 제 기능을 수행하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망치가 제 모습을 드러낼 때는 무기로 전용되 다른 사람들을 위협할 때다. 리더십도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의도를 숨긴 사람들에 의해 채용되면 가스라이팅의 도구가 된다.
전략이나
리더십이라는 수단이 선한 영향력의 도구로 사용될 때는 공공선을 실현하려는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목적을 실현하기 도구로 사용될 때다. 선한 의도를 상실한 전략은 누군가를 해치는 흉기일 뿐이다.|
전략경영의 그루인 Gary Hamel과 CK Prahald는 제대로 된 기업은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기업의 존재목적과 비즈니스 수단을 정렬시켜 존재목적을 체험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전략의 본질이라고 정의했다. 전략적 의도를 상실한 기업들은 어느 순간 반드시 탈로 한다고 경고한다.
마찬가지로 리더십의 그루인 John Maxwell도 리더가 존재목적과 수단을 정렬시키는 전략적 의도를 상실하면 반드시 우상화의 길을 걷게 되고 결국 행로를 이탈함을 경고한다. 리더라면 어디에 서 있던, 누구이던, 무엇을 하던 리더로서의 초심으로 삼았던 의도를 잃지 않는 것이 리더로서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리더가 존재목적을 실현하려는 선한 의도를 상실한 순간 반드시 길을 잃는다. 전략적 의도가 있었던 초심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리더는 죽음의 행로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업을 운영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 분이 사업에 대한 전략적의도를 가지신 분인지 아닌지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놀랍게도 특히 사업을 시작하시는 벤처기업가분들 중에도 전략적 의도를 가지신 분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놀란다. 아무리 원천기술이 있어도 전략적 의도 없이 비즈니스를 시작한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워 넣는 작업처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 지속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전략적 의도란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업(What)의 개념과 사업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비지니스 모형(How)이 사업을 왜 해야하는지(Why)를 설파할 수 있는 도발적 사명을 중심으로 정렬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Why를 중심으로 How, What이 전략적 의도로 정렬된 상태를 Way라고 칭한다. 선명한 전략적 의도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Why, How, What의 맞물림이 풀어지지 않을 정도로 전략 주체의 고유한 Way가 내력을 획득한 상태를 지칭한다. 선한 의도가 장착되어 만든 Way는 레이저 광선과 같은 힘을 발휘한다. 레이저 광선은 흩어져 있는 빛을 한 군대로 모아 정렬시킨 것이다. 빛이 흩어져 있을 때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지만 목적을 염두에 두고 정렬될 때는 쇠도 뚫는 강력한 레이저 빔이 된다. 어떤 회사에 Way가 있다는 것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도 그 회사의 존재목적을 구현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내력이 구축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돈 버는 목적을 제외한 존재목적이 사라져 업의 개념 없이 사업에 뛰어들다보면 일 속에 숨어 있는 고객의 고통이 흐르는 맥락을 볼 수 있는 안목을 잃게 된다. 사업 속에 숨어 있는 문제와 고객에게 내재된 고통을 긍휼감을 가지고 접근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접근한다. 사업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져 나름대로 가성비가 버텨주는 기술로 몇 년 버티다 더 나은 경쟁자가 나타나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존재목적을 선한 의도를 상실한 비지니스 모형은 생명으로 공진화하는 능력을 상실한다. 비즈니스 모형은 이런 사업이 될 것인지 아닐 것인지를 파악하는 초기값을 알아내는 도구로 사용해야 하는데 어쩌다 사업이 되기 시작하면 비즈니스 모형을 진리나 되는 것처럼 신뢰하는 우를 범한다. 이런 비즈니스 모형의 믿음에 갇히면 사업은 쇠퇴하기 시작한다. 비즈니스 모형은 존재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선한 의도에 대한 믿음인 존재목적을 구현하지 못한 비즈니스는 끊임없는 공진화하지 못하고 어느 순간 죽음에 직면하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존재목적에 대한 선한 의도는 비즈니스 모형을 지속적으로 공진화 시키는 연금술인 셈이다.
최근에 출간된 <급진거북이: 진성리더의 변화전략(잉걸북스,
신승철)에서는 근원적 변화를 실행하는 다양한 전략들이 거시적 전략과 미시적 전략으로 제시되어 있다. 급진거북이가 사용하는 전략은 근원적 변화를 통해 자신이 세상을 다녀감에 의해 세상이 더 나아지고 더 행복해지고 더 건강해지는 공의의 운동장을 협업으로 만들어내는 선한 의도에 정렬되어 있다.
급진거북은 더 높은 곳에 더 평평한 공의의 운동장을 만들어내는 여정에서 길을 잃을 경우에 대비한 전략적 도구이자 비밀병기로 나침반(Compass)를 운용한다. 급진거북이가 근원적 변화의 여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설사 길을 잃었어도 급진거북이는 나침반의 북극성과 남극성을 이용해 길 잃은 지점을 찾아내고 지도를 다시 그려내 변화의 여정을 마무리하도록 돕는다. 나침반의 북극성은 존재목적을 다시 찾아 정렬시키는 일을 돕고, 나침반의 남극성은 근원적 아픔이 어디에서 오는지 그 원인을 찾아서 정렬하는 역할을 한다 (급진거북이 13장 지도술사의 나침반).
리더가 길을 잃은 이유는 문제를 근원적 수준에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견되면 문제의 원인의 수준에서 처방을 마련하기보다는 문제를 덮는 수준에서 반창고를 붙여주거나 진통제를 처방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선언한다. 문제에 진통제나 반창고로 덮어놓은 거적을 들춰보면 상처를 곪아 터져 있고 구더기가 생겨있다.
급진거북이는 문제를 긍휼의 시각으로 접근한다. 급진거북이가 시도하는 근원적 문제해결(Deep Problem Solving)의 시작은 거적을 들춰내고 고통을 직시하는 용기인 긍휼감이다. 긍휼감을 가지고 고통을 원인 수준에서 분석하고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과 협업의 공주체로 혁신적 근원적 해결책을 찾아낸다. 급진거북이가 문제를 긍휼의 관점에서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이유가 있다. 급진거북이가 이런 아픔을 포기하지 않고 주인이 되는 이유는 더 높은 곳에 공의로운 운동장을 건설해야 하는 존재목적 때문이다. 공의로운 운동장에서 유전자 복권을 타고 나지 않은 사람들도 운동장에서 주인이 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실현하여 다양성을 꽃 피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급진거북이는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것 이외에는 의도가 없는 세련된 전략가보다 더 다양하고 세련된 전략(조용한 반역, 지렛대 전략, 뒤집기 전략, 스파링 파트너 전략, 선승구전, 베이스캠프, 비밀결사대, 동적역량, 지도술사, 뇌과학 과 정신모형 전략)을 구사하지만 목적과 긍휼이라는 나침반이 제시한 의도를 벗어나는 전략은 언제든지 수정하고 폐기처분한다. 이런 점에서 급진거북이는 여우형 고슴도치에 비유된다. 여우처럼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세련되고 다양한 전략을 운용하지만 이 모든 전략의 운용은 고슴도치처럼 목적에 대한 선한 의도를 실현해 공의로운 운동장을 건설하려는 한 가지 목적에 정렬되어 있다.
경영학의 그루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문화는 전략을 아침으로 먹는다(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라고 규정해가며 전략보다는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화란 전략의 의도가 구성원들에 의해서 당연하게 현실로 받아 들여진 리더와 구성원이 공유한 정신모형을 의미한다. 드러커의 조언을 경영학도들이 전략보다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사용하지만 정작 드러커가 가르치고 싶어하는 요점은 전략가들이 수단인 전략의 의도를 상실하고 전략을 세련되게 만드는데만 올인하면 전략의 쓰나미가 약해지는 순간 기존의 나쁜 문화가 반격을 해서 결국 전략을 무력화 시킨다는 경고다. 결국 전략의 선한 의도를 구성하는 정신모형에 대한 믿음을 전략으로 실현해 좋은 문화를 만드는 근원적 변화를 완성하지 못하면 전략은 항상 나쁜 문화의 시녀로 전락한다는 뜻이다.
급진거북이는 아침과 저녁 사이를 근원적 변화를 실현하는 여정으로 생각한다. 근원적 변화의 완성을 위해 급진거북이는 전략을 아침 식사로 문화를 저녁 만찬으로 먹는 사람들이다. 제대로 된 전략가는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시작한 선한 의도를 잊지 않고 하루 종일 삶과 일 속에서 구현해 저녁에는 한 층 완성된 근원적 변화의 여정을 축하하며 제대로된 문화를 만찬으로 먹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