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의 온전한 눈으로 세상을 보며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 부분은 극히 미미한 부분이고 대부분은 마음 속에 있는 정신모형이 관장한다. 정신모형(Mental Model)은 체험을 기반으로 뇌 시냅스의 관계망에 새긴 인지적 지도이다.
정신모형은 다시 정신모형 I과 정신모형 II로 나눠진다.
정신모형1의 우리가 살아오면서 과거의 행적을 뇌가 기억하여 만든 지도이다. 정신모형 1은 지금까지 산대로 사는 삶을 복기한 것이다. 반면 정신모형 2는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어 미래를 상상한대로 현재의 실존적 삶을 구성해낸 것이다. 정신모형 1이 과거의 행적에 대한 지도라면 정신모형 2는 미래의 목적지를 상상적으로 체험해 만든 미래지도이다. 모든 사람은 정신모형 1을 가지고 있지만 정신모형 2는 소위 미래를 현재 일어나는 것처럼 상상적으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사람들만 가진 지도이다. 정신모형의 지도는 실제 체험이던 상상적 체험이던 체험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정신모형 1은 과거의 성공과 실패 체험을 통해 현재를 관조하는 지도가 만들어진 것이고 정신모형 2는 미래에 대한 상상적 체험을 통해 미래를 통해 현재를 관조하는 지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의 삶은 과거에서 현재를 보는 지도인 정신모형 1과 미래에서 현재를 보는 지도인 정신모형 2의 긴장관계가 주는 창조적 에너지를 통해 성숙된다. 정신모형 1은 네비게이션과 같아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주어야 한다.
정신모형 1을 업데이트해서 과거를 현재에 맞게 다시 살려내 오래된 새길을 만드는 학습을 이원학습이라고 한다. 일원학습은 네비게이션 을 업데이트하기보다는 네비게이션은 놔두고 비효율적이지만 자신이 과거에 성공했던 방법 중 아직도 적용가능한 방식을 더 강화하는 학습이다.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학습은 일원학습이다. 좋은 시험성적만을 위한 쪽집게 과외를 한다든지, 토익시험에서 시험 잘 맞는 방식을 배운다든지가 그 예다. 가장 고도의 수준에서 이뤄나는 진성리더들의 삼원학습(triple loop learning)이란 정신모형 1과 정신모형 2 간에 생긴 긴장을 통해 둘간의 간극을 줄이는 과정이다.
진성리더가 하는 삼원학습은 시간여행을 통해 학습하는 과정을 지칭한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현재, 과거, 미래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이런 여행이 가능한 것은 인간이 동물과 달리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다 정신모형 1과 정신모형 2라는 지도가 있기 때문이다. 정신모형 1만 있다면 과거에 갇혀 살 것이고 정신모형 1이 없는 상태에서 정신모형 2만 있다면 미래만 상상하며 꿈만 쫒는 기형적 인간의 삶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완숙한 삶은 둘간의 긴장관계 속에서만 숙성된다.
과거는 누구나 살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정신모형1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신모형 2의 지도는 자기 미래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해서 현재를 체험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리더들만 가지는 지도이다.
이 둘의 긴장관계를 통해 삶이 성숙되는 과정은 이렇다.
정신모형 1에만 의존한 삶은 어느 순간 성장을 열망하는 우리를 과거의 감옥에 가둔다. 감옥에 갇힌 자신은 자신을 감옥에서 풀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각성사건이다. 각성사건이라는 시그널은 정신모형 1의 감옥에 갇혀 사는 내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SOS 신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시그널을 무시하고 지금까지 산대로 생각하는 방식으로 삶의 결말을 낸다. 각성사건의 시그널을 무시하고 정신모형 1의 감옥에서 사는 것이 안전하고 편하다고 결론내린다. 현실의 감옥 속에 갇혀서 감옥의 프래이밍에 따라 그냥 산대로 생각하는 삶은 이렇게 지속된다.
정신모형 2의 삶은 지금까지 살았던 방식을 지양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해 과거에 갇힌 자신의 삶에 또 한번의 기회를 부여하는 미래를 통해 현재를 관조하는 지도이다. 지금까지 생존을 위해 남이 시키는 방식, 알려진 방식, 노예의 방식, 연기자의 방식으로 사는 삶을 지양하고 자신이 스스로 인생의 대본을 만드는 작가가 되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보는 삶의 지도이다. 자신이 작가가 되어 미리 써놓은 미래의 대본대로 살아 이 삶의 형상을 만들고 이 형상을 현실에서 구현해내는 삶이 정신모형 2의 삶이다.
진성리더들이 추구하는 삼원학습이란 정신모형 1에 갇혀서 남의 종으로 살았던 자신을 부인하고 욕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살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위로하고 용서하고 포옹해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달이지고 해가뜰 때 나타나는 달 그림자를 정중하게 배웅해주고 고이 보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각성사건이 정신모형 2의 삶으로 성공적으로 전환되는 것은 이와 같은 용서와 화해의 과정을 통해서이다. 각성사건을 용서와 화해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받아들이면 정신모형 2는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진성리더십 아카데미의 과정은 이처럼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각성사건을 복기해봄으로 잊고지냈고 버려져 있던 과거를 복원해서 미래의 지도인 정신모형 2의 삶으로 연결시키는 과정이다. 과거가 제대로 복원되지 않는다면 미래의 실체도 없다. 어떤 분은 사막에서 달리기하던 자신의 과거를 복기했고, 어떤 분은 병원에서 죽음과 사투할 때 본 미래를, 어떤 분은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어떤 분은 아내와의 긴장을, 어느 분은 어렸을 때의 나쁜 버릇이 고쳐진 계기를, 어떤 분은 보스로서의 기질을, 어떤 분은 강점을 보게된 충격을, 나는 말썽꾸러기의 폐륜아로 끝날 운명이 어느 날 학자의 운명으로 바뀐 과거를 복기했다.
온전한 삶은 과거에 어떻게 시작해서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미래를 향해서 나가고 있는지의 시간여행의 역사이다. 온전한 삶은 과거를 제대로 복원해서 시간여행을 시작하고 제대로된 주체적인 미래를 맛보게 함에 의해서 종결된다. 이 시간여행의 완전한 결말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정신모형 II가 있어서 미래를 통해 현재를 볼 수 있는 지도를 통해 과거의 삶인 정신모형 I에 갇혀사는 자신을 구해내는 자신에 대한 영웅의 여행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 과거에 갇혀사는 자신을 현재로 탈출시켜 과거에게 다시 한번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보다 먼저 미래를 앞서서 산 사람들이다. 오늘도 우리는 시간여행의 해피엔딩을 위해 자신이 작가가 되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정체성의 역사를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모형 1과 2간의 긴장과 용서와 화해가 없었다면 우리가 불완전했던 과거를 극복하고 온전한 미래로의 여행을 완수하지 못한다. 온전한 과거없이는 온전한 미래를 써나갈 수 없다. 마찬가지로 온전한 미래없이는 과거의 소중한 경험도 살려낼 수 없다. 시간여행자의 비밀이다.
온전한 시간여행을 위해 사느라고 바빠 준비하지 못했던 정신모형 II를 디자인해야 할 시점이다.
정신모형 I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는 지도이고 정신모형II은 미래를 통해 지금 현재를 볼 수 있는 지도이다. 현재에 삶에 대한 완벽한 통찰은 이 두 가지 지도를 겸비한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한 가지 지도에만 의존해서 현재를 본다면 사시의 눈을 가지고 보는 것과 같다. 사시의 눈으로 현재가 제대로 통찰될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