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9-29 12:29
[N.Learning] 우리는 나만의 정체성을 소비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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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윤정구
 조회 : 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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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체성을 소비하고 산다:
현대는 너무나 변화가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이런 외적 변화에 빨리 적응해가면서 살다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역설적으로 변화에 적응을 잘 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체성이 없는 상태에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불확실성의 망망대해를 나침반이 없이 항해하는 것과 같다. 정체성을 잃어버린 상태는 우선 자신이 누군지를 스스로도 모르는 상태이므로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강력하게 피력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큰 일을 도모할 때 생기는 위험부담을 지려는 사람들은 없다. 둘째, 정체성이 없는 상태는 자신이 무엇에 의미를 두고 살아야 하는지를 모르는 상태이다. 무엇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지 이 의미를 어떻게 충족시켜야 하는지를 통해 사람들은 자긍심을 찾게 되어 있는데 자긍심의 샘을 잃어버린 것이 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삶의 어디에 포커스를 두어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바쁘게 무엇을 해도 삶의 시원한 진전이 이뤄지지 못하고 피곤함만 더해지게 되어 있다. 아무리 밥을 먹어도 공복상태나 헛배가 부르는 현상이 지속된다. 따라서 점점 무엇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고갈된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변화에 적응하는 동안에 잃어버린 정체성의 부재가 가져다 주는 부조리의 실체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암암리에 실감하고는 있다. 이점에서 현대인들의 모든 행동들은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는 몸부림이다.
이와 같은 몸부림은 특히 소비행태에서 두드러진다. 사람들은 라면하나를 산다하더라도 아무 생각없이 사는 것 같아도, 뇌는 이 제품이 영양가가 자신에 맞는지, 맛은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인지,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내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는 회사인지, 광고에 나오는 연예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지 등인지를 암묵적으로 분석하고 자신의 정체성과 최대한 부합하는 제품을 선정한다. 즉 라면 한끼을 먹는다하더라도 최대한 나답게 먹기 위해서 노력한다. 다 자신의 부재하는 정체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관여도가 높은 제품의 경우는 이와 같은 분석이 더 명시적이다.
광고회사는 현대인들의 정체성 상실을 최대한 이용하여 마케팅 전략을 마련한다. 사람들은 어떤 제품의 칼로리와 영양요소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면 기왕이면 자신의 정체성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 같은 제품을 찾기 때문에 이점을 부각하여 광고를 만들고 선전한다.
문제는 이와 같은 광고회사의 마케팅 전략은 자신의 진정성 있는 정체성을 찾게 해준다기보다 일시적으로 찾았다는 착시효과를 가져다 줌에 의해서 그 제품에 중독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런 광고는 현란하게 유행의 첨단에 가는 옷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치장해주지만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에 관해서는 우리를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만드는 주역이다. 일단 광고회사의 전략에 빠져들면 소비자는 그 회사가 만든 정체성의 감옥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 나다운 소비를 하고 있다는 믿음의 감옥에 우리를 가두고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과시소비에 빠져 있거나, 명품족, 된장녀 등등으로 명명된 사람들은 이미 남이 만들어준 정체성을 자신의 진짜 정체성으로 오인하고 감옥에 갇힌 대표적 사람들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누군가 만들어서 우리에게 강제적을 입혀준 정체성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성 있는 삶의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서 자신임을 주장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자신이 많은 사람 중 한명이 아니라 독창적, 실존적 인간임을 주장할 수 있고 이럴 경우에만 정체성이 가져다 주는 삶의 진정한 풍요와 자신감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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